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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신토불이, 특별법을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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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신토불이, 특별법을 넘어야

[초록發光] 한시적이 아닌 영구적 분산형으로의 전환

한국은 전형적인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중앙'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사는 서울이나 수도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방정부와 대비되는 개념인 중앙정부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 중앙집중형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을 몇몇 대규모 설비를 통해서 충당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대표적으로 전체 발전량의 34%를 차지하는 석탄의 경우 인천과 충남에 위치한 대형 화력발전소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27%를 차지하는 원자력은 고리, 울진, 월성, 영광이라는 네 군데에서만 전력을 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중앙집중형 구조 때문에 전력 소비의 혜택은 대도시 주민이 누리는 반면에, 발전소 입지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지역 주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면, 충남은 석탄화력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 받고 있으며, 원전 소재지의 주민은 방사능 피폭 및 사고의 불안을 짊어진 채 살아가야 한다.

▲석탄화력 및 원자력 발전소 현황 지도. (http://kfem.or.kr/?p=225067)

이처럼 대형 발전소에 의존해서 전력을 공급하는 중앙집중형 구조의 폐해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에너지 신토불이(身土不二)'다. 즉, 멀리 떨어진 타지의 전력을 끌어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발전소와 송전탑의 피해를 입히는 게 아니라, 필요한 에너지를 자기 동네에서 스스로 공급하는 방식이 대안일 수 있다. 이를 중앙집중형과 대비되는 차원에서 지역분산형 구조라고 한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2008년부터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분산형 에너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다만 당시까지만 해도 중앙집중형 구조의 전면적 전환은 아니고 신규 사업의 일환으로 포함되었을 뿐이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본격적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천명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6대 중점과제 가운데 하나로 분산형 발전시스템의 구축이 명시되는 정도였다. 마찬가지로 2019년에 문재인 정부도 3대 추진 과제로 분산형 및 참여형으로 에너지 시스템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렇지만 역대 정부가 이러한 패러다임 및 시스템 전환의 의지를 지녔음도 불구하고, 법적 기반이 갖춰지지 못했던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도 최근에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지금은 2024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대한 준비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 및 산업부 장관에게 위임된 분산형 에너지의 용량 기준, 전력계통 영향평가, 편익 계산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법률 제정을 놓고 기대뿐만 아니라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먼저 반값 전기요금으로 포장된 송배전 요금의 지역 차등제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뿐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소규모 모듈형 원자로가 분산형 에너지로 분류되면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특혜가 부여되었다며 환경단체의 반발과 비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내년 법률 시행 이전에 독소조항들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될 정도이다. 물론 거대 양당이 타협한 결과이자 정치적 산물인 법률의 하자를 수정하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특별법'이라는 법률 형태의 근본적 한계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에너지 분야의 특별법으로는 분산 에너지 특별법 말고도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특별법이 논의 중이다. 이때 특별법은 예외적인 법률의 특성으로 인해 법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주무 부처의 입장이 지나치게 강조될 뿐만 아니라 여론에 의존한 정치적 입법이라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그로 인해 영구적인 특성의 핵 쓰레기와 관련해서는 특별법이 아닌 일반법 형태로 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그에 비하면 분산형 에너지 특별법은 상대적으로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편이다. 왜냐하면 현행 에너지 수급 구조가 중앙집중형인 현실에서 분산형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다면, 일단 예외적․한시적인 형태로 법률이 마련되는 상황도 일면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참조).

다만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10여 년 가까이 한국 사회가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을 추구해왔다면, 향후에는 한시적 특별법이 아닌 분산형 에너지에 관한 일반 법률 형태로 재편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행 분산형 에너지 특별법은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가 아직까지 분산형이 아닌 중앙집중형임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 독자들이 통계 수치를 검토하지 않고 한국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특별법이 폐기되고 일반법으로 재편되는 것일 수 있다. 분산형 에너지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미래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특히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일반법으로의 전환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진행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의 독소조항들은 현행 특별법 체계 내에서라도 조속히 개정돼야 할 것이다.

※관련 기사 바로 보기: "특별한 나라 한국, 강원도와 핵 쓰레기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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