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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사헬 '쿠데타 벨트' 합류하나…틈 파고드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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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제르, 사헬 '쿠데타 벨트' 합류하나…틈 파고드는 러시아

니제르, 서아프리카 서방 대테러 작전 거점…바그너 수장 "러시아가 서방 대체 가능"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쿠데타(군사정변)가 일어 국제사회의 비난이 쇄도하는 가운데 러시아 쪽이 서방을 대체할 수 있다며 틈을 파고 들었다.

2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니제르 쿠데타를 지지하며 "니제르에서 일어난 일은 식민지배자(프랑스)에 대한 니제르인들의 투쟁"이라며 식민지배자들은 니제르인들이 "수백 년 전 아프리카 상황"에 머물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그러면서 외국 군대가 니제르의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면 바그너 전사들이 테러리스트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는 "질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니제르에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에 대한 대테러 작전을 위해 배치돼 있는 프랑스군을 대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바그너의 아프리카 활동을 추적하는 연구원이자 언론인인 존 레흐너는 바그너나 러시아가 니제르 쿠데타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 정부에 대한 반란을 일으킨 뒤 벨라루스로 망명하기로 한 프리고진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7~28일 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주재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행사장 인근에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의전 책임자인 프레디 마포카와 인사를 나눴다. 매체는 프리고진이 러시아에 계속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그가 "여전히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기득권 조직의 일부"이며 "푸틴 대통령이 프리고진을 떼어 내길 꺼리거나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전날 니제르 국방군과 보안군 일부는 국영 방송에 출연해 모하마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밝혔다. 바줌 대통령과 가족들은 대통령 경호원들에 의해 대통령궁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4월 취임한 그는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뒤 니제르에서 최초로 평화적 권력 이양을 통해 자리에 오른 민선 대통령이다.

27일 바줌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 성취가 보호될 것"이라며 쿠데타가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지만 이어 군 총사령관 압두 시디쿠 이사 대장이 성명을 내 "여러 세력 간 치명적 대결을 피하기 위해 국방군과 보안군의 집권 선언에 동의하기로 했다"며 쿠데타 지지의사를 밝혀 쿠데타 성공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다만 쿠데타를 일으킨 쪽은 바줌 대통령을 대체할 새 수장을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쿠데타 성공 땐 니제르는 2020년부터 차례로 쿠데타가 일어난 이웃 말리, 기니, 부르키나파소 등과 함께 일명 서아프리카 '쿠데타 벨트'에 합류하는 불명예를 얻게 될 전망이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리비아에서 이 지역으로 소규모 무장세력들이 쏟아져 들어왔고 과거 식민지배국이었고 이들의 퇴치를 도운 프랑스 및 민주 정부가 무장세력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연쇄 쿠데타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친화적이라는 평을 받았던 바줌 대통령이 축출될 경우 아프리카 서부 사헬 지역에서 서방이 대테러 작전의 거점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니제르가 프랑스와 미국 모두에 있어 알카에다, IS, 보코하람 등 무장세력에 맞서는 전략적 국가라고 짚었다. 니제르엔 이를 위해 1500명 가량의 프랑스군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제르는 이 지역에서 러시아와의 밀착이 강하지 않은 나라에 속하기도 한다.

프랑스 외무부는 26일 성명을 내 "힘으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어떤 시도도 단호히 규탄한다"고 쿠데타를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바줌 대통령과 통화 뒤 그에 대한 "미국의 흔들림 없는 지지"를 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도 "니제르의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모든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바줌 대통령을 조건 없이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쿠데타는 아프리카에서 세 확장을 노리는 러시아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말리, 부르키나파소 등 니제르 인근에서 최근 쿠데타를 일으킨 국가들은 무장 반군과의 싸움을 함께 하던 프랑스군을 몰아내고 차례로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 바그너는 2021년 말부터 말리에 배치돼 반군 퇴치를 담당했고 부르키나파소도 지난 5월 러시아가 군사 장비의 주요 공급처라고 밝혔다. 바그너 반란 전 아프리카 전역에 배치된 바그너 용병 규모는 5000명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바그너는 그 대가로 금광 채굴권, 벌목권 등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탈퇴가 아프리카에 직접적 식량 위협을 가져오면서 푸틴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달래려 애쓰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 공급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 CNN 방송, <로이터> 통신을 보면 27일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러시아의 곡물협정 탈퇴에 부정적이었던 케냐의 윌리엄 루토 대통령 등 다수의 정상들이 불참했다. 2019년 열렸던 1차 회의엔 아프리카 54개국 중 40명 이상의 정상이 참석했지만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정상은 17명에 불과하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여전히 아프리카의 믿음직한 식량 공급국"이라며 향후 3~4달 안에 부르키나파소, 말리,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에리트레아 등 아프리카 6개국에 각 2만5000~5만 톤(t)의 곡물을 무상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니제르 군부 쿠데타 지지자들이 27일(현지시각) 수도 니아메에 위치한 집권당 본부에 불을 지르고 시위하고 있다. 전날 니제르 군부 일부가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선언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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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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