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 용병집단 바그너 그룹의 반란이 마무리된지 이틀 만에 연설에 나서 반란은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었으며 자신은 이 과정에서 유혈사태를 방지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행적이 묘연한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정부 전복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사태에 미국이 관여한 바 없으며 러시아 내부 문제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러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밤 텔레비전 연설에 나서 "무장 반란은 어떤 경우든 진압됐을 것"이라며 "사태 초반부터 심각한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한 내 직접 지시에 따라 조치가 취해졌다"고 말했다. 바그너가 거의 저항을 받지 않고 하루 만에 800km 가량을 전진해 수도 모스크바 200km 이내에 당도한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실수를 저지른 이들이 정신을 차리고 그들의 행동이 사회에서 단호하게 거부당했으며 그들의 무모한 모험이 러시아에 비극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전사와 사령관 대부분은 러시아 국민과 국가에 헌신하는 애국자"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들의 성과를 추켜세우고 바그너 용병들이 러시아군과 계약하거나 벨라루스로 떠날 수 있다고 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 대변인은 24일 바그너 반란을 처벌하지 않을 것이며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떠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같은 날 <타스>에 따르면 러시아 검찰청 소식통은 프리고진에 대한 형사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고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혀 프리고진에 대한 처벌 면제 방침이 유지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통신은 무장 반란을 조직한 혐의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12~20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앞서 프리고진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군사를 물린 뒤 처음으로 성명을 내 반란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날 공개한 음성 메시지에서 "정부 전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항의 표시를 위해" 모스크바로 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4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러시아 정부와 협상한 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노두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프리고진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행한 초고속 인터넷 구축 관련 연설에서 바그너 반란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이 사태가 미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관련해 주요 동맹국과 통화했다면서 "우리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이와 아무 관련이 없다. 이는 러시아 체제 내 투쟁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동맹국들과 "푸틴 대통령에게 이 사태를 서방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탓으로 돌릴 구실을 줘선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반란은 "러시아 내부 문제"라며 "나토는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같은 날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바그너 반란 배후에 서방이 있다고 지목하진 않았지만 "동족상잔은 우크라이나 신나치주의 정권, 서방 후원자, 모든 종류의 국가 반역자들이 원했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임에도 러시아 내부 반란을 일으킨 주체가 미국의 제재 대상인 프리고진이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선을 그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재무부가 프리고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푸틴 대통령을 돕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이를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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