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4.2%였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46.3%인 반면 30인 미만 작은 사업장은 조직률이 0.2%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의 논평처럼 "보호가 더 절실한 소규모 영세기업의 조직률이 미미한" 실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작은 사업장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작년 10월 금속노조 100인 이하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된 노동실태 전수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금속노조의 조사 결과는 무엇보다도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기본급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장이 10%를 넘었고 노동자의 정당한 작업중지권 행사가 어려운 사업장은 약 4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을 넘는 사업장이 적지 않음은 물론이고 산재 처리할 사안을 공상 처리(업무상 재해에 대해 사업주와의 보상 합의로 사내에서 조치)하는 일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금속노조 사업장이 이 정도면, 노동조합도 조직되지 않은 99.8%의 작은 사업장은 형편이 과연 어떨까.
근로기준법도 산업안전보건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작은 사업장 현실
그 점에서는 2020년 민주노총이 발표한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오늘의 전태일 보고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조사 결과, 노동 현장에는 사용자에 의한 갑질과 중간착취, 임금 체불이 만연했다. 최저임금이나 휴일에 대한 법적 기본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작은 사업장 노사관계는 원청에 종속적인 영세기업이라는 사업체 특성에 영향 받을 수밖에 없으며 특히 사업주가 독재자처럼 군림하는 전근대적인 모습이 남아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시 조사에서도 사용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관점이 극히 부정적이어서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가해진 사례가 확인되었다.
보다 최근에 이루어진 관련 조사도 있다. 지난 7월 11일 공개된,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의 미조직 노동자 5337명을 대상으로 한 민주노총의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가 그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조직 노동자의 약 30%가 최근 1년 이내 임금 체불을 겪거나 공짜노동을 강요당했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 체불이 잦았고 유급 공휴일이나 연차휴가, 직장 내 휴게시설에 대한 권리가 제한되었으며 국민연금이나 고용보험, 산재보험 같은 사회보험 가입률도 낮았다. 미조직 노동자의 이해대변을 위한 노사협의회 역시 30인 이상 사업장의 약 30%에만 설치된 것으로 응답되었다. 그 점은 현행 법 규정이 현장에서 준수되고 있지 않음을 드러내는 간접 증거이기도 했다.
제도상 사각지대도, 낮은 제도 집행 수준도 모두 문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그와 같은 처지는 한편으로는 작은 사업장을 예외로 두는 공식 제도상의 사각지대 탓이기도 하다. 당장 전태일 열사가 불태운 근로기준법부터 상시근로자 수에 따라서는 적용이 안 되는 사업장이 많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작은 사업장 현실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엄연히 존재하는 법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적극행정으로 마땅히 제 역할을 해야 할 근로감독이 그런 불법을 방치한다면, 새로운 입법으로 노동보호를 강화하려는 노력도 빛이 바래기 십상이라서 그렇다.
기실 한국은 이미 2017년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에서 밝혀진 것처럼 최저임금이나 근로기준의 제도적 보호로부터 배제되는 문제의 80%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있는 법이 준수되지 않는 데에 그 원인이 있는 나라다. 국제노총(ITUC)의 글로벌 노동권 지수는 2023년에도 역시 정상 국가가 받을 수 있는 최하 등급인 5등급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따지면 노동기본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나라인 셈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사용자들이 제도를 무시하고 정부가 제도의 낮은 집행 수준에 눈 감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작은 사업장의 노동조건 개선은 요원한 과제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현실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구 달성산단 소재 30인 이하 사업장인 ㈜조양·한울기공㈜ 직장폐쇄 등 사례를 통해 목도하고 있다.
조양한울분회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은 정당하다
7월 21일 현재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노동자들은 전면파업 81일째, 직장폐쇄 80일째를 맞고 있다. 분회는 사측의 일방적인 직장폐쇄가 노동조합법 46조에 따른 방어적 성격 요건을 위반한 것이며 동법 81조 부당노동행위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사안이 발생해왔음을 주장한다. 그 근거로는 단체교섭 과정에서 사측의 해태로 결렬이 유도되었고 쟁의행위 개시 전부터 노동조합 무력화 목적으로 직장폐쇄가 예고된 사실 등을 제시한다.
분회는 또한 노동조합법 81조 1항 1호, 4호, 5호에도 불구, 사측이 금속노조 가입을 저지하기 위해 온갖 회유와 협박을 자행했고 분회의 조직과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일환으로 분회 간부들을 징계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멈추지 않았음을 주장한다. 지금 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 대구서부지청에 특별근로감독과 함께 신속한 구속 수사와 중재를 촉구하고 있지만 진전은 더디기만 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06년 한 연구는 한국의 작은 사업장 노사관계에는 가부장제와 유사한 전근대적 속성이 강하게 배어 있음을 보고한다. 그러다 보니 공식적인 법과 제도가 설령 있더라도 '오너'인 사용자의 사적인 결정으로 무력화되는 일이 빈번하다. 만약 사업주가 자신과 다른 생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과 같은 자주적인 이해대변 제도가 필요하다는 현대사회의 기본 상식을 무시한다면, 그럴 때 노사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기 쉽다. 우리 사회에 흔한 사측의 그런 후진적이고 못된 꼰대 의식으로는 작업장 민주주의든 산업 평화든 어떤 것도 달성될 리 없다. 바로 조양한울분회의 경우처럼 말이다.
자주적 노동조합이야말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진짜 안전망
한국에서 노동보호제도의 집행 수준이 낮은 데에는 정권의 책임도 크다. 윤석열 정권이 보수 같지 않은 보수여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과제에 진심이라면, 그래서 "노동조합이 영세기업의 취약노동자들을 대표하지 못하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면, 작은 사업장 노동조합 조직화의 방해물부터 제거해주는 편이 옳다. 그러려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제도 개혁과 함께 근로감독 강화에 자원을 충분히 투입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주적 노동조합이야말로 그 취약노동자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진짜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도 전근대적인 노사관계에서 벗어나 민주적 기본권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길이 열려야 한다. 그 길을 열지 않으면서 이중구조 운운하는 정권의 이야기는 전부 입에 발린 거짓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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