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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년 장애인 예산, 독일 1개 도시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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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년 장애인 예산, 독일 1개 도시에도 못 미친다

[장애인 운동, 독일에 묻다 ②] '이동권' 보장 법률과 정책에 따른 변화

[장애인 운동, 독일에 묻다] 지난 연재 ☞ 열차·트램 운행 막은 독일 '전장연', 그들이 독일을 바꿨다

"장애로 인한 불이익 제거" … 독일 '기본권 개정'이 대중교통 시설에 미친 영향

독일의 장애인 운동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장애인 정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됐다.

장애인은 더 이상 '자선'의 대상이 아니고, 사회는 장애인을 자기결정권과 참여권을 가진 동등한 일반 시민으로 바라봐야 하며, 장애인도 차별받지 않고 비장애인들이 누리고 있는 권리를 동일하게 가져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었다.

1990년 7월 미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ADA) 제정, 1993년 12월 유엔(UN)의 '장애인의 기회균등에 관한 표준규칙' 제정과 같은 세계적인 분위기가 통일 독일의 개정 헌법(기본법)과 개별 법령에 반영되었다.

1990년 10월 통일한 연방독일은 기본법(Grundgesetz) 개정에 착수했다. 4년간 연방하원과 상원으로 구성된 헌법개정공동위원회가 기본법 심사와 재정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신체장애인을위한연방자조협회(BSK e.V.)를 비롯한 여러 장애인 단체는 인종, 성별, 종교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인 기본법 제3조 2항에 장애인 범주를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기민당(CDU) 헬무트 콜 정부는 전반적인 평등 대우 조항을 확대하고자 하는 기본법 제3조 개정에 다소 회의적이었지만, 곧 있을 연방선거를 의식해 결국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누구도 장애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는 문장이 해당 조항에 새로 포함되면서 독일 기본법엔 '장애인에 대한 차별 금지'가 명시되었다.

기본법 개정 이후 장애인 단체들은 기본법에 나와 있는 차별금지를 구체화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정치적 압박을 계속했다. 1998년 독일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사민당(SPD)과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이 적록연정을 통해 연방정부를 구성하면서, 이들은 연정 합의문에 장애인평등법을 만들 것을 약속했다.

이로써 2002년 4월 연방차원에서 '장애인의동등취급에관한법률(BGG)'이 제정되었으며, 16개 주에서 각각 의회 의결을 통해 2005년 바덴뷔르텐부르크주를 마지막으로 모든 주에서 장애인평등법이 제정되었다.

장애인평등법은 장애인의 동등한 사회 참여와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의무이며,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을 법과 제도로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인이 외부의 도움 없이 건축물 등 시설물, 교통수단, 기능적 도구, 정보처리체계, 청각 및 시각적 정보원, 의사소통 수단 및 기타 그 이외의 생활시설에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정부 및 공공 기관들부터 선행할 것을 명시했다.

이 법을 근거해 장애인이 공공시설 또는 교통시설을 이용할 때 적절한 배리어프리 시설의 부재에 따라 사회참여권을 제한받는 경우, 본인이 직접 또는 동의하에 일정한 요건을 갖춘 단체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

교통시설 및 대중교통 수단이 배리어프리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명시한 조항은 독일 철도건설 및 운영규정(EBO)을 변경하는데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다. 장벽이 없는 철도교통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새롭게 지정됨에 따라, 독일철도(Deutsche Bahn)는 2002년 7월 여객운송 부서에 장애인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를 새롭게 설치했다. 이 부서는 전체 승객, 장애인 협회, 정치 및 행정 그룹 간의 요구사항들을 조정하고, 장애인이 가능한 장벽 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시설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2005년 6월, 독일철도는 향후 5년간 철도시설에 배리어프리를 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첫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매년 100개 이상의 배리어프리 기차역이 생기는 것을 목표로 할 것 △새로 건설되는 기차역에 배리어프리 시설을 갖추고 △1000명 이상 이용객이 있는 역에 엘리베이터 또는 긴 경사로를 설치해 개조할 것 △배리어프리로 만들어진 현대식 지역열차와 고속열차(ICE)를 구입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신체장애인을위한연방자조협회(BSK e.V.)가 오는 5월 5일 '장애인 평등을 위한 유럽 시위의 날'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 '장벽의 가시화' 캠페인. 이들은 스프레이 등을 통해 시설물에 배리어프리 문양을 남기고, 이를 통해 장애인의 접근성 부족 인식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BSK e.V. 홈페이지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장애인권리협약 … 일상의 차별을 실질적으로 금지할 것

장애인평등법은 분명 장애인의 평등한 사회참여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간 성과였다. 다만 이 법은 민간 부분을 포함하지 않고 있었고, 때문에 막상 일상생활에서 장애인들의 평등권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후 2006년 8월 독일은 일반평등대우법(AGG)을 제정해 '인종, 민족, 출신, 종교와 세계관, 연령, 장애, 성적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 차별금지법은 특히 고용관계 및 일상생활 및 사적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했는데, 이는 장애인에게도 적용되었다.

장애를 이유로 차별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은 기존 노동법에도 새롭게 들어갔다. 이 차별금지법에 따라 장애인은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차별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연방차별금지청(Antidiskrminierungsstelle des Bundes)에 신고해 손해배상을 요구하거나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2006년 12월 채택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모든 국가가 △사회 각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을 보호하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촉진했다. 특히 장애인의 존엄과 권리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모든 정책 영역에 해당 협약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독일을 포함해 전 세계 장애인들에게 환영받았다. 독일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장애인평등법에 따라 연방정부와 지자체들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들의 동등한 사회참여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지만,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사회참여를 가로막는 장벽과 장애인들을 고립시키는 특수구조(대형 거주시설, 특수 어린이집 및 유치원, 특수 작업장 등)는 여전히 존재했다.

독일 정부는 이 협약을 2008년 비준하고(2009년부터 효력), 2011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실현을 위해 국책추진계획을 수립하고 향후 10개년 계획으로서 장애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다양한 부분에서 200개 이상의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했다.

특히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9조에 나오는 '이동성 및 접근성' 확대 조항에 따라 대중교통, 철도, 항공, 도로, 선박 영역에 배리어프리를 갖춘 설비를 보강하는 정책들이 포함됐다. 독일 정부와 각 지자체는 당시까지도 대중교통 수단 및 시설을 배리어프리로 갖춰왔으며, 이에 매년 독일 내 100개 이상의 철도역이 배리어프리로 갖춰지고 있었지만 여기에 추가로 장애인 맞춤형으로 설비를 보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013년 독일은 여객자동차운수법(PBefG)을 개정하면서 거동에 제한이 있거나 모든 유형의 신체 및 감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고, 이에 따라 2022년 1월 1일부터는 대중교통을 배리어프리로 만들도록 규정했다.

또한 독일은 각 지자체의 교통 당국으로 하여금 '최대한의 접근성 목표'를 추구하는 철도 시설 및 차량 설계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의무화했다. 기술적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불가피하게 의무 기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를 예외로 두었지만, 목표 기간을 명시하도록 했다.

향후 지자체에서 지역 교통을 계획할 땐 장애인 대표, 장애인 자문위원회 외에 장애인 협회도 참여하도록 했다. 버스를 이용한 장거리 이동이 증가함에 따라 2020년 1월 1일부터 모든 장거리 버스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공간이 2개 이상 설치되도록 했고, 해당 탑승 보조장치(리프트)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 조항은 2016년부터 운행되는 신규 버스부터 적용되었다.

독일 전역 81% 철도역에 장애인 엘리베이터·경사로 설치 … 100%를 위한 노력

2022년 9월, 독일연방의회는 지자체와 독일철도가 제출한 배리어프리 현황을 바탕으로 독일 대중교통 배리어프리 현황을 발표했다. 먼저 철도의 경우 2021년 기준 독일에는 기차역 약 5400개, 승강장 약 9300개가 존재하고, 승차 정보 전광판이 약 6800개, 엘리베이터가 약 2500개, 에스컬레이터가 약 1000개가 설치되어 있다.

승강장으로 가는 길을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계단식이 아닌 경사로나 엘리베이터로 마련한 역이 81%다. 승강장까지 동선 안내용 점자블록이 설치된 역과 열차 운행 전광판과 음성 알림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역이 각각 98%와 99%, 대비 색으로 계단이 표시된 역은 74%에 해당한다.

독일철도는 이 밖에도 '유럽연합 교통약자를 위한 호환성 기술 기준'(TSI PRM)에 따라 해당 역들을 조사했고, 경사로와 엘리베이터 설치를 기준으로 전체 역의 81%(승강장 기준 86%)가 접근성을 충족했다고 평가했다.

2021년 5월 제4차 배리어프리 확장 프로그램을 발표한 독일철도에 따르면, 독일철도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배리어프리 사업에 약 47억 유로(약 6조 3146억 원)를 투자했다. 2022년에는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투자 지원으로 약 18억 유로(약 2조 4184억 원)를 들여 독일 전역의 기차역에서 배리어프리를 포함한 현대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어서 2023년부터 2030년까지 156억 유로(20조 9,591억 원)가 투자될 예정이다. 2030년까지 모든 기차역에서 한 개 이상의 승강장을 완전한 배리어프리로 만들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이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서부역 사례(관련기사 ☞ "독일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배리어 프리'의 실현")와 같이 배리어프리 확장 사업이 미뤄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사실 독일철도는 2012년부터 프랑크푸르트 서부역에 배리어프리 확장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장애인 단체에서 요구하는 모든 배리어프리 시설 마련을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미뤄왔다.

그사이 장애인들의 요구가 계속됐고, 프랑크푸르트시는 2022년 1월이 되어서야 새로운 배리어프리 확장을 위해 2200만 유로(약 296억 원) 프로젝트에 880만 유로(약 118억)를 지원할 것을 승인했다.

해당 계획에는 3개의 새로운 엘리베이터와 배리어프리 공중 화장실 설치가 포함되어 있으며, 2024년까지 공사 완료, 2025년 하반기 시운전이 예정되어 있다. 만약 누군가 요구하거나 항의하지 않는다면, 이 계획은 또 언제 미뤄질지 모르는 일이다.

지자체 대중교통의 경우 구체적인 수치를 밝힌 주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전체 장애인 중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수도 베를린의 경우 2021년 기준 버스, 전철, 트램 차량을 모두 배리어프리로 갖추고 있다. 베를린은 여기에 추가적인 배리어프리 확장을 위해 2021년 500만 유로(약 67억 원)를 더 사용했다.

독일 16개 주 중 인구수가 가장 많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경우 버스는 96%, 트램은 87%가 배리어프리로 운행되고 있으며, 최근 4년 사이 매년 4200만 유로(약 563억 원)를 배리어프리 확장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매년 최대 5600만 유로(약 751억 원)를 대중교통 배리어프리로 사용하고 있는 바이에른주의 경우, 모든 대중교통 수단 중 94%가 배리어프리를 갖추고 있고, 2020년에만 약 700대의 버스가 배리어프리로 추가 교체 및 개조됐다.

이밖에도 독일 지자체 대부분의 주에서 '기차를 포함해 모든 대중교통 시설에 배리어프리를 확대'하고자 '나름의 목표를 수립하고 해마다 실행'해가고 있다고 보고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올해 공개한 수도권 지하철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 사고일지. 서울시는 이명박,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전 역사에 대한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약속했지만, 울시 내엔 아직 21곳의 역사가 승강기 미설치 지역으로 남아있다. 지난해부터 시정을 맡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세부 실천계획' 상의 승강기 설치 시점을 2024년까지 다시 미뤄놓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배리어프리, 여전히 부족" … 독일 장애인들, '100% 완전한' 이동권 요구

하지만 현실은 역시 차이가 있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찌알헬덴(Sozialhelden)은 오픈 소스 기반의 휠맵(Wheelmap)을 개발해 독일 내 주요 공공장소 및 대중교통 시설 배리어프리 현황을 지도로 표시하고 있다.

휠맵이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독일 공공장소의 약 40%가 배리어프리가 아니거나 부분적으로만 배리어프리가 갖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베를린의 경우, 175개 U반(U Bahn) 역 중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이 34개다. S반(S Bhan) 역의 경우는 168개 중 7개 역이 배리어프리를 갖추지 않고 있다. 고장으로 작동이 안 되는 엘리베이터는 약 30대에 달한다.

정류장의 경우, 803개 트램 정류장 중 273개와 약 6500개 버스 정류장 중 대부분이 배리어프리 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다. 특히 버스 정류장의 경우, 동선 안내용 점자블록과 버스 승차 시 입구 높이와 정류장 턱 높이를 최대한 맞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휠체어 이용자가 운전기사나 발판의 도움 없이 저상트램과 저상버스를 승차할 수 있는 ‘완전한 배리어프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에선 2020년 1월 최초로 베를린 슈판다우(Spandau)구의 한 버스정류장이 버스가 정차하는 위치에 맞춰 정류장 턱을 기존보다 6cm 더 높인 22cm로 만들어, 해당 역에선 휠체어 이용자들도 발판의 도움을 받지 않고 버스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진행되는 대중교통 배리어프리 확대 사업은 지자체장과 연립 주정부를 구성하는 정당들의 우선순위에 따라 지연될 수도 있고, 배리어프리 시설을 만들었더라도 해당 시설이 계속적으로 관리되고 보수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의 장애인 단체들은 지금도 '완전한 이동권'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2022년 5월 5일 장애인평등을위한유럽항의의날(European Equality Day of Protest for People with Disabilities)에도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 전역에서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비롯해 장애인 평등권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작년으로 30주년을 맞이한 장애인평등을위한유럽항의의날 모토는 "목표는 배리어프리! 포용을 위해 속도를 높이자"였다. 이날 베를린 시위에는 독일자기결정적인삶(Selbstbestimmt Leben in Deutschland), 소찌알헬덴 등의 크고 작은 장애인 그룹들이 함께 했으며, 그들은 여전히 보장되지 않은 이동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1992년부터 매년 5월 5일 기념하고 있는 “장애인평등을위한유럽항의의날”, 매년 이날엔 많은 장애인 단체들이 모여 장애인을 포용하는 사회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은 2013년 5월 베를린 연방 총리실 앞에서 열린 집회다. 참여자들은 “내가 결정한다”라는 현수막 문구를 통해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했다. ⓒBerliner Behindertenverband e.V.

한국 1년 장애인 예산, 독일 한 도시에도 못 미쳐 … 당사자 관점 정책 필요

작년 말 한국 기획재정부는 2023년 정부예산을 결정하면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일부 법률 개정안에 해당하는 예산으로 237억 원을 편성했다. 이것은 2022년 인구 74만 명의 프랑크푸르트시에서 시의회와 독일철도가 서부역 한 개역의 배리어프리 확장을 위해 편성한 예산보다 더 적은 금액이다.

국회에서 통과한 237억 예산안은 정부안 대비 106억8000만 원 증가한 것이지만, 전국장애인파별철폐연대(전장연)가 요구한 증액안의 0.8%에 불과하다. 전장연은 이 예산이 차량 관리비(유류비, 유지비)만 포함하고 있고 운전원 인건비는 빠져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으며, 대폐차 저상버스 도입을 포함한 특별교통수단 도입 보조 운영비 지원을 위해 1437억 증액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전장연은 1월부터 서울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다시 장애인 이동권 행동에 도입했다. 이에 서울시 오세훈 시장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예고했고, 실제로 경찰, 서울도로교통사 보안관들이 시위를 하려는 장애인들의 지하철 탑승을 무력으로 막고 있다.

독일의 장애인 이동권 운동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그 과정에선 변화가 있었다. 장애인의 이동을 보장하는 법이 제정됐고, 이를 실행하는 구체적인 정책엔 정부와 지자체의 상당한 예산이 들어갔다.

장애인을 비롯해 모든 교통약자를 포함하는 대중교통을 위해 여전히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적어도 이것이 모든 시민의 복리를 위해서, 더 나아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에만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최소한 이곳에는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을 가리켜 "수백만 서울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고 말하는 정치인은 없었다.

독일에서, 변화는 일상의 평등권이 비장애인 시민에게만 맞춰져야 한다는 시각이 바뀔 때 일어났다. 리프트를 이용해 장애인을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버스 바닥을 낮출 때, 그때서야 ‘정책’은 모두를 위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이동권 등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예산' 배정 문제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국내 장애인 운동의 최대 쟁점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21년 말부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기획재정부 배석 면담'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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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어진

한국과 독일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정치/사회 부문 기고, 번역, 리서치, 팟캐스트 제작, 라디오 방송 리포팅을 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삶'이란 키워드로 독일에 사는 한국 녹색당원들과 만든 <움벨트>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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