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선 지하철, 이제 타지 않겠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지하철4호선 삼각지역에서의 지하철 탑승시위를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23일 오후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2023년 420 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 출범 선언 및 지하철 행동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22년 동안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기다렸다. 우리는 또 기다리겠다"라며 "앞으로 4호선 지하철은 (시위로) 타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지난 2021년 12월 3일부터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을 주장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해왔다. 당초 서울지하철 4호선 등지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된 지하철 탑승시위는 올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결국 대통령"이라는 구호 아래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가장 가까운 삼각지역으로 그 범위가 한정됐다.
다만 이들은 최근 전장연 측에 강공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갈라치기, 혐오정치를 통해 '전장연 죽이기'를 하고 있다"라며 "오세훈 시장이 '전장연 죽이기'를 멈출 때까지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시청역에서 진행될 지하철 행동의 경우 시위에 의한 지하철 운행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탑승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앞으로의 시위 양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휠체어 이용 활동가들이) 일렬로 연이어 탑승하거나 열차 출입구에 사다리를 거는 등의 시위 방식이 아니라, 한 명씩 지하철에 탑승하는 일반적인 탑승방식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박 대표는 서울교통공사 측이 그럼에도 탑승을 거부할 경우엔 "아예 탑승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지난 1월 20일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참사 22주기' 당시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한 전장연 활동가들은 선전전 직후 '1분 이내에 1명씩 탑승'을 원칙으로 지하철에 탑승하려 했지만, 공사는 "시위 목적으로 지하철에 탑승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며 이를 봉쇄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표는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열차 진입을 시도했고, 오히려 지하철 보안관들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열차 운행지연이 빚어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 22년 전 죽은 장애인을 생각하며, 박경석은 휠체어에서 내렸다)
박 대표는 시청역 탑승시위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일정 계획은 정해져 있지 않다. 오세훈 시장이 전장연 죽이기를 멈출 때까지 할 예정"이라며 "이후 상황에 따라 다시 격렬한 탑승시위가 벌어질 수도 있지만 일단은 일반탑승 시도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삼각지역 기자회견을 마친 박 대표는 그대로 지하철에 탑승해 시청역으로 이동, '420 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 출범식' 본 대회를 이어나갔다.
박 대표의 열차탑승은 "시위 목적이 아닌 단순 이동 목적"으로 피켓과 마이크 등 기자회견 관련 물품을 소지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 공사 측과의 소요를 피하기 위해 박 대표 혼자 열차에 탑승했고, 이외 활동가들은 흩어져 시청역으로 이동했다.
공사 측 관계자는 "지연이 안 된다면 (알겠다)"라며 탑승을 허가했다. 박 대표는 "열차에 오랜만에 탄다", "피켓 없이 열차에 타니 감회가 새롭다"는 등의 소희를 남겼다.
한편 이날 출범한 '420 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은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시혜적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로 명명"하고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권리, 자립생활권리 등을 주장하기 위해 매해 3~4월 출범하는 인권·시민단체 연대체다.
탈시설 및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주장하는 진보적 장애인 운동 단체들을 포함해 전국 147개 시민단체가 해당 공동투쟁단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부터 서울시청 동편 광장에서 △서울시 전장연 표적조사 규탄 △중증장애인일자리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 촉구 등을 주제로 한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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