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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가장 저렴한 자주국방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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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가장 저렴한 자주국방 길일까?

[정욱식 칼럼] 핵무장론의 허와 실(1)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과 관련해 최근 두 가지가 주목을 끈다. 하나는 최근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70%를 넘다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자체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오랜 시간이 안 걸려서 우리 과학 기술로 앞으로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분리된 것이 아니다. 핵무장 지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데에는 북핵에 대한 위협 인식 못지않게 한국이 결심하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현재 2만 톤에 가까운 사용후 핵연료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면 다량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점에 주목해 한국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자체 핵무장을 논할 때 반드시 빠져봐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가성비'이다. 혹자들은 핵무장이 매우 저렴한 방식으로 자주국방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1조 원을 투입하면 1-2년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맹위를 떨친다. 과연 그럴까?

사용후 연료에서 핵무기 물질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려면 재처리 시설을 지어야 한다. 한국은 재처리 시설을 건설·운영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미국이다. 세계 최초로 핵 재처리 시설을 개발·운영한 미국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사용후 연료을 재처리하기보다는 지하 시설에 보관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재처리를 무기한 금지한 데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재처리 재개로 방향을 틀면서 새로운 재처리 시설을 지으려고 했다.

그러자 주무부처인 에너지부는 비용 추산 결과를 내놨다. 연간 2000톤의 사용후 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시설을 짓는 데에만 200억 달러(약 25조 원)가 소요된다는 것이었다. 또 미국의 핵전문가들은 재처리 시설 운영비도 매년 수십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어떨까? 일본 롯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의 사례를 참고할 법하다. 애초 이 시설은 1993년에 착공돼 1997년에 완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6차례나 연기를 거듭한 끝에 아직도 완공되지 않았다. 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초 건설비는 7조원 정도로 추산되었지만, 최근에는 30조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40년 간의 운영비를 합치면 총비용은 140조원에 이른다고 일본의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물론 재처리 시설을 이보다 작게 만들면 비용이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재처리 시설을 상용화해본 적이 없다. 실제 재처리 시설의 완공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요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플루토늄을 추출했다고 해서 바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도의 기폭장치를 포함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도 필수적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러한 경험 역시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소부장'을 외국에서 수입할 수도 없다. 이들 품목은 엄격한 국제적 수출통제 체제 안에 있기 때문이다. 즉, 자체적인 핵무기 연구·개발·제조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비용과 산업적·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고 핵무기를 만들더라도 최후의 난관은 남는다. 바로 핵실험이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과 언론은 핵실험이 없어도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도 그렇게 했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팩트부터 잘못되었다.

이스라엘이 핵무장에 성공한 데에는 세 가지 요인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널리 알려진 미국과 영국의 묵인뿐만 아니라 1960년을 전후한 프랑스의 전폭적인 지원 및 1979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의 핵실험이 바로 그것이다. 즉, 이스라엘은 공식적인 핵실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노하우를 프랑스로부터 전수받았고 남아공에서 비밀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핵무기 개발을 지원해줄 나라도 없고, 핵실험장을 빌려주거나 핵실험 데이터를 공유해줄 나라도 없다. 물론 핵실험이 없어도 핵폭탄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핵무기의 핵심적인 가치, 즉 무기로서의 신뢰성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핵무기를 만들어본 경험도, 해체한 경험도 갖고 있는 지그프리드 해커 전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장은 <38노스> 기고문에서 "한국의 과학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핵실험 추진시 주변국은 물론이고 "한국 국내에서도 강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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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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