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나경원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구애를, 친윤계에는 비판을 지속하며 '분리대응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신은 '윤핵관'등 친윤계와 불편한 사이일 뿐, 윤 대통령과 척을 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당심에 구애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범친윤계 안철수 의원도 나 전 의원 편에 서서 친윤계를 견제하는 등 전당대회 구도가 '나경원-안철수 연대'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나 전 의원은 17일 대구 동화사를 방문해 스님들과 차담 및 오찬을 하며 "국운 융성과 어려운 나라를 바로 세우려고 하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해달라"고 윤 대통령을 향해 우호적인 메시지를 냈다. 동화사는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당선인 신분으로 찾았던 절이기도 하다.
반면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는 자신의 저출산위 부위원장 해임 결정에 대해 "최종적으로 대통령께서 내린 결정일 것이다. 그래서 저는 그 뜻을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 저는 그러기에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측근·참모 그룹의 온도가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 전 의원은 이어 "내년 총선 승리는 온 국민이 함께 어렵게 세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는 당 대표가 아닌 국민의 뜻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를 시정하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당권 의지를 좀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나 전 의원은 그러면서 "대통령을 에워싸서 눈과 귀를 가리는 여당 지도부는 결국 대통령과 대통령 지지 세력을 서로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여당 지도부인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윤 대통령에 대한 애정은 계속 표현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것이 없으면 당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며 "(윤 대통령과 친윤계를) 좀 분리대응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한편 나 전 의원은 전날 저녁까지 자신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으나, 이날 동화사 방문 후에는 "이제 마음의 결심이 거의 섰다"고 했다. 그는 "어떤 결심인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때는 아니"라면서도 "여론조사가 좋다고 출마하고, 안 좋다고 출마를 안 하는 건 아니다"라고 출마 쪽으로 기운 내심을 시사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지지층 여론조사 1위 자리를 김 의원에게 내준 데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여론조사와 관계없이 전당대회 모습이 어떻게 가느냐, 당의 미래가 어떻게 돼야 하느냐가 근본적 고민"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당 대표의 덕목은 뭐니뭐니 해도 국민 뜻과 마음을 대통령께 잘 전달하고 이간하지 않는 것"이라고 친윤계를 겨냥한 메시지도 재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같은날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의원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다. 안 의원은 전날 나 전 의원, 윤상현 의원과 결선 투표 국면에서 '수도권 삼각 연대'를 꾀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나경원·윤상현과 뜻 같다. 결선투표로 가면…")
안 의원은 기자들이 '나 전 의원이 대통령과 지지층을 이간하는 당 대표는 안 된다고 했다'고 전하며 의견을 묻자 "굉장히 당연하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면 저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아무런 물의나 문제가 없이 원만하게 일을 수행했다"며 "국정과제에 대한 이해도 등은 다른 어떤 경쟁 후보들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라고 자부한다"고 본인의 경쟁력을 내세웠다.
반면 친윤계 주자인 김 의원에 대해서는 각을 세웠다. 안 의원은 전날 김 의원이 "김장연대는 이미 철 지났다. 그런 용어는 안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한 데 대해 이날 "김 의원께서 이미 김치냉장고 사놓으셨다고 했는데 참 안타깝다"고 비꼬았다. 앞서 두 사람은 이른바 '김장연대'를 두고 "김장김치는 3월이면 쉰다"(안), "4, 5월 되더라도 맛있게 만들어주는 김치냉장고가 있다"(김)라고기세 싸움을 벌였었다.
나 전 의원도 전날 저녁 김 의원의 같은 발언에 대해 "이제 와서 숨기고 싶으신가 본데, 근데 숨긴다고 숨겨질까"라고 꼬집었다. 나 전 의원은 "저는 죽었다 깨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한 친윤이 돼야 하는데 그들끼리의 친윤, 배제하는 친윤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에서는 나 전 의원에 대해 "아마도 나오지 않겠느냐. 그리고 전 아주 옛날부터 나오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면서 친윤계가 나 전 의원 출마에 부정적 의견을 쏟아내고 있는 데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당원들이 나올 자유가 있지 않느냐. 그러면 그 사람(각자)의 판단이 합리적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또 결선투표 국면에서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이날도 "결선 투표가 있다고 하면 1차 투표에서는 연대가 전혀 일어나지 않고 2차, 두 사람이 있을 때 떨어진 후보들 중에 누구와 연대를 하는가 그 순서"라며 "수도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뜻을 함께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 의원은 "여당의 역할은 첫째 대통령실과 정부에서 하려고 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국회에서 뒷받침해 주는 일"이라면서도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합하다. 그렇게 되면 지지율이 더 이상 올라가지를 않는다"고 당정관계의 견제·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플러스 알파를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대통령실에서 가끔 민심과 약간 다른 그런 판단을 할 때 제대로 그 점을 지적하고 오히려 더 좋은 대안을 제시를 해 주면 더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안 두 주자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천안 백석대학교 특별강연, 국민의힘 충남 천안병 당협 신년인사회 등 충청권 일정을 소화헀다. 김 의원은 이날 "자기 정치하고, 선사후공하고, 그런 것을 통해 우리가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라며 "그런 모습으로 다시 당 대표를 뽑는다면 우리 당은 다음 총선에서 절대로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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