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전당대회 결선투표를 전제로 나경원 전 의원까지 포함한 '수도권 삼각 연대'를 꾀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수도권 당 대표론'을 고리로 윤상현 의원과의 '안-윤 연대'설이 나온 데 이어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친윤 주자 김기현 대 안철수·나경원·윤상현 연합'으로 재편될 조짐이 보인다.
안 의원은 16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의원, 나 의원과 단일화를 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결선투표제는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는 투표다. 이번에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도 "결선투표에서 떨어진 의원들은 각자 '나는 누구를 더 지지하겠다' 이렇게 말씀을 보통 하시게 된다"며 결선투표 국면에서의 연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안 의원은 "결선투표제이기 때문에 일단 각자 자기의 장단점을 충분히 대중에게 어필하면서 경쟁을 해야 되는 것"이라며 "나 전 의원께서는 아직 출마 의사를 안 밝혔으니 아직 모르겠지만 '수도권이 중요하다' 그런 뜻에서는 저나 윤 의원이나 나 전 의원이나 같은 생각"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전날 페이스북에 전당대회와 관련 특정인을 향한 위험한 백태클이 난무한다고 쓴 것이 나 전 의원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에도 안 의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피선거권이 있는 분은 자기 의사가 있으면 어느 분이든 나올 수 있지 않나"라며 나 전 의원의 출마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안 의원은 '수도권 연대'의 맞은 편에 선 김기현·장제원 의원의 '김장연대'에 대해서는 "본질이 영남 연대다. 그게 꼭 나쁘다기보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에 대처를 못한다"며 "더 문제가 '여기(김장연대)에 줄을 안 서면 공천을 못 받을 거다' 그런 공포 정치가 사실 본질에 가깝다"라고 재차 비판했다.
친윤계가 나 전 의원에게 공세를 펴는 데 대해서도 안 의원은 "누가 이기든 거기에서 우리가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는 마음을 모으고 당이 컨벤션 효과를 얻어야 바람직한 전당대회 아니겠나"라며 "그런데 오히려 분열로 가고, 더 나쁜 것은 예전에 '진박 감별사' 때문에 완전히 다 이길 선거를 망친 적이 있다. 이번에도 그러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주말 사이에도 나 전 의원과 친윤계는 "제2의 진박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나"(나 전 의원), "반윤의 우두머리, 제2의 유승민"(장제원 의원) 등 페이스북을 통해 거친 말을 주고받았다.
나경원 측 "대통령 귀국하면 출마 여부 밝힐 것…김기현, 잠깐 반짝"
아직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며칠 사이 행보라든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출마 의지는 명확해 보이지 않나"라며 출마 쪽에 무게를 실었다. 박 전 의원은 "다만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외국에 나가 계시니까 그 기간에 어떤 의사를 밝히는 것은 좀 예의가 아니다. 국내 정치 걱정하시게 만드는…(것은 안 된다)"라며 "귀국 후에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은 "나 전 의원은 저출산위 부위원장 사의를 표할 때부터 출마 의지가 굉장히 컸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전 의원 역시 '김장연대'와는 각을 세웠다. '윤심 당권주자'로 평가받는 김 의원의 경쟁력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약진은 확실해 보인다. 권성동 의원도 불출마를 했고 그런 표들도 흡수가 될 거고 연일 언론에서 치열한 각축을 보도하기 때문에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윤심팔이를 하는 당 대표 선거전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 그 다음에 김 의원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분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김 의원이 1위로 나온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잠깐 반짝하겠지만 결국은 공정과 상식, 그리고 정의에 따른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특히 '윤핵관 중 윤핵관' 장 의원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좀 말조심을 해야 한다. 나 전 대표가 한참 선배 아닌가"라며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분이 이렇게 전면에 나서서 (전당대회) 경선전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처음 봤다. 바람직하지 않다. 당 대표 선거전에 절대로 대통령을 끌어들이면 안 된다. 그 다음에 인신공격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전 의원은 "지금 덧셈의 정치를 해야지 뺄셈의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덧셈의 정치'는 윤 의원의 선거 주요 구호라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발언이었다.
장 의원이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이유를 묻자 박 전 의원은 "초조함의 발로 아닌가"라며 "나경원 전 대표가 계속 독보적으로 여론조사 1위를 차지하고 김기현 의원은 뜨지 않고 하니까 굉장히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친윤계의 나 전 의원을 향한 공세 전반에 대해서도 박 전 의원은 "나 전 대표가 얘기했듯이 제2의 ‘진박 감별사’가 나오는 당의 행태는 공정하지 못하고 대통령 측근들이 나서서 나경원 대표를 총 공격하는 양태에 대해 국민들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당원들도 '굉장히 좀 심하다. 유승민, 이준석 이런 것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그렇게 선거 때 고생하고 당의 큰 자산인 나 전 대표를 이렇게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런 인식이 퍼져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의원은 또 "과거에도 대통령이 여당 대표 누구를 선호하는 경우는 있어도 출마 자체를 봉쇄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그리고 후배 정치인들이 선배 정치인을 조롱하고 폄하하고 마타도어를 퍼뜨리고, 이런 혼탁한 적은 없었다"며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 또 당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분들은 언행에 아주 신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내년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과 성과로 치러질 선거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처"라며 "후보 간 과열 경쟁이 그래서 더 염려된다"고 해 전당대회를 둘러싼 당내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시도했다.
정 위원장은 "전당대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상대방을 향한 말이 같은 당 동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날이 선 느낌이다. 좀 더 차분하게 가면 좋겠다"며 "모두가 자중자애하며서 반목과 갈등이 아닌 단결과 화합의 국민의힘을 보여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전당대회를 대통령을 공격하고 우리 당을 흠집 내는 기회로 사용하지 마시라. 이런 분들에 대해서는 당과 선관위원회가 즉각 제재에 나서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원론적 이야기다.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전당대회를) 100% 책임 당원들의 단결과 화합,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게 저희 지향점"이라며 "그런 데 부합하기 위해 서로 자중자애하면서 첫째도, 둘째도 혼연일체의 집권여당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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