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고 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고 참사 발생에 대해 사과했다.
이 장관은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 출석한 자리에서 "제가 최근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드린 말씀으로 적지 않은 분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섣부른 추측이나 예단은 삼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드린 말씀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슬픔에 빠져 있는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점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한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더욱 사고수습과 사고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대형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혼신의 힘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국민 여러분께 드린다"고 했다.
이 장관의 유감 표명과 사과는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가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따라 의원 질의 없이 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 등 관계 부처 보고로만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도 "지난 30일 행정안전부 장관께서 하신 발언에 대해 위원장이 한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고 이 장관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이 장관이)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고 해, 경찰 인력이나 소방 인력 투입이 적정수준이었던 것처럼 비쳐지게 한 발언은 그 취지가 어떠하였든 간에 이번 사고로 깊은 슬픔에 빠지신 유족들과 국민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장관께서는 위원장의 지적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 장관이 "현안보고 직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하자 이 위원장은 "지금 말씀해주시기 바란다"고 다시 답변을 요구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오늘 회의는 정부의 사고 수습에 국회가 적극 협조한다는 의미에서 현안보고 내용에 대한 질의를 실시하지 않기로 위원장과 여야 간사 간 합의가 있었다"고 질의응답을 하지 않기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같은 양당 간사 합의 내용에 반발하며 "정부당국 입만 바라보고 앉아있는게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할 일이 아니다", "이렇게 들러리를 서면 앞으로 나쁜 선례가 반복될 것"이라고 항의한 끝에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문진석·이성만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이 장관의 입장 표명과 정부 측의 보고 내용이 부실하다고 고성으로 항의했다. 결국 이 위원장은 질의 대신 여야 간사위원 1명에게만 의사진행 발언 형태로 발언을 허가했다.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안타까운 것은 장관의 보고가 너무 평이했고 언론에서 볼 수 있는 정도 수준이었다는 것"이라며 " 사고가 왜 났는가, 지금 어떻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겠다 하는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행안부 보고 내용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진정한 추모는 진실을 밝히고 문제 있는 부분에 대해서 문책도 하고 책임도 물어야 되는 것이다. 그걸 통해서 진정한 추모가 되고 국민적 화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서 "빠른 시간 내에 행안위가 다음 주 현안질의를 통해 국민들에게 명명백백히 밝히고, 진상규명을 토대로 해서 향후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는 대책을 반드시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반면 "국민의힘 의원 전체는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이번 참사에 대해서 비통함과 깊은 책임감을 통감한다"면서도 "아직도 사상자들에 대한 구호 조치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도 지금 수사가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안질의 시간을 갖는 것이 조금은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다만 "차후에 야당 간사와 상의해서 (만든) 그런 자리를 통해 국민에게 사고의 원인도 규명하고, 수습 과정도 설명드리고, 앞으로의 재발 방지도 말씀드리고, 정말 티끌 하나 남김 없이 철저히 공개해서 국민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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