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환경부가 위법소지가 있는 확약서를 써준 것으로 밝혀졌다. 설악산케이블카 설치에서 중요 쟁점이 되었던 상부정류장 위치를 사업자가 변경하도록 환경부가 사실상 허가해주었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4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에서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이 의원이 원주지방환경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 주재로 원주지방환경청과 양양군, 강원도 등은 기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 요구사항에 대한 이행방안과 범위를 세부적으로 정하는 실무회의를 5차례에 걸쳐 진행한 뒤 확약서를 작성했다.
문제는 확약서 내용 중 '토지이용의 이행방안 부문'에 상부정류장 위치이동에 따른 이용계획 재수립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있다는 것이다.
상부정류장은 설악산케이블카 설치가 추진된 10년 전부터 사업 허가의 쟁점이 되었던 부분이다. 정류장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산양 주서식지와 아고산지대(저산대와 고산대 사이의 지대) 판단 유뮤, 케이블카 안전성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자가 제시한 상부정류장 일대는 산양 주서식지에 포함되고, 식생보전등급 1등급에 해당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이번 확약서 작성을 통해 사업자는 상부정류장 위치를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 별도의 자료 제출 없이 설악산케이블카 사업계획을 사업자가 변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의원은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경우 사업자는 환경부에 환경영향평가법(시행령 55조 1항)에 따라 사업계획서와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환경영향의 조사·예측·평가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환경부는 변경사업과 관련된 어떤 자료도 양양군으로부터 제출받지 않고 확약을 해줬다"라고 지적했다. 입지변경의 타당성을 확인하지 않고, 상부정류장 위치이동을 사실화한 것으로 위법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또한 "환경영향평가법에는 '조정절차'와 '주민의견수렴 절차'는 있어도 '확약'같은 절차는 없다"라며 "심의기관인 환경부가 사업자에게 환경영향평가 조사 방법과 관련해 확약서를 써준 것은 월권을 넘어 사업자와 결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 같은 질의에 "국민권익위 제안에 따라 확약서를 썼다"라고 해명했다.
"산업부 2중대냐"...환경부 규제기관 역할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환경부가 규제기관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노웅래 의원은 "환경부가 환경규제 현장대응 태스크포스(TF) 운영을 시작했고, 규제를 푼다며 기업과 핫라인도 구축했다고 홍보했다"며 "산업계로부터 상시로 의견수렴을 한다는 건데 환경단체와도 이런 TF를 구성했느냐"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이 언급한 환경규제 TF는 환경부가 지난 5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6대 경제단체와 환경규제 완화에 나서겠다며 구성한 TF다. 노 의원은 이런 환경부의 행보를 지적하며 "이러니까 환경부에 대해 '산업부 2중대'란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환경규제를 기업 입맛에 맞게 풀겠다는 얘기 이상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 또한 "규제부서인 환경부가 임무를 잃고 마치 진흥부서인 것처럼 뛰기 시작하면 환경은 누가 어떻게 지키나"라며 "환경부 장관은 우리 공유지를 어떻게 지킬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기업은 오염의 원인자면서 (환경)개선의 주체"라면서 "기업이 원한다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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