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의회가 6일(현지 시각) 원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투자 기준인 그린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에 포함하는 기존 안을 확정했다.
이날 유럽의회 본회의에서는 328명의 의원이 원전과 천연가스를 제외하는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기존 안이 유지되었다. 지난 2월 유럽 집행위원회가 마련한 그린 택소노미 초안은 원전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친환경 투자로 분류한다.
해당 조건에 따르면 신규로 건설하는 원전은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하고, 원설 건설에 대한 자금과 부지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2050년까지 방사성 핵폐기물 처분장 운영 계획과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
유럽 내 일부 국가와 의회 위원회 차원에서 원전과 천연가스를 EU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데 관한 반대 의견이 나오는 등 진통이 있었으나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친환경 투자 기준에 원전과 천연가스가 최종적으로 포함되면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다면 향후 EU의 탄소중립 투자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됐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유럽의회의 결정이 "러시아 푸틴의 전쟁에 더 많은 돈이 흘러가게 할 것"이라며 "유럽 집행위에 공식적인 검토를 요청하고 법정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표결 결과를 반대하는 비판이 나왔다. 6일 <AP> 통신에 따르면 바스 아이크하우트 유럽의회 환경·공중보건·식품안전위원회 부의장은 "기후와 에너지 전환에 있어 어두운 날"이라며 비판했다.
룩셈부르크 에너지부 장관 클로드 투름은 "유럽 집행위원회의 시도를 막지 못한 의회의 결정에 실망했다"라며 "룩셈부르크는 원전과 가스를 지속가능하다고 이름 붙이는 일을 막기 위한 법적인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연방총리 올라프 숄츠 또한 "독일 정부는 원전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여기는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의회의 이번 결정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방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작년 말 원전이 제외된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원전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 중이다.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서도 2030년까지 원전 비중 30% 이상 확대, 신한울3·4호기 건설 재개, 원전 투자 활성화 등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다만 원전 건설을 위해서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마련 등 까다로운 조건을 준수해야 하고, 재생에너지 비용 하락 등 원전 수익률이 악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원전 산업의 부흥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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