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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뭐란 걸 들어 본 적이"…TV토론서 확인된 윤석열의 부실한 '원전 확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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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뭐란 걸 들어 본 적이"…TV토론서 확인된 윤석열의 부실한 '원전 확대론'

'그린 워싱' 조차도 따라갈 수 없는 한국 원전…"EU택소노미, 오히려 원전 규제로 작용"

이재명 : EU 택소노미가 중요한 의제인데 원자력 관련 논란이 있다. 원전 전문가에 가깝게 원전을 주장하시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갈 건가?

(…)

윤석열 : EU 뭐란 걸 저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좀 가르쳐달라.

이재명 : 녹색 분류 체계를 말하는데 원전을 포함시키느냐 말 것이냐 논란이고, 이걸 녹색 에너지로 인정할지 말거냐 인데, 우리나라는 (원전을) 어디에 지을 것이냐, 핵폐기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주요 의제여서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녹색에너지로 분류가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원전 어디에다 지을 것인가?

(…)

윤석열 : 원전 입지 문제는 지금 여기에서 제가 어디다 짓겠다 할 수는 없다.

이재명 : 이미 (핵) 폐기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것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윤석열 : 핵 폐기물은 향후에 파이로프로세싱이라든가 이런 걸 통해가지고, 폐기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마 제가 볼 때는 신재생 에너지 고도화시키는 것 못지 않게 빨리 되지 않겠나 싶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원전을 '녹색'으로 분류한 유럽연합(EU) 택소노미(EU Taxonomy·녹색분류체계)를 언급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원자력 발전에 대한 공방을 벌였다. 최근 EU 집행위에서 확정 발의된 EU 택소노미는 원전을 기후·환경친화적인 '녹색'경제활동으로 분류해 오스트리아 등 일부 회원국과 환경단체로부터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지적한대로, 원전이 '녹색'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을 확보하고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도입해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같은 안전 조건을 제시한 유럽의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은 '녹색'으로 분류될 수 없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한국 뿐 아니라 유럽의 원전도 현재로서는 만족시키기 어려운 기준이다. '그린'은커녕, '그린 워싱' 조차도 제대로 따라갈 수 없는 게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원전 산업의 실체라는 말이다. EU 택소노미를 구실로 한국의 녹색분류체계(K-Taxonomy)에 원전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원전 확대'를 공약으로 내놓고 있는 윤석열 후보는 추가 원전 입지에 대해서도,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대책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윤 후보가 '핵 폐기물 처리' 기술로 언급한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 핵연료를 건식 방법으로 재처리하는 기술이다. 사용후 핵 연료를 다시 재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인데, 이 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일 뿐 아니라, 핵연료를 처리하는 게 아니라 재활용하는 것이므로 결국 '핵확산성'을 높이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회에서 확인된 것은 윤 후보가 EU 택소노미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 그가 주장하는 '원전 확대' 공약에는 EU 택소노미가 기준으로 제시한 '입지 문제',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조차 제대로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책 없는 한국 원전…EU택소노미에 환영할 이유도 없다

에너지전환포럼은 4일 논평을 통해 EU 택소노미가 원자력 업계에는 오히려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 놨다. 포럼은 논평에서 "EU 택소노미가 제시한 강화된 원전 안전성 개선 및 핵폐기물 처분책임 방침은 국내 원자력계가 결코 충족시킬 수 없는 고강도 방침"이라며 "원자력계는 전후맥락을 무시한 채 'EU가 원전으로 회귀했다'는 식의 여론 호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원전이 '녹색'으로 분류되기 위해 제시한 조건 중 하나로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확보 및 운영 세부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는데 현재 고준위 방폐장을 확보한 국가는 핀란드와 스웨덴 뿐이다. 포럼은 논평에서 "스웨덴은 처분부지 확보에 반세기 가까운 시간을 썼고 운영은 2030년대에나 가능한 상황"이라며 "핀란드도 처분장 부지확보, 건설까지 40년이 걸렸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포럼은 "이 나라들은 인구밀도가 낮고 원전설비용량도 작아 부지확보가 유리한 편"이었다며 "나머지 유럽국가들이 30년 안에 처분장을 건설하고 운영 계획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이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환경·기후 친화적인 녹색분류체계(EU Taxonomy)에 포함하는 규정안을 발의하자 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 본부 건물 앞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가면을 쓴 국제 환경 시민운동 단체 '아바즈' 활동가들이 "가스와 원자력은 '녹색'이 아니다"고 항의하며 EU의 녹색성장 전략인 '그린딜'을 매장하는 장례식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

포럼은 EU 집행위가 제시한 원전에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도입해야 한다는 조건도 유럽 원전이 만족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현재 거의 모든 원전에 적용된 지르코늄 피복 핵연료는 효율은 높지만 냉각에 실패할 경우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되는 사고 위험이 있어, 미국을 중심으로 원전 업계는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새로운 코팅의 핵연료를 연구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새 연료의 상용화 시점을 203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포럼은 이것이 단순이 기존 원전에 원료만 갈아끼우는 문제가 아니기에 상용화의 길은 멀다고 봤다. 포럼은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핵연료 설계가 변경되면 원자로 핵설계 코드, 열수력설계 코드 등 원자로 안전운전과 관련된 컴퓨터 코드 시스템을 다 갱신해야 하고, 또 갱신된 코드가 안전한지 규제기관이 심사해 면허를 부여해야 한다"면서 "그 뒤에도 기존의 핵연료 공장이 기존 제조공정을 변경해야하는 문제까지 이어져 실제 상용화는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유럽의 원자력계는 이 법안이 발효되더라도 실제로 신규원전 및 수명연장에 대한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히려 EU 택소노미는 단순한 금융지원조건을 넘어서 향후 세계 전력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기능할 전망이어서 원자력계에는 강력한 규제요인만 늘어난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포럼은 EU의 분류체계를 근거로 한국의 기존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일축하며 "우리 정부는 안과 밖에서 지속가능성 부합 논란을 낳고 있는 'EU 분류체계'에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보다 이미 구축한 녹색분류체계의 일관성을 유지해 국내에서 국내에서 먼저 실효적인 지속가능 금융체계를 이행하기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논평을 작성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유럽에서는 이미 한국보다 안전 면에서 한 단계 앞선 기술이 적용된 원전이 건설되고 있고 이번 논의는 그보다도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으로 한국보다 두 단계나 앞서 있는 논의"라면서 "그럼에도 EU가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시키기 위해 제시한 조건을 만족하는 원전은 현재 유럽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녹색당도 이날 논평을 내 "한국의 핵발전이 EU택소노미의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은 0%다. EU택소노미에 핵발전이 포함되었다고 해서 핵발전이 친환경이라 인정할 수도 없지만, 한국의 핵발전은 그나마 EU가 제시한 최소한의 기준도 만족시키지 못하기에 더더욱 친환경에너지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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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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