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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자 10명 중 4명은 계약도 없이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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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노동자 10명 중 4명은 계약도 없이 일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플랫폼노동, 이윤은 기업이 향유하고 책임은 노동자만 진다"

플랫폼 노동자 10명 중 4명은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체결여부 자체를 알지 못하고 일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약관 동의나 표준계약 형태의 계약을 체결한 플랫폼 노동자들도 작업 내용의 부당 변경이나 계약에 없는 작업을 지시받는 등 계약 이행 과정에서 부당함을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시장에서 기존 법 체계를 적용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기업과의 불균등한 고용관계로 인해 이중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모양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7일 <플랫폼 노동 실태와 특징Ⅲ - 계약의 불균등성과 권리 부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20년 하반기 서울지역 플랫폼 노동자 7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플랫폼 노동자의 계약 형태는 약관 동의(34.9%), 서면 표준계약 체결(28.2%), 계약 미체결(21.6%), 잘 모름(15.2%)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노동자 10명 중 4명 정도(36.8%)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체결 여부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셈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플랫폼을 활용하기에 약관은 대부분 회원 가입과 동시에 체결하고 있음에도 모른다는 것은 이해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다수의 노동자가 계약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롯이 개인의 책임이냐는 문제는 남는다.

계약이 명확한 상태의 노동자들도 계약 이행상의 문제를 경험했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겪는 계약 이행상의 문제점으로는 △작업 내용의 부당한 변경(20.1%) △계약 없는 내용의 부당한 작업의 지속적 수정 요구(17.7%) △계약조건 이외 작업 경험(16.9%) △일방적 계약 해지(12.2%) △불공정한 계약 강요(11.4%) △계약 기간의 일방적 연장(9.1%)의 유경험 등이 주요하게 조사됐다.

보수 지급 과정에도 부당대우가 있었다. 보수 지급 문제점을 묻는 조사에 응답자들은 △계약된 보수의 지연 지급(14.7%) △과도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 청구(13.4%) △계약된 보수의 일방적 삭감(12.6%) △수익이나 매출 정산자료 미공개(11.5%) △계약된 보수 미지급(9.8%) △추가 작업의 보수 미지급(9.0%)의 유경험 순으로 답변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플랫폼 기업의 약관 내용이 대체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 약관 형태는 거래관계를 통해 이윤은 향유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면책 조항들이 다수"라며 "특히 구체적인 업무 지시나 지침 등을 운영하면서도 책임은 노동자에게 과도하게 부과하는 기업이 확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가 예시로 든 번역 플랫폼, 전문 과외·강사 플랫폼 등의 약관 내용을 살펴보면 △고객의 요구(업무 수정 요구)가 있을시 노동자 개인이 추가비용 없이도 작업을 마무리하도록 규정했고 △손해 발생 과정에서 민형사상의 책임 규정을 적시했으며 △플랫폼 노동자의 '성실 의무'나 '위험과 책임' 혹은 '일체의 모든 책임과 의무' 등의 표현으로 플랫폼 노동자에게만 일체의 책임을 지우도록 규정하는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조건들이 발견됐다.

김 연구위원은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노동자 간의 이러한 불균등한 관계로 인해 "플랫폼 노동자의 분쟁 해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노동자들이) 부당한 일을 경험했을 때 제도적 해결 방안은 미약"하다고 꼬집었다.

분쟁 조정이나 해결 절차 등에 관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26.0%는 "분쟁 조정이나 해결 절차 등이 없다"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45.9%는 플랫폼이나 중개업체에 분쟁 조정이나 해결 절차가 있다고 대답했지만, 이 경우에도 효과가 없거나(24.8%), 불이익 우려로 사용하기 어렵다(7.2%)는 문제가 남았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열린 배달노동자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위한 인수위 면담요청 기자회견에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등 참가자들이 인수위원회로 면담요청서를 배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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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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