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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호소의 이주민 '새우꺾기'?…징벌이 아니라 건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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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호소의 이주민 '새우꺾기'?…징벌이 아니라 건강을

[서리풀 연구通] "구금이 아니라 인권을, 징벌이 아니라 건강을…"

사람은 새우가 아니다

지난 2021년 9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이주민에게 일명 '새우꺾기'라는 고문이 자행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관련 기사 : <시사인> 2021년 11월 1일 자 '외국인보호소 CCTV에 잡힌 '새우꺾기', 무슨 일 있었나') 새우꺾기는 사람의 몸을 뒤로 꺾은 후 손발을 함께 묶어 결박하는 행위를 말한다. 보호소에서 있었던 가혹행위는 그뿐이 아니다. 목 조르기, 포승줄·머리 보호구·박스 테이프 등을 이용한 가혹행위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왔다. 사건 공개 이후, 피해자를 대리하는 활동가들과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되어 '보호' 일시해제 조치를 신청했지만, 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가혹행위 가해자와 피해자가 여전히 마주하는 상황이다.

이주민 구금시설은 어떻게 건강을 해치나

사아디 알타프 박사가 이끄는 미국 연구팀은 이주민 구금시설 체류 경험이 구금된 이들에게 어떤 건강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연구를 발표했다.(☞ 바로 가기 : 이주민 구금시설의 누적된 위험이 미국 캘리포니아 구금 이주민의 건강결과에 미치는 영향)

분석자료는 2013~2014년 동안 캘리포니아 지역 내 이주민 구금시설 4곳 중 1곳에 구금된 18세 이상 성인 493명에게 영어와 스페인어로 조사한 것이었다. 연구팀은 이주민들이 구금시설 내에서 처한 구금환경을 알기 위해 크게 6가지 경험에 대하여 물었다. 그 내용은 (1) 잠이 부족한지 (2) 가족 면회가 어려운지 (3) 괴롭힘이 있었는지(징벌이나 보호소 직원에게 당한 신체적, 언어적 폭력 등) (4) 괴롭힘을 목격했는지(보호소 직원이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목격한 적 있는지) (5)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지 (6) 상담이나 심리지원서비스를 받기 어려운지 등이다.

고립, 괴롭힘과 폭력, 의료이용 어려운 구금환경

조사 참여자 493명 중 71.8%는 미등록이주민이었고, 참여자 전체 평균 구금기간은 8.7개월이었다. 구금된 동안 경험을 보면, 응답자 중 74.9%가 잠이 부족하다고 했으며, 37.9%는 가족 면회가 어려웠다고 답했다. 42%가 신체적, 언어적 폭력이나 징벌을 직접 경험했고, 48.7%는 다른 사람이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당하는 걸 목격했다. 의료서비스 이용이 어려웠다는 응답은 41.6%,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이 어려웠다는 답은 20.9%였다. 건강결과의 경우, 다수 응답자는 건강상태가 좋다고 응답했으나(69.4%), 절반 넘는 응답자가 구금된 동안 건강이 더 나빠졌다고 응답했다(56.0%).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연구결과다.

교도소를 복제한 구금시설

연구팀은 이주민 구금시설 내 언어적, 신체적 폭력이나 학대, 독방 구금 같은 특정 행위로 이주민 건강이 나빠진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이주민 개인의 몸과 마음에 이러한 부정적 경험이 누적되어 쌓여간다는 점에 주목한다. 구금시설 내 경험 6가지를 총점으로 따져 살펴본 결과, 여러 경험이 누적될수록 구금기간 동안 건강이 더 나빠질 비율은 39% 증가했다. 구금시설에서 부정적 경험 점수가 0점인 경우에 비해, 5점인 경우 스트레스 증상 개수가 2배 더 많이 나타났다.

앞서 화성 외국인보호소 가혹행위에 대해, 연대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일반 교도소에서조차 허용되지 않거나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반인권적 행위들이 '법의 공백'하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규탄했다.(☞ 바로 가기 : 참여연대 2021년 9월 29일 자 ''새우꺾기'고문, 징벌적 독방 구금, 공문서 조작 등 외국인보호소 내 인권유린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책마련 촉구한다') 외국인보호소에 갇힌 이주민들은 가족‧지인과의 면회나 심리상담 등의 지원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았고, 병원에 갈 때조차 수갑을 차고 수치심을 참아가며 진료를 받아야 했다. 이는 구금된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다.

▲ 지난해 11월 18일 서울 국가인권위 인근에서 열린 외국인 보호소 폐쇄 촉구 봉투 가면 행진. ⓒ연합뉴스

구금시설의 대안을 찾는 세계, 한국은?

이주민 구금시설에서 일어나는 폭력적 관행 한 가지를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구금시설 내 이주민을 공격하는 환경이 항상 다방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주민 구금시설은 설계‧운영과정에서 사실상 교도소 환경을 복제해왔고, 구금된 이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대상으로 여기면서 징벌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와중에 구금된 이주민의 건강은 필연적으로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미 세계는 이주민 구금시설을 끝낼 다른 대안(Alternatives To Detention, ATD)을 찾고 있다. 2021년 미국공중보건학회에 실린 한 논문은 이주민 구금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인권과 공중보건에 기반한 접근을 촉구했다.(☞ 바로 가기 : 미국의 이주민 구금-인권을 지키고 공중보건을 향상시키는 대안) 해당 논문은 이주민을 구금하는 현재 관행에서 벗어나 인권 기반으로 법을 집행하고, 사회서비스에 기반한 접근을 채택·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크고 작은 ATD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이주민이 가족과 만날 권리, 사회서비스를 지원받을 권리, 구금되지 않고 신체 자유를 보장하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구금이 아니라 지원을

예를 들어, 코스타리카는 난민신청자에게 안전한 쉼터를 제공하며, 에콰도르에서 미성년자는 행정범죄로 구금되지 않고 청소년 이주쉼터와 위탁가정으로 배정될 수 있다. 엘살바도르는 망명신청자를 72시간 구금할 수 없고, 스웨덴에서는 미성년자에게 ATD가 우선 적용되어 6일 이상 미성년자를 구금할 수 없다.

특히 2016년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ICE)은 5년 기한의 사회서비스 기반 ATD가족관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900명의 망명신청자 가족에게 음식과 의료서비스 등의 기본적 지원, 미국 법률 정보 지원, 향후 정착이나 이동에 필요한 관리를 받도록 하는 담당자 점검 방문서비스를 제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비용이 많이 들고 추방률이 적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이 조기 종료됐지만, 실제 프로그램 비용은 구금비용보다 훨씬 적었다(가족관리 프로그램 하루 1인당 38.47달러 VS 구금비용 1인당 318.79달러).

유엔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주민이 가장 잘 따르고 협력했던 ATD프로그램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이주민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법률상담을 연결시켜 주며, 물질적 필요를 충족해줄 지원을 하고, 프로그램 전과정에서 이주민을 존중하고 인도적으로 대우한다는 원칙을 제정한 것이었다.

보호소 이주민에게 건강검진을 

앞서, 화성 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법무부는 진상조사 결과 및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바로 가기 : 법무부 2021년 11월 1일 자 보도자료 '화성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 결과 및 개선방안') 개선방안으로 해당 이주민에게 적절한 의료처우를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현실화 될지는 알 수 없다.

당장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들이 잠은 충분히 자고 있는지, 필요한 의료서비스는 무엇인지, 필요할 때 의료서비스나 정신건강 상담을 이용할 수 있는지, 이들이 얼마나 아픈 상황인지 실태조사 자료조차 없다. 그런 상황을 감안하면 가장 필요한 것은 구금된 이주민에 대한 정기적인 진료나 건강검진, 구금된 이들에 대한 건강실태조사일 수 있다. 그것들은 구금된 이주민에게 최소한의 의료서비스이자, 건강을 돌볼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구금 즉시 최초 검진을 통해 지병, 건강상태 등을 파악하고 1개월 후 재검진, 재검진 후 3개월마다 정기검진 등을 구금된 이주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가혹행위 등을 막을 수 있고 건강이 악화되는 것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건강실태조사를 통해서는 미충족된 의료수요와 불충분한 의료서비스를 파악하고, 시설 바깥과의 의료서비스 연계를 도모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두 연구는 모두 현재 이주민을 억류하는 구금방식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하게, 더 존엄한 방식의 대안이 필요하다.

*서지정보

-Saadi, A., Patler, C.,, and De Trinidad Young, ME. (2021). Cumulative Risk of Immigration Prison Conditions on Health Outcomes Among Detained Immigrants in California. J. Racial and Ethnic Health Disparities. https://doi.org/10.1007/s40615-021-01187-1

-Alison Ly, Aleta Sprague, Brianna Pierce, Corina Post, and Jody Heymann, (2021).

Immigration Detention in the United States: Identifying Alternatives That Comply With Human Rights and Advance Public Health.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111, 1497_1503, https://doi.org/10.2105/AJPH.2021.306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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