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한국에서 활동 중인 미국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법인세 인하, 노동 유연화 등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이 자리에선 한 미국 기업인이 윤 후보에게 '한국 젊은 남성들은 페미니즘에 부정적'이라는 지적을 해 눈길을 끌었다.
윤 후보는 28일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암참)을 방문해 이 단체 제프리 존스 이사장, 제임스 킴 회장 및 미국 기업인 70여 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마이크로소프트, GM 등 기업의 한국법인 대표를 지낸 제임스 김 회장은 회원사들을 대표해 이날 윤 후보와 약 40분간 질의응답을 진행했는데, 이 가운데 이런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한 윤 후보의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나 일부 남성들의 페미니즘 공격 등의 문제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노동 유연성과 법인세 감면 등 전반적인 규제 완화 취지의 주장을 쏟아냈다. 윤 후보는 "제가 알기로 전 세계에서 노동 유연성이 가장 잘 된 나라는 미국"이라며 "다른 법률에 저촉 안 되는 한 해고의 자유도 인정이 되고, 여러 근로 조건에 대한 자유로운 협상, 개인의 선택 등이 중요한 나라"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미국이 과거 2차 산업혁명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끌고 3차,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었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 세계에서 가장 노동 유연성이 높은 나라여서 가능하지 않았나 본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에 몰아치고 있는 와중에 우리도 올라타지 않으면 낙오될 것이 뻔하다"며 "아무리 그 동안 강성 노조가 노동시장을 지배했지만 큰 파도를 피해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돼 나가는 과정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여러가지 제도적 변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지 않겠나"라며 "제가 차기 정부를 담당하게 되면 노조와의 대타협을 통해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생각"이라고 했다.
법인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외국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선 투자 유인책으로서의 세금 인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선언했다. 윤 후보는 "법인세는 전 세계적으로 투자 유치를 위해 낮춰 가는 상황"이라며 "한국도 법인세가 높아서 좋은 투자처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김 회장이 '미국 기업인이 한국에 와서 활동하다 사망했을 때 한국 세율로 상속세를 내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미 기업인들의 민원을 전달하자 윤 후보는 "그 부분은 양국 세무당국 간 협의에 의해서 충분히 조율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미국 기업인이 여기 와서 경제 활동을 하시다가 돌아가시게 되면 한미 세무 당국이 협의해서 적은 쪽으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제가 정부를 맡게 되면 조치를 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윤 후보는 또 외국 기업 투자 유치 방안에 대해 말하던 중 "우리나라 정부도 소위 특구라고 하는 '스페셜 존'을 만들어서 규제를 완화했고, 그 모델이 홍콩·싱가포르"이었다면서 "송도 등 9~10개 특구를 법에 의해 지정했지만 많은 정치적 문제 때문에 거의 외국 기업 유치에 실패해 왔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가 지적한 '문제'들은 "거기에 자율형 사립학교가 들어갈 수 있느냐, 영업이 가능한 소위 주식회사 형태의 병원이 들어갈 수 있느냐, 외국 기업들을 유치할 때 싱가포르처럼 정부가 부동산·토지 소유권을 쥐면서 비교적 다른 데보다 경쟁력이 있는 사무실을 제공할 수 있느냐, 학생들 교육을 완전히 국제화시켜 기업이 들어왔을 때 가까이에서 우리 기업에 쓸 수 있는 인재들, 영어도 능통하고 국제 감각이 있는 학생들을 대량 공급받을 수 있느냐 하는 여러가지 문제"라는 것이다.
윤 후보는 이어 "지금은 암참 회원사들이 대부분 서비스 분야쪽으로 서울과 수도권에만 계시는데, 지방에는 특별한 경우에 공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홍콩·싱가포르 수준으로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하기에는 참 쉽지 않다"면서 "그래서 그 정도의 규제 완화를 통해서 우리나라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이런 변화 노력을 정말 제대로 한다면 단순한 해외 기업의 유치 자체에서 나오는 플러스(+)보다 한국 경제 발전에 수십 배 더 큰 이익과 혜택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관련해 시민사회에서 늘 지적받았던 교육·의료 민영화 문제를 '전 국토'에 적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될 소지가 있는 발언이다.
윤 후보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규제 완화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나라와 외국 기업 투자 유치를 경쟁하는 홍콩·싱가포르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우리보다 세금이 굉장히 낮다.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아예 태생부터 상업 도시로 출발한 나라이고 우리는 농업(국가)에서 점점 발전한 나라여서 전 국토를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만들기는 어렵다"며 "과거 특구를 통해 유치하려 했으나 성공적으로 되지 못했다"고 답했다.
외교정책과 관련해서는 암참 간담회이니만큼 미국 쪽에 기운 발언들이 도드라졌다. 윤 후보는 쿼드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백신 워킹그룹에만 들어가 있는데 나머지 2개 워킹그룹에도 조속히 가입해서 충분한 신뢰를 구축해 미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오는데 모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일이 없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중관계 문제에 대해서는 "현 정부는 굉장히 중국 편향적인 정책을 써 왔지만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들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며 "과거는 그렇지 않았다. 한국이 한미일 튼튼한 공조를 가지고 거기에 기반해서 중국을 상대했을 때는 서로가 굉장히 호감을 가지고 사업이나 문화 협력에 좋은 결과를 나타내고 양국 국민들이 서로 호의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이 정부 들어 중국 편향적 정책을 쓰고 미중 간 중간자 역할을 한다 했으나 결국 관계가 나쁘게 끝났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어느 국가든 자기들의 헌법 이념, 국가가 추구하는 가치가 공통적인 국가들끼리는 안보 등 비밀을 공유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서로 간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필요한 협력을 원할하게 해 나가면 된다"고 미국과 중국을 구분지어 말했다.
한일관계 회복 방안에 대해서는 "이 정부가 역사, 이념 등 한일관계를 거의 고의적이라고 할 정도로 폭파시켰다"고 비난하면서 "한일관계 복원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과거 해왔던 대로만 해도 어렵지 않게 정상화될 수 있으리라 보고, 한일관계 정상화는 한미관계, 한미일 상호 공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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