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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신세계', 지리학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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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신세계', 지리학의 재발견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모빌리티의 시대, 지리의 힘

공간적 전환과 장소의 의미 변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등으로 지리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세계의 경제가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그동안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던 지역에 대한 공간적 역할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축소되리라 예측했던 지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공간적 전환(spatial turn)'은 세상을 인식하는 커다란 흐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세계화가 진전된 시대 사람들은 제한된 범위의 장소만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곤 했지만, 세계화는 미디어와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라는 범주에서 장소에 대한 이미지를 지각하였으며, 다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인적 이동 차단 등으로 지역의 중요성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현대 사회는 더 이상 전통적인 정주 개념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이동을 중심으로 한 유동적, 연결적 사회로 인식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관련하여 경제지리학의 관점에서는 글로벌 체인의 연결망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세계화에 대응하여 지역화 추세가 더 두드러지는 현상에도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다양한 교육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기본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 이외에 지식의 양적 증대가 크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다양한 변화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과 아이디어, 변화에 대한 다양성을 가르쳐야 할 필요성이 다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사람들은 모바일 환경에서, 전 세계의 다양한 플랫폼과 콘텐츠를 접하고 있으며, 개인용 이동 장치를 통해 도로를 누비기도 하며, 예전과는 전혀 다른 문화적 상황에서 생활한다. 경제지리학적으로 이미 인식되어온 바와 같이, 글로벌 시장경제 체제의 변화에 따라 세계 경제공간의 불균등이 심화되어감에 따라 연결과 흐름, 배제와 장벽들에 대한 관심은 이질적인 모빌리티가 어떤 상황으로 나타나는가 하는 경험, 참여, 거버넌스와 정치적인 체계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에 대한 노출과 인구 저항 등 변이는 오랫동안 인적자원, 경제자원 등에 대해 글로벌 모빌리티의 다양한 특성을 양산해 왔으며, 관련된 주권적 권력과 공간의 통제력의 확대라는 특징을 형성해오고 있어 장소에 대한 중요성이 모빌리티의 특성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

모빌리티의 시대, 왜 지리학인가?

이와 같이 모빌리티라는 특성은 단순히 개인이라는 미시적 단위의 일상생활에만 국한되지 않고, 각종 소식과 정보, 사람들, 다양한 자원들, 물리적인 것 이외에도 사회 안에서의 계층의 이동 등 한 국가, 사회, 그리고 전 세계 거의 모든 것들에 연관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모빌리티의 특성에 따라 기술이 변화해도, 로컬 단위의 경제활동이 글로벌 환경과 만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나타나며, 디지털경제에 기반한 다양한 경제활동이 새롭게 출현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이동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으며, 우리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인구 폭발과 소멸의 지역차, 기후변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발, 메타버스 등 디지털 플랫폼의 변화, 다양한 문명의 발전과 쇠락, 새로운 지구의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우리는 공간과 지리학을 다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과 공간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새로운 모빌리티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교육으로 보자면, 학생들이 지리학을 배울 때의 목적이 단지 교과의 수준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일상성을 다루는 우리의 삶, 교육철학, 국가․사회와 미래의 요구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굳이 BTS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글로컬라이제이션의 특징이 세계를 지배하고, 새로운 모빌리티의 질서가 등장하는 작금에, 공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갖고 소통하는 학생들은 이미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데카르트(Descartes)의 표현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공간을 점유하고 있음으로 존재의 의미가 있으며, 움직이고 활동하고 관계를 맺기에 존재가치가 입증된다고 할 수 있다. 사르트르(Sartre)는 실존이 늘 본질에 앞선다고 이야기를 했다. 어떠한 공간에 위치하고, 목적을 가지고 이동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대해 실존을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어떤 시공간에 놓여 있는가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데, 이는 삶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코로나19 상황에 비추어 이동성의 제한이라는 현재의 특징을 살펴보자면, 전 세계의 다양한 비상사태와 관련된 다양한 특성을 이해하고, 위험요소에 대한 매트릭스를 만들고, 행위자들 및 과정의 복합한 모빌리티 현상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좁은 범주의 공간에서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시각의 내용들의 암기와 세부적인 내용에 집중하는 것보다, 지리적인 현상을 제대로 보고, 환경과 학습자의 변화에 맞추어 현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맥락을 학습해야 한다는 점이다. 관련하여 모빌리티라는 개념이 인간의 이동에 관한 전통적인 연구들을 다루었다면, 최근에는 모빌리티스라는 개념을 통해 하나의 '활동(activity)'을 강조하는데, 구체적으로 이러한 활동들은 이동 중의 대화, 일, 정보 수집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들은 다양한 이동 수단에 의한 과정에 내재된 의미와 경험과 함께 활동들이 발생하는 '장소'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등으로 야기된 공간적 전환에 따른 모빌리티의 변화와 맥락을 충분히 이해해야 하는 이유이다.

공간에 대한 인식과 지리교육의 중요성

미국을 비롯한 나라들에서 지리학 교양이 없는 원인을, 어떤 전문가는 교육과정 개편 과정에서 지리가 통합사회 아래로 흡수되면서 고유의 학문적 성격을 잃어버린 데에서 찾는다. 아무리 학자들이 학문적인 성과를 내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려면 결국 학교 교육이 올바르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지리에 대한 교육이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강력한 기반을 갖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입시라는 틀 안에서 미약한 위치에서 역할이 축소되어 왔으며, 이제는 그 존재의 이유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하여 미국식 교육의 영향을 받은 교육 전문가들은 지리학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역사, 사회, 지리 같은 과목들을 따로따로 가르치기보다 하나로 합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으며, 혼합된 교과는 학생들에게 균형 잡힌 교육을 제공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지리적 감각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고, 환경에 대한 인식, 국제적인 안목도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많은 나라들의 지리교육에서 차지하는 개념들로 장소(지역, 공간)와 인간과 환경 간 관계, 위치, 지속가능환경, 이동성들이 있다. 이에 비추어 고프실(Gopsill)과 마르스덴(Marsden)의 논의 등을 참조하자면, 지리교육의 목적은 장래의 시민들로 하여금 세계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다양한 문제들에 관해서 공간에 대한 지식을 함양하고, 올바르게 사고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모빌리티가 급변하는 이 시대에 제대로 된 지리와 공간적 사고를 가르침으로써 지리적인 이해를 통하여 유능한 인재를 육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지리학자 하름 데 블레이(Harm de Blij)가 강조했던 것처럼 지리상의 발견 시대는 끝났지만, 지리학적 발견의 시대는 모빌리티의 변화와 함께 더욱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상호의존적인 세계화 시대, 새로운 모빌리티의 질서가 출현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리학적 인식을 충실하게 갖추고 세계를 지리적 시선으로 진단하여야 할 필요성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시작된 지리학에 대해 알고, 가르치고, 전승하려는 노력은, 비단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기 위해 모르는 장소를 찾아갈 때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는 수준뿐 아니라 인생의 길을 찾는데도 매우 유용하다. 다양한 문화를 온·오프라인에서 향유하는 메타버스의 시대에도, 골목에서 세계도시까지 여전히 공간을 누비고 이동하고 싶은 욕망이 더욱 커지는 요즈음, 지리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리학이 교육의 차원에서도 응당한 대접을 받기를 소망해본다.

* 이병민 교수는 글로컬문화전략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글로컬문화와 공감사회, 지역브랜딩, 융합콘텐츠, 문화기반 도시재생 등을 연구하고 있다. 산업클러스터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경제지리학회 편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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