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 대표를 지낸 유승민 전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사무실 개소식을 갖고 정치일선 복귀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지난 2017년 바른정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고, 이후 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을 거치며 '개혁보수' 정치노선을 실험했었으나 올해 총선을 앞두고 구 자유한국당과 합당했고 총선 불출마 후 잠행을 해왔다.
유 전 대표는 이날 '희망22(둘둘)' 사무실 개소식을 겸해 열린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자' 토론회에서 "2022년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내겠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려 꼭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게 하자"고 말해 자신의 목표가 차기 대선임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개소식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국회의원 50여 명, 유 전 대표 측근들이 대거 참석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유 전 대표는 특히 "미국 대선이 끝나자마자 '당신 해고야'라는 손팻말을 들고 백악관으로 간 미국 시민들을 보셨을 것"이라며 "국민 편가르기하고 4년 내내 시끄럽게 하다가 코로나도 못 막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퇴출 명령이었는데, 2022년 3월 22일에는 (한국 국민들이) 문재인 정권에 퇴출 명령을 내려주고 우리에 대한 새 희망을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국민의힘 김웅 의원도 "2022년 3월에 우리도 청와대 앞에 가서 '방 빼' 외쳐보자"고 거들었다.
유 전 대표는 1년 5개월 넘게 남은 차기 대선까지 자신은 경제정책에 집중하겠다는 장기 전략을 공개했다. 그는 경제학자 출신이다. 그는 "(슬로건을) '결국은 경제다'라고 시작하겠다. 다음 대선에서 경제가 제일 큰 이슈가 될 거라 확신한다"며 "첫 번째로 부동산 문제를 가지고 시작하고, 다음 청년실업 등 계속 경제 문제로 토론회를 하고 국민에게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유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다 안다. 욕만 해서는 안 된다"며 "두 가지가 (우리가 집권세력보다) 나아야 한다. 경제와 정의"라고 지적하고는 "두가지 중에 저는 경제에 천착해서 '먹고사는 문제를 저 사람이 잘 해결할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을 꼭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 전 대표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부모 품을 떠나 전세·월세 살다가 서울 외곽에 작은 아파트 구하고, 거기서 아이 낳고 하면서 교육 여건이 좋은 동네에 가고 싶고, 평수 늘리고 싶고 이것을 저는 '사다리'라 표현했다. 그것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해 드리느냐가 주택정책의 목표이고, 이 사다리를 어떻게 쉽고 빠르게 올라가게 해 드리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는 견해를 주장했다.
유 전 대표는 다만 "전월세도 살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빈곤층, 장애인, 청년실업, 신혼부부 등은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또는 LH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이것이 "국가가 세금을 들여 노력할 부분"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가족과 함께 행복을 누릴 공간을 제공하는 데에 실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토론회 중 "물량을 공급하는 것은 다주택자인데, 다주택자 (대상) 세금을 올리니까 다주택자는 부담이다. 도망갈 구멍 없이 세금을 올리니까 안 팔고 들고 있다"며 "합리적 가격의 집을 찾아야 할 사람들도 (이 때문에) 고통받는다"고 정부의 부동산세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유 전 대표의 사무실 개소식 및 토론회는 최근 국민의힘 당내 흐름과 맞물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 당 밖 주자들에 비해 국민의힘 내부 대선주자 풀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김종인 위원장이 최근 "윤 총장은 야당 정치인이라고 볼 수 없다"라거나 "안 대표가 뭐라든 야권연대에 관심이 없다"고 하며 유 전 대표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당내 주자들에 힘을 싣던 차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개소식에 축하 인사차 들러 "출정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개소식을 계기로 유 전 대표가 지향하는 바를 꼭 성취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많이 성원해 주시고 유 전 대표를 적극 지원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인사말에서 "최근 대선에서는 재수한 사람이 성공한다"며 "우리 당에 재수하는 사람은 (유 전 대표) 한 명밖에 없지 않느냐"고 농담 섞어 덕담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집중하고 있는 의제가 부동산 정책인 것도 유 전 대표의 행보와 묘하게 교차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개소식 인사말에서 "최근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부동산 문제"라고 했고, 앞서 같은날 오전 비대위 공개발언에서도 "전국에 확산된 부동산 대란으로 인해 부동산 민심이 임계치를 넘었다"고 했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에서 "최악의 전세대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재산권과 거주이전 자유가 침해되며 '이 정부가 부동산 사회주의를 꿈꾸는게 아닌가' 하는 비판도 나온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주장하며 "징벌 세금 등 정부 규제의 대못을 걷어내겠다"고 보수적 시각에서의 해법을 시사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주택청약제도도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이었으나 최근 인생역전 로또 수단으로 변질돼 버렸다"며 청약 제도 개선을 새로운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로또 청약' 논란이 일었던 과천지식정보타운 모델하우스 청약 현장을 찾았다. 그는 앞서 강연·토론회 등을 통해 아파트 후분양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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