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은 마지막 날까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인공이었다. 질의자로 나선 여야 의원들은 추 장관 자녀 특혜 의혹에 대해 공방을 벌였고, 추 장관은 새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청탁·외압 있었나…秋 vs. 야당, 치열한 공방
추 장관은 17일 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 답변자로 나선 자리에서,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국방부 문건에 의하면 아들 서모 씨를 면담한 부사관은 부모님이 민원을 넣었다고 기록했는데, 장관님과 부군께서 국방부에 민원을 넣은 바 있느냐'고 묻자 "저는 넣은 바 없고, 제 남편에게도 민원을 넣은 바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추 장관은 "저와 남편은 일로 바쁘고, 제 아들딸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며 살아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 장관은 또 김 의원이 "2017년 6월, 당 대표 보좌관이 아들 병가와 관련해 3차례 청원 전화를 한 것 같다"고 하자 "아니다. 당 대표 보좌역은 상관없고,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의원실 보좌관이고 당 대표가 되기 이전부터 10여년 간 저를 보좌해 왔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뒤를 이어 "그 보좌관이 누구에게 전화했는지는 들었느냐"고 하자 추 장관은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릴 뿐"이라고 답했다.
최 의원이 <국방일보> 근일자에 실린, 군내 청탁을 근절하자는 취지의 계몽 만화를 스크린에 띄우며 보좌관의 행위가 이와 비슷하지 않느냐고 추궁하자 추 장관은 "사실이 전재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저런 청탁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에 저도 동의하고, 청탁이 불법이면 (처벌하는) 저런 법규가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그러면 보좌관이 법적 처벌을 받으면 장관이 책임지겠느냐"는 최 의원의 이어진 질의에, 추 장관은 "가정을 전제로 최 의원이 국민 여론을 만들어 가는데, 그 자체는 대정부질의와는 상관없지 않느냐"고 불쾌감을 보이며 "가정을 전제로 저를 추궁해도…(소용없다). 수사 결과로 나오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추 장관은 "수사를 질질 끈 '나쁜 검사'들을 왜 징계하지 않느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특임)검사를 빨리 임명해 수사하라고 지시할 용의가 없느냐"는 냉소성 질문이 나오자 "제가 피고발인이 된 입장에서 총장을 지휘할 수가 없지 않겠느냐"며 "야당 의원들이 제 위치(지위)를 피고발인으로 만들어주셨지 않느냐"고 받아쳤다.
秋 "아들 지금도 한의원 다녀…치료권·휴가 보장됐어야"
추 장관은 또 전날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아들 서 씨를 두고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 군인본분을 실천했다'고 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아래와 같이 답변하기도 했다.
"제 아들을 안중근이라고 비유한 것이 아니라, 안중근 의사께서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란 글을 남기셨는데 그 말씀처럼 나라에 헌신하는 게 군인의 본분이라는 취지로 (몸이) 아픈데도 군무에 충실했음을 강조하지 않았나 싶은데, 제 아이를 너무 과장하거나 명예훼손적인 '황제복무', '탈영' 이런 말로 깎아내리지 말고 진실을 있는 그대로 봐주시기 바란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아들에 대한) 과보호도 바라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병사가 누릴 수 있는 질병시의 치료권, 휴가 등이 제 아이도 적절히 보장돼야 한다. 거기에 부합하는지만 봐 달라"고 했다.
김 의원은 "추 장관이 '내가 국회의원이 아니었으면 아들이 군대를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는데, 어제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서 씨는 면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동의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추 장관은 이에 "제가 (아들이) 면제 대상이라고 말했다기보다는, 꾀병으로 아픈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아팠던 아이이기 때문에 아픈 사실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신검을 받았다면, 만약 수술 진단서를 제출하거나 재검을 요청했다면 현역복무가 아니라 신체 등급이 내려가 현역 자원이 아닌 대상이었을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답했다.
추 장관은 또 "아들 동료 병사의 (tbs 라디오) 인터뷰를 들어보고 '아들의 군 복무가 간단치만은 않은 거였구나' 했다"며 "다리 아픈 아들이 카투사에 가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침 일찍 장비를 완장하고 구보 10킬로미터를 뛰는 등 힘든 훈련을 받은 것을 알게 됐다"고 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아들은) 현재도 간혹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더 이상 아프지 않으려 관리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딸 식당에서 정치자금 지출' 野 공세에…秋 "치솟는 권리금에 청년 미래 암울해 격려"?
일부 야당 의원은 추 장관의 아들 병역 의혹뿐 아니라 두 딸 관련 문제까지 들춰냈다. 최형두 의원은 추 장관이 의원 시절 큰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정치자금 200만 원여를 지출했다며 "(기자간담회 등이라고 기재돼 있지만) 시간 장소를 보면, 진짜 기자 또는 누군가와 식사한 것이 맞느냐? 기자간담회를 일요일에 이태원에서 하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추 장관은 이에 대해 먼저 "이런 회계는 의원이 직접 상관하지 않고, 몇 년이 지난 일을 다 기억할 수도 없으나 기억할 수 있는 대로 대답해 보겠다"고 전제하고는 "정치자금법 위반한 사실은 없다. 일요일에도 기자들 만날 수 있고, 담소하며 이런저런 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여의도에 근무하는 (정치부) 기자를 이태원에서?"라며 "이거야말로 가족 매출 올려주기 아니냐. 공정에 반하는 일"이라고 하자, 추 장관은 다시 "저도 그 보도를 봤는데 21차례에 걸쳐 도합 225만 원이다. 평균 3만 원이고 많게는 20만 원이 좀 넘는다"고 했다.
추 장관은 이 대목에서 갑자기 딸의 사연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는 딸아이가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청년창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창업을 했으나, 높은 권리금과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 못 해 아이 혼자 아침부터 늦게까지 일하고 문을 닫았다"며 "제가 기자들과 민생 얘기도 하면서 '이 실패는 (네) 잘못이 아니다'라고 아이 격려도 해 줬다"고 했다.
최 의원이 "정치자금이 딸 가게 지원하라고 주는 돈이냐"고 꼬집자 추 장관은 발끈하며 "딸 가게라고 제가 공짜로 먹을 수는 없는 거죠"라고 맞받았다. 최 의원이 추 장관을 국무위원석으로 돌려보내고 정세균 총리를 답변대에 세우려 했으나, 추 장관은 의장석을 향해 "제가 오해를 사고 있으니 설명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 발언 기회를 얻고는 '청년 창업자' 관련 사연을 다시 한 차례 되풀이해 이야기했다.
"그 당시 제가 기자들과 민생 얘기를 하면서, 치솟는 권리금 때문에 청년들 미래가 암울하다고 느꼈다. 그 후에 저는 당시의 느낌으로 (말미암아) '청년 창업에 지대(地貸)가 걸림돌이 된다, 지대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공정을 훼손한 그런 일은 없고, 이 때 아이가 느꼈을 좌절을 (계기로) 공인인 엄마로서 '지대 개혁을 해야겠다'고 해서, 상가임대차 보호 등의 노력을 하게 됐고 지금도 주무부처 국무위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아픈 기억을 소환해준 의원의 질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최 의원은 이에 앞서 추 장관의 차녀 유학 비자와 관련, 추 장관 측이 외교부에 '비자를 빨리 받아 달라'고 청탁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언급했다.
추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프랑스 대학) 합격증을 이메일로 받았는데 (주한)프랑스 대사관에서는 원본을 가져오라고 했다. '원본을 구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문의해도 (대사관) 직원은 '원본이 있어야 한다'고만 하니 모순되지 않느냐. 그래서 개학 날짜는 다가오고 개학 전에 프랑스를 가야 하니 개학 전 비자 발급이 안 되는지에 대해 문의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래서 결국 비자 발급을 늦게 받아서 (둘째 딸은) 기숙사도 놓치고, 수강신청도 놓치고, 유학에 실패하고 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정세균마저…"정치검찰이 불신 만들어, 검찰개혁 안 하면 나라 미래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여당 의원들은 추 장관에 대한 엄호에 나섰다. 정 총리는 최 의원이 전직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100여 명의 변호사가 조국 사태 당시 낸 성명을 인용하며 추 장관 의혹 사건을 비판하자 "수많은 정치검찰들이 검찰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 내고, 수많은 국민에게 '검찰개혁을 안 하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는 판단을 하게 했는데, 최 의원이 거론한 분들도 그런분들일 수 있다"며 "그런 분들 말씀을 전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병가 등 절차상 문제는 어느 정도 연대통합행정시스템을 통해 확인된 것 같다"며 "남은 문제는 과정상 부정 청탁이 있었느냐인데, 통화 내용이 다 녹음되는 민원실에 전화해 부당한 청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청탁은 보통 민원실로 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 총리는 민주당 송기헌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도 "민원실에 전화하는 거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할 수 있다. 그게 비난의 여지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추 장관으로서는 매우 억울한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제가 그렇게 꼼꼼하게 연구해 보지는 않았지만 (추 장관이) 그렇게 크게 비난받아야 할, 대정부질문 수일 동안을 그것으로 허비해야 할 사안임은 저로서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추 장관 의혹 외에는 코로나19 방역대책 등이 주로 논의됐다. 남인순 의원이 가짜뉴스 대응 대책과 개천절 집회 대책을 물은 데 대해 정 총리는 "철저하게 책임을 추궁하겠다", "공권력을 총동원해서 8.15의 재판(再版)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답했고, 역시 남 의원이 중환자 병상 수급 대책을 묻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비를 넘겼다. 연말까지 200개 정도 중환자 병상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공병원 건립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하는 법안을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정 총리가 "대전의료원은 예타 시작된 지 2년이 됐는데 아직 붙들고 있어 참 답답하다. 참으로 마땅찮게 생각한다"고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를 공개 비판하며 "제도가 그러니 어쩌겠나. 그러니 보다 못한 의원들이 입법을 통해 예타를 면제하자고 하는 것으로 아는데, 정부는 법안이 제출되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답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야당에서는 김상훈 의원이 '정부·여당이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있다. 국민통합에 힘써달라'는 요지의 주장을 폈고, 정 총리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도 만나자는 제안을 선제적으로 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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