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당시 당직병 현모 씨에 대해 "일방적 오해나 억측"을 하고 있다며 "공명심에서 그랬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주말을 전후해 여권에서 나오고 있는 '제보자·비판자 공격'에 추 장관이 직접 가세한 모양새다.
추 장관은 14일 정기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한 답변에서, 현 씨의 언론 제보 내용에 대해 "아마도 그 제보자 사병이 일방적으로 오해하거나 억측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으로 봐서도 합리적이지 않고, 제보자가 오해를 하거나 공명심에서 그랬을 수 있는데 (제보자가 그렇더라도) 국회는 그 내용이 합리적인지 체크하는 게 의무"라고 야당의 공세를 비판했다.
추 장관은 또 이모 대령이 부대 배치 관련 청탁 가능성을 언급하며 '직접 40분간 교육을 했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전혀 청탁이 개입될 소지가 없고, 더구나 90 연세이신 시어머니가 훈련을 마친 손자가 보고 싶어 갔는데 그런 분을 상대로 40분간 직접 청탁 말라고 훈계했다는 자체가 반인륜적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의원이 이 대령과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을 싸잡아 "정치 군인들"이라며 "이들의 움직임에 대한 소회가 있느냐"고 묻자 추 장관은 "사실은 굉장히 놀랍다. (하지만) 제가 또 말씀드리면 뭐라고 할 것 같으니까…(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추 장관은 자신이 2016년 말부터 군 내의 '계엄령' 의혹을 제기했던 점을 언급하며 "제가 그런 군에 아들을 맡기면서 '아들 잘봐 주세요' 청탁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군에 '계엄령 준비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한 직후 상황에서 아들 군 문제로 군 관계자와 상의할 일도 없었고 청탁 같은 일을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평창올림픽 통역병 선발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의원이 "추 장관 아들 영어 실력이 상당한데 오히려 제비뽑기로 불이익을 당한 것 아니냐"고 말하자, 추 장관은 "자격이 안 되는 것을 어거지로 기회를 달라고 했으면 청탁이었겠으나, 스포츠경영학을 공부한 아이이고 제 자식에게 '잘한다'고 하기가 그렇지만 충분히 해낼 능력을 가진 아이다. 굳이 청탁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오히려 제 아이인줄 먼저 알아보고 군 내부에서 정상적 방식을 바꿔서 제비뽑기로 떨어뜨렸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어학능력 평가 등 경쟁선발 방식이었다면 응당 통역병으로 선발됐을 추 장관 아들이, 제비뽑기 방식 때문에 부당하게 탈락했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해석됐다. 민주당 의원은 이에 "엄마로서 마음 고생이 심하실 텐데 힘 내시라"고 추 장관을 위로했다.
秋 '소설' 발언 50일만에 사과…"마이크 켜진 줄 몰라. 죄송하다"
대정부질문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의원들은 "'아니면 말고' 식의 카더라 군불때기로 나라가 시끄럽다"거나 "검찰개혁을 저지하려는 일부 정치검찰과 수구언론 등이 만든 정치공작 합작품",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 만많치 않고 (추 장관) 본인도 고초를 겪고 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역사 반동" 등의 언사를 동원해 추 장관 관련 의혹 제기를 '검찰개혁 저항', '친(親)박근혜'로 몰아갔다.
제보자나 추 장관에게 불리한 증언을 언론에 나와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형적 가짜 뉴스로 고발했다", "이○○ 대령이 가짜 뉴스를 유포했다"고 공격하기도 했고, 야당의 공세에 대해 "탄핵당한 세력이 다시 국민의 힘에 도전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질의하는 과정에서 "안보를 중시한다는 일부(정치세력)에서 국방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야당을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이에 대해 "국방부를 공격할 리야 있겠느냐. 추 장관의 자제에 대해 이런저런 논란이 정치권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여당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는 취지로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정 총리는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이쯤에서 장관 경질을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현재까지 장관이 경질될 이유를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며 "추 장관의 답변 내용으로 봐서는 제가 그런 판단을 할 근거는 없다"고 답변했다.
다만 정 총리는 이 과정에서 윤 의원이 "대통령이 국난 극복을 위해 협치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는데 국무위원이 국회에 출석해 야당 의원이 질의하는데 '소설 쓰시네' 한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데 협치가 되겠나"라고 하자 "국무위원 한 분 한 분이 모두 협치에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경우에 따라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추 장관은 자신의 보좌관이 당시 군 부대에 외압·청탁성 전화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전화를 시킨 바 없다"고 하면서도, 보좌관이 전화를 건 사실이 있는지 없는지 묻자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이 '왜 당시 보죄관에게 확인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추 장관은 "확인하고 싶지 않다"면서 "저는 피고발자 입장이고 수사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다. "관련자들이 어떤 진술을 하는지 (내가) 접촉하는 것 자체가 의심을 살 수 있다"고 그는 부연했다.
추 장관은 '아들의 부모가 국방부에 민원 전화를 했다는 국방부 내부 문서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면담자(이모 상사)가 아들에게 전화로 물으니 치료 중이라고 하고, '민원이 접수됐는데 상사인 나와 상담하면 되지 않느냐'는 흐름이다. (아들이) '아마 전화가 갔다면 부모님께서 하셨겠지요'라는 흐름으로 읽혔다"며 "제가 국방부 민원실에 전화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그럼 남편이 했느냐'는 질문에는 "남편에게 물어볼 형편이 못 된다"며 "통상의 가정 같으면 그렇겠지만 저는 주말부부이고, 엄마 아니면 아빠라고 산수 공식처럼 말하지만 저희 가정은 (대개) 아들 혼자 집에 있다"고 다소 초점을 벗어난 답을 하고는 "제가 전화를 안 했고, 나머지는 저도 궁금하다. 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앞선 몇 차례의 국회 출석 때와는 달리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자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7월 27일의 '소설 쓰시네' 발언에 대해 "당일에는 법무차관이 아들 일을 잘 처리해준 보상으로 그 자리에 왔다는 질문을 하길래 '그건 좀 심하다'고 (차관의) 모욕감을 대변해 주느라…"라며 "사실 독백이었는데 스피커가 켜져 있다 보니 나가 버린 것 같은데 상당히 죄송하다"고 50일 만에 사과를 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이 '당당하면 특별수사본부나 특검 수사를 받으라', '자진사퇴 용의는 없느냐' 등 도발성 질문을 해도 추 장관은 "(특별수사본부 건은) 답변드리지 않겠다", "검찰개혁은 제 운명이고 거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게 제가 드릴 수 있는 답변"이라고 꼬박꼬박 답변을 했다.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하는 야당 의원에게도 "그건 (의원의) 주장에 불과한 것이고 합리적이지 않다. 근거를 주셔야 할 것 같다"며 "제가 군 규정을 고의적으로 어겼거나 청탁이 있었다는것을 의원이 증명해서 '법을 수호하는 장관이 법을 어겼으니 용납이 안 된다'고 하면 모를까, 주장만 하고 있지 않느냐. 그런 증거가 있으면 의원이 검찰에 맡기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증거 없지 않느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조목조목 답변하는 장면도 나왔다.
추미애, '윤석열 때리기' 여전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검찰개혁의 가장 큰 난관이 뭐냐는 질문에 "조직 자체가 상명하복 문화"라며 "수뇌부의 선택적 정의, 선택적 수사에 따라 되는 사건은 키우고, 안 되는 사건은 착수도 안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검찰 조직이 정치에 순응하거나 검찰 자체가 정치하는 일을 막기 위해 공수처가 필요한 것"이라고도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이 "나경원 전 의원은 10번 넘게 고발됐는데 왜 수사가 안 되고 있느냐", "윤석열 총장 장모는 왜 수사를 안 하느냐" 따위의 질문을 하자 추 장관은 "그런 부분이 '선택적 수사 아니냐'고 하는 예(例)로 많은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는 부분"이라고 동조하며 "선택적 정의, 선택적 수사가 아니라 (수사가) 성역 없이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국민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의원 질의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특히 도미 중인 것으로 알려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소재 파악 등 수사 진전이 없는 점을 거론하며 "(이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의 수사 의지가 강한데 장관이 만류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윤 총장을 비아냥대는 질문이 나오자, 추 장관은 "제가 수사 의지를 본 적이 없다"고 윤 총장을 겨냥한 답변을 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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