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정치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상임위원장직 독식,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논란성 언행을 당정 지지율 하락의 이유로 꼽으며 작심 비판했다.
유 전 총장은 21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특히 추 전 장관에 대해 직격탄을 쏘았다. 그는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추 장관에게 아들 휴가 특혜 문제를 질의했는데, (이는) 사실대로 답변하면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그런데 거기에 장관이 '소설을 쓰시네'라고 하면 어떡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원을 5선이나 했고 당 대표까지 했다는 사람이 '소설 쓰신다'고 하는 걸 보고 나도 기가 찼다"며 "나중에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사과할 기회까지 줬는데도 추 장관은 할 말 없다고 하더라"고 재차 추 장관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이런저런 일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지지율 하락을 가져온 것으로 봐야 한다"고 추 장관의 언행을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검찰개혁 측면에서도 "애초에 법무장관은 합리적인 검찰 출신을 앉히는 게 좋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대통령이 방치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그는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서 '시끄럽지 않게 수습을 하라'고 지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번 검찰 인사에서도 추 장관이 아주 고압적 자세를 보여 정권에 큰 부담을 줬다"면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을 청와대가 손 놓고 있으니 시중에서 '대통령은 뭐 하는 거냐'는 말이 나오지 않겠나. 임명권자가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 사안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의 역할이 부족했다고 지적한 그는 이어 "이 정부에선 정무수석이 한병도만 빼고 전병헌·강기정·최재성 등 다 3~4선(의원 출신)들"이라며 "사실 3~4선이나 한 사람들이 차관급인 청와대 수석을 하는 건 별로 안 좋은 모양새"라고 꼬집기도 했다. 유 전 총장 본인도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이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에 일절 관여를 안 했는데, 그러다 보니 정권 말에 친노가 '폐족'이 되면서 정동영 전 의원 등이 들고 일어나 여당이 대통령 등에 칼을 꽂았다. 문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그걸 다 봤다"며 "그래서 그런 일이 없도록 여당에 대한 통제력을 계속 유지하려다 보니 정무수석에 중진을 앉히는 것 같지만 그런 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풀이했다.
그는 나아가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되기 전까지 십수년 간 여의도 정치 경험이 있었고 외향적인 스타일이었"던 반면 "문 대통령은 정치는 '까마귀가 노는 동네'라는 인식인 것 같다. 본인 성향도 내성적인 데다 정치권과의 접촉이 적다 보니 사람을 쓰는 폭이 좁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정 지지율 하락의 원인과 관련 "많은 사람들 말대로 부동산 대책이 안 먹히는 게 큰 원인일 텐데, 개인적으로는 국회 원구성이 너무 여당 독점이었던 것도 문제였다고 본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여당이 조금 양보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통합당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타협할 생각도 있었다는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여당이 다 먹게 놔두라'고 했다더라. 여당이 독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야당에 유리하다고 계산한 것인데, 상대가 그런 전략으로 나오면 여당은 그걸 피하려고 해야지 '얼씨구나' 하고 다 받아먹으면 어쩌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이 여당에 '독주 프레임'을 씌우려고 한 전략이면 민주당은 더 인내하고 양보하면 되는 것인데, '쪼다'들이 후반기 위원장 하나 양보를 못 해서…"라고 혀를 차며 "국민들에겐 오만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쪼다'란 민주당 내에서 '법사위원장을 전/후반기로 나누어 전반기는 민주당이, 후반기는 통합당이 맡자'는 주장이 나왔을 때 이에 대해 반대헀던 강경파들을 지목한 것이었다.
그는 민주당 내 상황에 대해서도 "말 한 마디만 잘못하면 소위 '문빠'들한테 문자폭탄이 날아오는데, 열혈 지지층한테만 끌려다니면 당의 미래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통합당도 황교안 대표가 '태극기'에 끌려다니다가 총선 결과가 저렇게 된 것 아니냐"며 "이쪽이고 저쪽이고 너무 열혈 지지층의 목소리만 나오는 것은 불안한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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