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강행 처리가 결실을 맺은 셈이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법안이 일방 통과된 지 하루 만이다.
국회는 29일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재석 187인 중 찬성 185인, 기권 2인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2년의 기본 임대 기간에 2년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2+2' 방식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고, 갱신시 임대표 상승 폭을 기존 임대료의 5%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상가 임대 보증금과 최우선변제 금액 범위를 정할 '상가건물임대차위원회'를 법무부 산하에 신설하고, 표준권리금계약서·상가임대차표준계약서를 국토부와 법무부가 협의해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재석 187인에 찬성 186인(기권 1인)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제(주택임대차보호법)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은 뒤 관보에 실리면 즉시 시행된다. 정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다음날인 31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법 개정 공포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정기 국무회의가 8월 4일로 예정돼 있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임시 국무회의를 여는 것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공포 후 3개월이 지나면 시행된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통합당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 토론에 나섰다. 통합당 조수진 의원은 "야당 의원들은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기 직전에야 법안 내용을 알 수 있었다"며 "의원도 모르는 법안이 통과되는 게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가"라고 비난했다.
조 의원은 "국민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인데 이틀 만에 일사천리로 매듭짓겠다고 한다"며 "대통령이 주문한 입법 속도전을 밀어붙이는 것은 여당 스스로 국회를 통법부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법안 내용에 대해서도 "해당 법 시행 전까지 기존 계약을 끝내지 않으면 시세를 반영할 수 없어 전셋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면서 "월세(전환)도 늘어나고 있다. 서민 주거비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계약갱신청구권제는 기존 세입자에게도 시행된다"는 점을 들어 "위헌 소지가 크다"고 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조 의원의 반대 토론이 끝난 후 일제히 본회의장을 떠났고, 법안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주택임대차법은 절차적 문제도 엄청나고 내용에도 문제가 많다"며 "반대토론을 하고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통과 시급성을 강조했다. 찬성 토론에 나선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4년'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의 임대차 기간이 3~4년이기 때문에 한 번에 걸쳐 연장하는 것에 동의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송 의원은 통합당의 '위헌' 주장에 대해서는 "전세가 (상승분을) 5%로 정한 부분에 대해 사유재산 침해라는 주장이 있지만,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때도 임대료·보증금 인상률에 여야가 합의했다"고 방어했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와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입법은 속도가 생명"이라며 "7월 국회에서 부동산 입법이 완료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11월에야 입법이 가능하다. 그 때는 너무 늦어 부동산 시장 과열을 통제할 수 없다"(김태년 원내대표)"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일부 투기세력의 저항으로 시장 교란이 발생하지만, 민주당과 정부의 투기 근절, 부동산 시장 안정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필요하면 더 강력한 대책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오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시작으로 나머지 부동산 입법도 나머지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추가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정의당은 법안 처리에는 참여해 전원 찬성표를 던졌지만, 통합당이 지적한 법안 처리 과정의 문제는 비판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법안 표결 전 토론자로 나서 "비참한 심정"이라며 "모든 의원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할 입법 권한이 증발했다. 국회 상임위가 당정이나 (여당) 의원총회와 다를 바가 없게 됐다.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국회에서 실종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부동산 3법, 임대차 3법, 공수처 후속 3법의 시급성에 공감한다. 특히 임대차 3법은 정의당이 주장해온 전월세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도입돼 의미가 크다"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중요한 과제라면 우리 당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임대차) 법안은 왜 빠졌나"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2+2년', 임대료 상한 5%가지고는 세입자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어렵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정의당 안(案)은 임대기간 5년, 임대료 물가연동 내용을 담았는데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여야가 추천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선출안도 통과됐다. 민주당은 김현 전 의원을, 통합당은 김효재 전 의원을 자당 몫 위원으로 추천했다. 통합당도 이 표결에는 참여해, 김현 전 의원 추천안은 재석 294인에 찬성 223표(반대 58, 기권13), 김효재 전 의원 추천안은 찬성 261표(반대 25 기권 8)로 통과됐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