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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살이 실업팀 배구선수?" 부산시체육회의 이상한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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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살이 실업팀 배구선수?" 부산시체육회의 이상한 계약

남자팀 선수로 등록돼 있으나 실제로는 대회서 여자팀 감독 역할 수행

부산시체육회 모 실업팀 감독에 대한 공금횡령 신고가 접수된 가운데 해당 팀 선수 중 1명이 감독과 동갑내기의 고령임에도 지속적으로 선수 계약을 맺어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해당 선수는 남자팀 선수로 등록돼 있으나 실제 훈련에는 참가하지 않았으며 대회에서는 여자팀 감독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수년간 재계약을 맺고 있는 이유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부산시체육회에 따르면 A 실업팀에는 감독 1명, 남자 선수 9명, 여자 선수 8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중 남자 선수 8명은 전속 계약을 맺고 있으며 남자 선수 1명과 여자 선수 8명은 일명 '대회용 선수'로만 계약을 맺고 있다.

▲ 부산시체육회관 전경. ⓒ프레시안

애초 시체육회 소속 선수로 등록될 경우 겸직이 불가능하지만 '대회용 선수'로 계약할 경우 겸직이 가능해진다. 이들은 사실상 주말에만 훈련을 진행하고 해당 종목에 출전하면서 전국체육대회 점수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체육대회의 경우 해당 종목에 출전하지 않으면 0점을 받지만 출전이라도 하게 되면 기본 점수를 받기 때문에 총점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점수가 조금이라도 높아야 각 시·도별 경쟁에서도 유리하고 예산을 받을 명분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부산시체육회에서는 실업팀을 운영하면서 전속 계약을 맺지 못하는 선수가 있는 종목에서 '대회용 선수'를 기용해 점수를 올리고 있었다.

이 가운데 A 실업팀 남자 선수 중 '대회용 선수' 형식으로 계약을 맺고 있는 B 선수는 대회에 출전해 시합을 뛰기 어려운 47세의 고령임에도 버젓이 선수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A 실업팀 감독의 공금횡령 문제를 제기한 제보자 C 씨에 따르면 B 선수는 '유령 선수'나 다름없었다. 남자팀 훈련장에서는 볼 수 없었으며 대회에 나갈 경우에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대신 각종 대회에서는 여자팀 감독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는 부산시체육회가 선수로만 등록한 후 사실상 편법으로 B 선수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같은 계약을 두고 부산시체육회는 "어쩔 수 없었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감독을 추가로 채용하기 어렵고 대회가 있을 때 남자팀과 여자팀이 동시에 열리는 경우가 있어서 1명뿐인 감독이 두 경기를 모두 책임질 수 없으니 이런 선택지를 고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감독이나 코치로 채용하지 않고 계속해서 선수로 계약하는 부분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부터 B 선수를 이같은 방식으로 기용하고 있었기에 편법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바로잡지 않았던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B 선수는 배구팀 감독과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선수로 등록된 경우에는 훈련에도 참가하고 경기에 나가야 하지만 이를 묵인해주는 등 감독이 각종 편의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부산지역 체육계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원로 인사는 "B 선수는 무릎 부상이 있어서 사실상 선수로는 활동할 수 없다"며 "이미 시체육회 내·외부에서도 알고 있지만 묵인하고 있으며 이같은 선수와 타지역에 체류하며 고액의 연봉을 받는 전국체전용 선수 등이 비단 한 명뿐이지 않고 타종목에도 여러명이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체육회 관계자는 "B 선수는 무릎부상 때문에 실질적으로 경기를 뛰기는 어려웠다. 선수이긴 하지만 코칭스태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예산이 여유롭지 않아 여자팀은 사실상 훈련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고 정식 코치를 쓰기에는 연봉을 많이 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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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경

부산울산취재본부 박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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