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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文대통령 남은 2년 정치 황폐화"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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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文대통령 남은 2년 정치 황폐화" 강력 반발

주호영 "헌정사 유례없는 기록 남겼다"…김종인 "차라리 모든 상임위 가져가라"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일방 선출한 데 대해 미래통합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아직 늦지 않았다"고 여당에 일방 처리 재고를 간곡히 호소했으나 응답 없는 메아리에 그쳤다.

통합당은 국회 관례를 깨고 법사위원장을 여당이 가져가면 다른 상임위원장직도 모두 받지 않겠다며 결사항전의 각오를 불태웠다. 앞으로도 야당이 국회 의사진행에 철저히 비협조로 일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국 경색이 불가피해졌다.

주 원내대표는 15일 오후 6시에 개의된 국회 본회의에서 박 의장의 개회선언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연단에 섰다. 주 원내대표는 "오늘은 21대 국회에서도 매우 중요한 날일 뿐 아니라 헌정사에 유례 없는 기록을 남기는 날이 될 것"이라며 "1948년 제헌국회 이래 상대당 의원을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상임위에 강제 배정한 것은 헌정사에서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더니 그게 이런 나라냐"고 그는 항변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를 운영하던 룰과 원칙이 있지 않느냐"며 수 차례 "왜 이런 일을 하시느냐", "뭐가 그리 급하시나", "뭐가 두렵나", "부끄럽지 않느냐"고 호소를 거듭했다. 주 원내대표는 "법에는 배정표를 내지 않으면 (의장이 강제로) 배정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경고하며 "저는 오늘, 나중에 우리 역사가 '오늘로서 국회가 없어진 날이다', '일당독재가 시작된 날이다'(라고 기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저희는 18개 상임위를 다 내놓겠다. 저희에게 7개 (위원장직을) 배정했다고 하지만, 저희가 받을 것 같은가?"라고 결기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주 원내대표는 또 "민주당 의석이 176석으로 독자적으로 패스트트랙도 할 수 있고 모든 의결을 다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제1야당 혹은 국회의장이 아닌(의장을 배출하지 않은) 당이 맡은 법사위원장에 뭐 때문에 그렇게 집착하고 온갖 이유를 붙여 가져가려 하느냐"면서 "이름은 거론 안 하겠지만, 여러분이 법사위원장을 맡았을 때 얼마나 악용했느냐", "(야당에) 법사위를 줘도 90일 지나면 다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느냐. 90일을 못 참아서 이러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러분이 권위주의라고 비판하던 그 때도 하지 않던 일을 어떻게 하느냐"며 "세월이 지나, 여러분이 잘 돼 있으면 몰라도 크게 잘못됐을 때 그 출발점은 오늘이다(라고 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나아가 "대통령이 '협치하자', '상생하자'고 해서 믿었는데, 하는 일은 전혀 반대라 믿을 수가 없다"며 "이 출발은 21대 국회를 망치는 것이고, 남은 대통령 임기 2년 동안 한국 정치를 황폐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통합당은 본회의 3시간 전인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 30분가량 의원총회를 열고, 법사위원장을 여당 소속 의원으로 단독 선출할 경우 강하게 항의하고 본회의에 불참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복도 양 쪽에 갈라서서 회의장에 입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양 쪽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통합당 의원들의 사이로 입장해야 했다.

주 원내대표가 "저희가 7석을 받을 것 같으냐"며 보인 결기는 앞서 의원총회장에서 오간 논의의 내용과 성격을 짐작케 한다. 심지어 통합당 내에서 문재인 정부 국정기조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마저도 의총에 참석해 "(여당이) 다수의 횡포로 국회 전 상임위를 갖겠다고 하면 차라리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이런 떳떳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 비대위원장은 "우리는 국민 앞에 떳떳할 필요가 있다"면서 "저 사람들(민주당)이 내세우는 게 '중요한 상임위를 몇 개 줄테니 당신들 요구를 철회하라'는 식의 발상이다. 만일 그것을 우리가 수용한다고 했을 때 국민이 우리 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겠느냐를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민주당 의석 수로 보면, 상임위 자체가 별 큰 의미가 없다. 그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안이든지 다 자기 멋대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중요한 상임위, (예컨대) 건설, 정무 이런 것이 돌아온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통합당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앞으로 미래를 향해 가는 데 있어서 국민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말했다. 관례와 원칙을 저버리고 이른바 '알짜 상임위' 자리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당내를 다잡은 셈이다.

김 위원장은 "국회의장께 경고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의장직을 수행하시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회의 관행, 특히 1987년 민주 체제로의 이행 이후에 국회에서 그동안 지켜져온 관행을 꼭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원구성 과정에서 절대 다수의 횡포로 인해 의회 기본질서가 파괴된다면 대한민국이 결국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가려 한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됐을 경우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국제적으로 어떻게 평가를 받을 것이냐 하는 점에 대해 집권 여당이 냉철하게 생각해 달라"고 경고했다.


▲1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복도에서, 항의 구호를 외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 사이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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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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