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원(院)구성 협상을 놓고 여야가 교착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야당 몫'임을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를 가져하려 하는 것을 두고 "뭐 그리 잘못한 게 많아서 검찰·법원을 관할하는 법사위를 꼭 장악하려 하느냐"며 권위주의 체제로의 회귀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반드시 차지하려는 배경이 단지 원활한 법안 처리 목적을 넘어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주요 사건 처리를 염두에 두고 검찰과 법원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한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15일 통합당 비대위 회의에서 "원구성이 너무나 오랜 시간 끌고 있고 지지부진하다"며 "과거 우리나라 의회의 변천사를 보면, 과거 권위주의 통치 시절에 여당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이끌어 가는 과정을 거쳐 1987년 민주화 이후부터 여야가 상호 협조하는 과정에서 원구성이 원만히 진행됐고, 특히 문민정부 이후 지난 30년 동안은 여야 합의에 따라 상임위원장 배분이 주어졌고 법사위는 야당 몫으로 정해지는 게 하나의 관행처럼 돼 왔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원구성 과정 속에서 '거대 여당'의 출현으로 관행을 파기하고 여당이 (상임위룰) 독점하고자 하기 때문에 원구성이 지연되고 있다"며 "굉장히 염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무엇 때문에 여당이 굳이 법원·검찰을 관할하는 법사위를 꼭 장악하겠다고 하느냐. 그 의도가 뭐냐"면서 "솔직히 여당에 묻고 싶다. 뭐 그리 잘못한 게 많아서 검찰·법원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느냐"고 공세를 폈다.
그는 "이번 원구성 과정에서 여당이 주장하는 그 논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177~180석이라는 거대한 의석을 가졌으면 다수결 원칙으로 뭐든 다 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하필 법사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최근에 민주주의 사회가 어떻게 점차적 쇠퇴하느냐를 다룬 여러 학자의 책을 많이 봤다"며 "과거 권위주의 통치가 군사 쿠데타를 통해 출현했다면, 최근 나타난 현상은 민주주의 절차를 선거 통해 들어선 정부가 권력기관을 장악해 권위주의 정치 체제로 이관해서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어렵게 어렵게 민주화 과정을 거쳤다. 의회가 정상적 기능을 하지 않고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면서 "거대 여당의 힘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려 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또다시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호명하며 "오늘 본회의가 열린다고 하는데, 의장께서 민주주의와 의회의 발전을 위해 냉철한 생각과 합리적 결정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김 위원장에 이어 마이크를 잡고 "민주당은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국회를 만들겠다, 끝까지 정권의 부정 비리를 덮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상생 협치의 토대 위애서 국회를 운영하는 것이 훨씬 더 성공하는 여당이 될 수 있고, 그렇지 않고 숫자의 힘으로 강행한다면 '권력의 저주'를 피할 수 없어 스스로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 원내대표도 "중립을 지키고 국회의 존재 의의를 확립해야 할 국회의장이 끝까지 이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의장도 헌정사에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민주당도 물러서지 않으며 '마이 웨이'를 고수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앞서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오늘로서 원구성 법정 시한을 넘긴 지 1주일"이라며 "민주당의 뜻은 분명하다. 우리는 단독으로라도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지금까지 참을 만큼 참았고, 할 수 있는 이상을 했다. 통합당에 시간을 최대한으로 줬고, 총선 민의의 엄중함을 감내하면서 많은 양보를 했다"면서 "민주당은 갈 길을 가겠다. 국회의장도 민주당의 인내를 이해하시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표는 법사위 탈환의 명분과 관련, "민주당과 국민은 20대 국회에서 통합당이 법사위(위원장 직)를 가지고 한 '무한 발목잡기'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법사위원장이 투표하러 가는 동료 의원(당시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을 감금하고 소파로 문을 막는 모습까지 TV로 봤다"면서 "통합당은 법사위를 가지고 20대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고 결국 동물국회로까지 마감했다. 통합당은 법사위를 운운할 자격도 염치도 없다"고 쏘아붙였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지지부진한 국회를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볼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코로나 비상 상황이다. 더 이상 통합당의 몽니를 봐줄 수 없다. 코로나 국난 극복을 위해 당장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3차 추가경정 예산안 심사·처리가 시급하다. 7월 초에는 집행돼야 경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정책,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 등 입법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 견제는 법사위원장직이 아니라 정책과 대안, 실력으로 하는 것"이라며 "통합당은 법사위를 맡아야 정부 견제가 가능하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과거처럼 법사위에서 민생법안 처리를 막고 발목을 잡겠다는 것은 민심에 역행하는 구시대 행태"라고 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과거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자는 통합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늘 본회의에서 반드시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어떤 말보다 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고 "국회의장은 약속한 대로 오늘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결행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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