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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진중권 "진보정권에서 불평등 심화됐다. 왜?"

"한국에도 트럼프·두테르테 같은 포퓰리즘 위험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더불어민주당과 그 지지층에 의한 "대중 독재"가 우려된다며 "공화주의 이념이 무너지는" 상황에 대한 염려를 표시했다.

진 전 교수는 10일 국민의당 정례 정책세미나 '온국민 공부방' 강사로 초청돼 한 강연에서 먼저 "비리를 부인하는 것을 넘어 아예 비리를 옹호하기 위해 정의의 기준 자체를 무너뜨리려" 하는 경향을 비판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지난 3일 공판 도중 기자회견을 이유로 이석하려다 재판부의 제지를 받은 사건을 언급하며 "최근 이상한 장면을 많이 보는데, 최 의원을 보면 내가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하고 싶다. 잘못한 사람이 너무 당당하다"고 비꼬았다.

그는 "재판 받다가 '약속 있어서 가야 한다'는 것은 처음 봤다"며 "(앞서)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검찰 조사를 받다가 조퇴했지 않느냐. 이 분들이 인권 신장에 굉장히 기여하고 있다"고 냉소했다.

그는 최 의원을 겨냥해 "이 분의 코드는 정확히 독재 때 재판받던 코드"라며 "(당시에는 시국사범들이) 재판부에 가서 호통을 쳤다. '너희는 독재의 주구다. 정의는 나에게 있다. 여기서 지금 너희가 나를 심판하지만 역사는 너희를 심판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 의원뿐 아니라 범여권의 주류가 된 586 세대 정치인들을 싸잡아 "이들은 법을 어겨도 떳떳하다.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거기서 '검찰·사법부를 개혁해야 한다'는 사명만 확인한다. 권력과 의회까지 장악했음에도 자신들이 여전히 정의롭던 386이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상상계에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586 그룹을 자신의 주된 비판 대상으로 설정하고, 이들에게 "비리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게 아니라 그 비리를 처리하는 방식이 놀랍다"고 꼬집었다. "과거에는 일단 비리가 나오면 법 기준에 벗어난 부분을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최근에는 이상하게 '자기는 잘못한 게 없고 기준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해 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개념을 빌려와 586 그룹의 "아비투스(습속)"에서 그 까닭을 찾았다. 민주화 운동을 하며 그들이 추구했던 이념와 이상 그 자체가 아니라, 투쟁 과정에서 몸에 밴 '습속'이 그들의 행동을 규정한다는 게 진 전 교수의 시각이다.

그는 △"정치를 선(善)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보고, 내가 선이고 상대편은 악이기 때문에 '선이 악을 제압·제거·섬멸함으로써 정의가 세워진다'는 관념"인 '선악이원론' △법과 도덕을 사회 보편의 가치가 아닌 지배계급을 옹호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장치로만 파악하는 왜곡된 '유물론'적 관점 △독재정권 하에서 불의한 법질서에 맞서며 형성된, "법을 깨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던 '초법적 발상'을 586 그룹의 3대 습속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경향은 "스스로 사회 보편이익을 대변하는 세력이라고 믿기 때문에 누가 자기들을 공격하면 그 자체가 보편적 정의를 해치는 게 돼버리"기에 물론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이미 (586은) 사회 지배계급으로 등극해 특권적 지위를 자식 세대에 세습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스스로) 보편 이익을 대변하는 세력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된다고 진 전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지난달 15일 미래통합당 오신환 의원실 주최 강연회에서 했던 주장과 같이(☞관련 기사 : 진중권 "까놓고 말해 통합당은 뇌가 없어…공화주의로 가야"), 586 세대는 이미 기득권이 됐고 불평등 문제 해결에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 '자식 세대인 586에게 정규직 일자리와 아파트를 물려준 산업화 세대'와 '자신들의 자식 세대인 현재의 청년 세대에게 그마저 물려주지 못하고 있는 586'을 대비시키며 그는 "역설적으로 보수정권 때는 결과의 평등이 (부분적으로) 있었는데 진보정권으로 들어오니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화 시대에는) 일자리와 아파트가 나름의 결과적 평등을 이뤘고, 복지 체계는 없었지만 그것을 대체한 것이 연공서열과 평생고용"이었으나 "IMF를 맞아 평생고용·연공서열이 깨졌고", "노무현 정부 때는 왼쪽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하며 '삼성 공화국'이 됐고", "문재인 대통령도 경제성장 한다고 이재용 부회장을 찾아가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앞으로의 미래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새로운 일들, 새로운 문제들이 벌어질 것이고 새로운 해법을 요구할 것"이라며 "정의와 공정의 문제가 새로운 형태로 제기될 것이고, 이미 되고 있다. (그것이) 기본소득 같은 것"이라고 최근 정치권의 의제로 떠오른 기본소득 논쟁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논쟁에서는 기본소득의 개념이 잘 정리되지 않은 채 혼란스런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어느 쪽이든 최소한 미래를 논하는 것이니 좋다고 본다"며 "(민주당은) 지금 친일파 묘를 팔까 말까 하고 있지 않느냐. 1945년으로 대한민국을 되돌리려는 것이냐. 그런 것은 그냥 역사학자들에게 맡겨 놓아야 한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백선엽 장군 장지 논란에 부쳐 "어떤 분은 2중 규정이지 않느냐. 친일파인데 6.25 때는 민족을 구했다. 그럼 어떡하느냐? 다수결로 하느냐? 다수결로 했다가 '다수'가 바뀌면 어떡하느냐? 파냈다가 다시 묻느냐?"고 특유의 독설을 퍼부으며 "(이에 비하면) 기본소득 논쟁은 긍정적·생산적이라고 본다. 그런 것을 통해 사회가 발전하고 미래를 기획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공화주의 없는 민주주의는 대중독재로 흐를 위험"

문제는 자신이 말하는 "오인", "착각", "환상"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여당 지지자들이 "스스로의 이익과 자기 자식들의 이익을 해치면서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진 전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요즘 불안하다"고 했다. "엣날에는 오류가 있으면 수정됐는데, 요즘은 수정이 아니라 (그게) 원칙이 되"고 있고, 나아가 "사회가 물구나무를 선 상태로 그대로 굳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것이다.

그는 "윤미향 사건을 보니,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윤미향을 내치지 않는 것을 '원칙'이라고 하더라. 기소돼 유죄가 입증되지 않으면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 때도 '유죄가 아닌 이상 장관을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라며 "(최소한인) 법이 아니라 '윤리'가 규제하는 수많은 영역이 다 없어졌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 대해 그는 "지금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시절의 민주당이 아니다. 김·노 전 대통령은 철저한 자유민주주의 철학을 가진 분들이었고 그 실현을 위해 싸운 분들이었지만, 지금 민주당 주류인 586은 정치 훈련을 다른 경로로 받았다"며 "운동권에서의 정치학습이 이들이 받은 유일한 정치학습이다. 그러다 보니 자유민주주의 개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중의 움직임이 걱정스럽다"며 "그나마 윤미향 사태 때는 조금 다르게, 반 갈라져서 반은 비판하고 반은 옹호하던데, 매번 지지층이 자발적으로 동원돼서 정당이 시키기 전에 알아서 (정당이) 원하는 것을 해 준다. 일종의 대중독재 현상, 모종의 디지털 포퓰리즘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옛날에는 정부가 국민을 감시하는 사회였다면, 지금은 '리틀 브라더스'가 서로 감시하는데 그게 더 무섭다. 정부는 규칙이라도 지키지, 양심적인 사람들은 '양념' 당하는 게 무섭고 '왕따'가 되는 게 힘들어 침묵한다. 나나 견디지, 보통 사람들은 힘들어한다"고 하면서 "옛날에는 질 들뢰즈(프랑스의 비판적 철학자)를 얘기하던 친구가 이제 윤미향을 옹호하더라. 어떻게 그럴수 있나"라고 탄식했다.

그는 "합리적 중도층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며 "그러면 결국 정치에서는 포퓰리스트가 득세하게 되고, 합리적·논리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정치인은 '지루한 사람'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 이어 유럽에서도 극우 포퓰리즘이 등장하고 있는데, 한국도 그렇게 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정당 초청 강연이라는 자리 탓인지, 진 전 교수는 정치 영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는 선행지수"라며 "정치가 후지면 사회도 그렇게 된다. 결국 1.5당 체제인 일본처럼 가게 된다. 사회의 수많은 문제점이 나와도 교정을 못 하게 된다"고 걱정했다.

시민사회 진영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공화주의 이념이 아닌(없는) 이상, 민주주의는 항상 대중독재로 흐를 위험이 있다. 히틀러도 선거로 수상이 되지 않았느냐"면서 "이것(대중독재 위험)을 견제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 언론과 시민단체 등 제3섹터였는데, 그마저 다 '어용'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민단체가 권력과 결탁했다. 옛날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역할을 시민단체가 했고, (그 과정에서) 민주당과 손을 잡았는데, 지금은 운동장이 반대로 기울어져 있는데도 그대로 그 쪽에 남아있다. 균형추를 반대로 잡아야 하는데 아예 민주당에 붙어버렸다"고 했다.

그는 또 "중도세력이 정치 세력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행 선거법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시장에도 독과점 방지 장치가 있는데, 정치에는 그게 없다. 양당이 독점하고 국민 표를 도둑질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금 180석인데 득표율과의 차이가 엄청나지 않느냐"고 선거제도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재차 시민운동 진영을 맹비난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선거법 개정 관련 흐름에서 자신이 "제일 화가 났던 게 시민사회"였다며 "그나마 어렵게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인데, 시민사회 그 인간들이 (위성정당) 앞잡이 노릇을 했다. 나쁜 놈들이다"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시민사회가 심판자 역할, 가치 수호자의 역할을 해야지, 어떻게 민주당도 더러워서 손을 못 댄 일을 대신해 주느냐"며 "그런 청부업자로 변해버린 쓰레기들을 쓸어내야 한다. 공정이 정치에 먼저 적용되게끔, 선거제도(개혁 문제)를 시민사회의 이슈로 다시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이 '대중독재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대통령이 한 말씀 해 주시면 물론 좋겠지만 대통령은 큰 변수가 아니다"라며 "이번에 윤미향 사건 관련 (문 대통령이) 말씀을 했는데, 말씀을 한 게 없다. 어쩌자는 얘기인지…. 대통령한테 그런 것을 기대할 게 없고, 그런 대통령도 아니다"라고 했다. "원래 정치할 생각이 없던 분인데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시는 바람에 운명처럼 불려나오신 분 아니냐"고 그는 부연했다.

그는 "대통령 지지율도 당과 연동이 안 되지 않느냐. 저도 그다지 대통령 비판은 안 한다"면서도 다만 "참모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느낌이 뜨악할 때가 있다.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느낀다' 이런 말을 들으면 '헐' 하는 생각이 들고 좀 '깨지' 않느냐. 이번에 탁현민 비서관을 다시 부르는 것을 봐도 뜨악하다"고 비판적 언급을 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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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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