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존의 보수진영이 추구해온 '자유'라는 가치는 형식적 자유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빵을 살 자유"를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정치권 안팎에서 '김종인 비대위'가 기본소득제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여서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3일 통합당 초선의원 모임에 참석해 강연을 하며 "(나는) '보수'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보수가 지향하는 '자유'는 말로만 하는 형식적 자유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전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실질적인 자유, 물질적 자유를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가 정치의 기본 목표"라며 "통합당이 실질적 자유를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종교·언론의 자유(를 말하는데…), '궁핍으로부터 자유'도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불공정은 계속해서 늘어난다. 이런 것을 어떻게 시정하고, 약자를 보호하고, 물질적 자유를 만끽하게 해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실질적 자유'의 의미에 대해 "배고픈 사람이 빵집을 지나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보고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나"라고 했다. 그는 "그런 가능성을 높여줘야 물질적 자유라는 것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신의 발언이 기본소득 도입을 시사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기본소득에 국한해서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본소득은)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공감대가 있는 것과, 가능하게 하는 것 (즉) 재원 확보는 별개"이며 "재원 확보가 어려우면 아무리 공감대가 형성돼도 실행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 함께 비대위 멤버로 발탁된 김현아 전 의원은 전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본소득 의제와 관련해 "포스트 코로나 위기 이후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저희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워낙 경제통이고 굉장히 고민을 하더라"고 말했었다.
김 전 의원은 다만 "논의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도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전제가 필요한데, 시스템에 대한 전제를 어떤 설정하지 않고 외국 제도를 도입하느냐 마느냐 논란만 가져오는 것은 굉장히 표피적인 논의"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의 측근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전 의원도 김 위원장이 기본소득 관련 고민을 하고 있음을 증언했다. 최 전 의원은 전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통합당 비대위원장으로 가시기 전에 1주일에 1번 정도 뵙고 여러 가지 얘기도 나눴다"며 "기본소득 이야기도 한두 차례 나눠봤는데, 기본적으로 그 분도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계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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