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첫 회의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위기 대응이었다. 통합당 혁신 과제에 대해서는 '다음 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하면서 민생 대응을 선제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국가적 위기를 언급하며 보수·진보 구분법을 뛰어넘는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1차 회의에서 "지금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국민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한 심정을 갖고 있다"며 "일단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에는 비교적 성공했다고 보지만 이로 인해 파생된 경제·사회적 제반 상황이 엄중하게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에 대해 "단순하게 코로나 방역이라는 것에 국한할 게 아니라, 경제·사회 여러 사항에 대해 균형 있는 전망을 내놓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는 21대 국회에 제출할 통합당 1호 법안 관련 논의를 주재했다고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통합당의 1호 법안은 "코로나 위기에서의 민생 지원 법안"이라고 최 원내대변인은 밝혔다.
통합당은 향후 비대위 산하에 경제혁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코로나 경제 위기가 온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크고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이것을 국가적으로 잘 대처해서 극복할 수 있는, 선도적으로 나갈 수 있는 정책적 논의를 강화해야겠다"고 경제혁신위 구성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또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가 바둑을 둘 때부터 AI(인공지능)가 나온 지 4년이 넘었는데, (대학에서) AI를 가르칠 교수 한 명이 없다"며 "당도 그렇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새로운 미래사회(에 대비할) 근본적 구조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최 대변인은 전했다.
관심을 모았던 통합당 혁신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공개 발언에서 "오늘 첫 회의에서 특별한 메시지를 발표할 것은 없다. 일단 비대위를 한 번 열어서 위원들과 협의하겠다"며 "다음 회의에서 당이 앞으로 무엇을 혁신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말하겠다"고 했다.
다만 비공개 회의에서는 김 위원장이 "정강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고 최 대변인이 전했다. 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에 진보·보수가 있지만 진보에도 진보의 가치가 없다. 진보의 가장 중요한 정강이 평등인데 교육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있고, 진보든 보수든 이런 문제에 대해서 답을 주지 못했다. 교육 기회의 평등, 사교육비 급등 등을 정책적 검토의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비대위원들 사이에서는 당의 취약점인 40대 이하 청년 세대와 호남 지역의 민심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 논의도 나왔다. 이와 관련,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호남에 지역 연고를 찾아서 자매결연 활동을 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2년 뒤 재집권하는 정당이 되기 위해, 전 계층과 많은 사람을 대표할 수 있는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데 비대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당 내부 혁신과 정책 과제 준비를 위해 위원들 간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고 최 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청년당원(활동의) 활성화를 위한 교육 등 역할을 비대위원 중에서 (특정 위원이) 맡아서 하기로 했다"고 전하며 "여성·아동·워킹맘들의 문제, 국가 존립의 문제인 저출산 문제에 대한 역할 분담도 하기로 했다"고 했다. 비대위원들이 정책 의제별로 '전담 위원'을 따로 정하겠다는 취지로 이해됐다.
다만 1차 회의에서는 당명 개정이나 여의도연구원 개편 방안, 기본소득 정책에 대한 논의는 없었고, 3차 추경안에 대한 이야기도 없었다고 최 대변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공개 발언에서 "앞으로 비대위를 통해 당이 진취적 정당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앞서 진행한 현충원 참배에서도 방명록에 "진취적으로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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