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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봄,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시민정치시평]<30> 미얀마의 봄과 꽃샘추위

아직 계절상 봄을 바라보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겨울의 끝에서 봄을 바라는 마음 한 구석에는 꽃샘추위에 대한 약간의 걱정이 늘 있게 마련이다. 미얀마의 정치 환경에 봄이 오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미얀마의 봄을 기대하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이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에 대한 걱정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11년 한해 동남아 지역에서는 민주주의의 확산 혹은 정치적 자유의 확산과 관련하여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이 있었다. 우선 그 시작을 알린 것은 5월 치러진 싱가포르의 총선이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와 함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민주주의로 이행하지 못한 대표적 국가로 꼽힌다. 지난 총선에서 독립이후 계속 집권해 온 인민행동당(People's Action Party)이 6석의 의석을 야당에 내어주었다. 이는 국민의 목소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집권당에 대한 싱가포르 국민들의 경고였다. 말레이시아 역시 지난 해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야당-시민단체 연합인 버르시2.0(Bersih 2.0)의 요구와 시민들의 목소리가 뜨겁게 달아올랐고 정부와 집권 여당은 국내보안법, 긴급조치법 등을 개정하거나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봄'이라고 부를만한 정치적 자유화와 변동은 미얀마에서 일어났다. 미얀마는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심각한 인권탄압과 정치적 억압으로 악명이 높은 국가이다. 1960년대 초 이래 군부가 정권을 장악해왔고 군부 통치 하에서 시민적 자유, 소수종족의 자치권, 그리고 미얀마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2차대전 이후 동남아에서 가장 발전 가능성 높은 국가였던 미얀마(당시 버마)가 이로 인해 인권억압과 빈곤으로 요약되는 국가로 전락했다. 1988년 8888항쟁으로 잠시 되찾았던 정치적 자유는 1990년 예상치 못한 선거결과로 인해 충격을 받은 군부에 의해서 다시 억압되었다. 1990년 선거에서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NLD)이 압승을 거두자 군부가 재등장하여 민주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 것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2007년 시도되었던 샤프론혁명(Shaffron Revolution)도 군부의 탄압 앞에 좌절되었다.

1990년 이후 신군부의 집권, 지속된 인권탄압, 소수종족에 대한 탄압은 국제사회의 미얀마에 대한 비난과 경제 제재를 불러왔다. 국제사회로부터의 봉쇄와 제재는 경제적 악화, 특히 미얀마 일반 국민들의 생활고와 미얀마의 대 중국의존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속되는 미국, 유럽국가 등의 비판과 제재 속에 2003년 미얀마 군부는 군부통제 하의 정치적 자유화 일정인 민주화 로드맵(Roadmap for Democracy)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통치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런 로드맵을 군부통치를 연장하고 대외적으로 비난을 피하기 위한 속임수 정도로 생각했다.

▲ 아웅산 수치 여사.ⓒ뉴시스

2010년 말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수치 여사가 가택구금에서 풀려날 때 까지 만해도 미얀마의 봄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미얀마 상황의 극적인 반전은 군부가 제시한 민주화 로드맵의 7단계 즉, 새로운 정부 구성에 따라 2011년 초 떼인 세인(Thein Sein) 대통령이 취임한 몇 달 후부터 예상치 못하게 시작되었다. 떼인 세인의 취임 때 까지만 해도 민간 통치를 가장한 군부통치의 연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수치 여사와 현 정부 고위직간의 면담이 갑작스럽게 이어졌고, 곧 이어 현 대통령과 수치 여사가 함께 미얀마 TV에 웃는 얼굴로 등장했다. 현 정부 관계자와 면담을 한 수찌 여사는 미얀마의 정치적 자유화와 민주화의 미래를 낙관한다는 견해를 밝혔고, 이는 곧 서방언론을 타고 퍼졌다. 이어 10월에는 민주화 세력이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양심수와 정치범 석방이 제한적이나마 실현되었다.

언론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검열도 약화되고 비교적 자유로운 언론들이 등장했다. 정부는 무장투쟁을 하는 소수종족에게는 보다 유화적 태도를 취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였다. 양곤(Yangon) 시내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거리집회도 개최되었다. NLD를 비롯한 야당과 민주화 세력에 대한 탄압도 완화되어 지난 총선에서 정당등록이 사실상 거부되었던 NLD도 정식으로 정당으로 등록했다. NLD는 2012년 4월 1일 실시되는 보궐선거에 나서기로 했다. 이 선거에서 수찌여사도 출마할 것으로 보이며 당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미얀마 내의 변화에 따라서 국제사회에서 미얀마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국무장관이 지난 12월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56년 만에 처음 미얀마를 방문했다. 이어 유럽연합이 미얀마에 사무소를 개설하겠다고 발표를 했으며 미얀마 군부정권에 매우 비판적인 영국도 윌리엄 헤이그(William Hague) 외무장관이 2012년 초 미얀마를 방문했다. 아세안도 지난 2011년 11월 열린 아세안정상회의에서 미얀마가 2014년 아세안 의장국을 맡는 것에 대해서 동의했다.

이런 모든 변화가 반가우면서도 너무 뜻하지 않게 찾아온 탓에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어제까지의 모진 겨울바람이 갑작스럽게 따뜻한 봄볕으로 바뀐 듯하다. 미얀마 내에서 오랫동안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세력들의 기여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지만, 앞서 언급한 변화의 직접적 시작은 현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로부터 시작되었다. 사실 과거 군부통치를 구성하던 통치 집단의 일부가 주요 세력인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현 대통령도 과거 군사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의회의 4분의 1은 군인으로 채워져 있으며, 의회 내 절대 다수는 과거 군사정부의 정당이 점거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현 대통령을 위시한 현 정부의 고위직은 상대적으로 민주화세력과 대화할 자세를 갖고 있던 미얀마 군부 내 온건파로 분류되던 인사들이다. 수찌 여사로 대표되는 국내 민주화 세력도 현 정부의 이런 변화에 따라서 과거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하면서 일거에 군부세력을 몰아내는 식의 민주화 방식 보다는 현실적으로 보다 온건한 세력과 대화를 통해서 미얀마 국민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완화하고 정치적 자유의 공간을 확대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강경파를 중심으로 군부통치를 이끌던 딴쉐(Than Shew)의 노화와 인권문제 등으로 비난을 받고 있던 군부의 탈출구 모색도 현재 목격되고 있는 미얀마의 변화의 한 원인이다. 2011년 아랍의 봄에서 목격된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가 딴쉐를 비롯한 강경군부에 경종을 울렸고, 이런 운명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지도 작용했을 것이다. 대중국 경제의존 심화에 따른 위기감도 군부에 확산되어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서방국가들의 지원도 필요했다. 그러나 이런 서방국가의 지원은 경제 제재 때문에 불가능했고,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적 자유의 확대 등 내부 변화뿐이었다.

미얀마의 봄이 무척 기다려진다. 그리고 미얀마의 봄은 겨울이 지나면 당연히 봄이 오듯이 필연적으로 올 것이다. 다만 꽃샘추위가 걱정이다. 정치적 자유화가 기득권을 누렸던 군부를 자극하여 이들이 다시 정치의 전면으로 돌아오거나 개혁에 저항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내적으로 민주화 세력과 현재 미얀마 정부의 개혁세력 간의 전략적 합의가 중요하다. 또 현재 정치적 자유의 확대라는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군부의 재등장을 방지하기 위한 적당한 속도 조절도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1960년대 최초 군부통치를 가져왔던 국내적 혼란, 그중에서도 소수민족과 갈등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도 큰 과제이다. 소수민족의 자치를 확대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그리고 군부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2008년 군부통치하에 제정된 헌법의 개정도 향후 극복해야할 난관이다.

미얀마에서 정치적 자유의 확대와 민주화는 미얀마 국내의 정치 동학 못지않게 외부의 지원과 관심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관심 혹은 경제제재는 바랬던 것만큼 빠른 미얀마의 민주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 부터가 중요하다. 미얀마가 다시 과거로 회귀하지 않고 현재의 자유화 추세를 지속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현 정부에 대한 견제, 민주화세력에 대한 지원이 한층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분명히 미얀마 내의 민주화 세력은 현재의 정치적 자유 확대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미얀마 상황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큰 꽃샘추위 없이 미얀마가 봄을 맞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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