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집값도 감자값처럼 올라야 하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집값도 감자값처럼 올라야 하나?

[기고] 토지는 다른 재화와 다르다

부동산 관련 기사들을 검색하다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를 발견했다. <동아일보>의 "뜀박질하는 밥상물가… 내리막 걷는 아파트값"(바로보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그것이다. 이 기사의 골자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서민 체감도가 높은 감자, 무, 고춧가루 등 품목들의 물가가 껑충 뛰었다. 반면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과 입주물량 증가로 전국의 집값은 4년 9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 기사는 물가 관련해 객관적인 통계를 담은 보도로 보인다. 아마 기자나 데스크 모두 다른 의도가 있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 눈엔 탐탁치 않은 대목이 있었다. 집(더 정확히 말하면 집이 터 잡은 땅)을 다른 재화와 같이 취급하는 관점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미디어 종사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주 많은 전문가들과 관료들이 집을 다른 재화와 달리 취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대한민국의 집값 상승률은 다른 재화와 비교할 때 별반 높은 것이 아니다' 같은 평가가 난무하고, 정책 당국자들은 집값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는 듯한 인상을 주곤 한다.


나는 부동산을 다른 재화와 같이 취급하는 관점(무지에서 비롯되었든, 이해관계에서 연유했든)이 '부동산 인질사회'와 '지대 추구 사회'를 가능케 하는 토양이라고 생각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부동산은 다른 재화와 완전히 다르다. 특히 부동산의 본질이라 할 토지가 그렇다. 토지는 인간이 만들지 않은데다 인간 모두가 평등하게 권리를 가진 자연의 선물이고, 인위적으로 늘릴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증가하는데 늘어난 가치는 토지 소유자의 기여가 아니라 전적으로 공공의 기여이고, 토지소유자가 공공이 만든 가치를 부당하게 사유하게 되면 아무런 잘못이 없는 토지 미소유자들이 손해를 본다.


반면 다른 재화들은 인간이 만들었고, 공급을 늘릴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대체로 가치가 줄어들고, 재화의 생산자가 생산에 대한 댓가를 가져가는 것이 정당하며, 특정인이 그 재화를 소유(독점이나 과점이 아닌 한)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부당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토지를 포함한 부동산을 다른 재화와 달리 취급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굳이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이 다른 재화와 다르다는 사실을 설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거래가 줄어들면 틀림없이 토건 카르텔이 '부동산 경기가 다 죽는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국민경제도 큰 타격을 입는다'며 문재인 정부가 애써 구축한 부동산 시장 정상화 조치들의 후퇴를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기실 토건 연관 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부동산이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감안할 때 토건 카르텔의 거센 압박을 견디는 게 쉬운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럴 때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이 다른 재화와는 완전히 다른 재화라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거래가 활발한 상태를 정상이라고 간주하는 토건 카르텔의 온갖 압박을 이겨낼 수 있다. 집은 감자가 아니며 고춧가루와도 다르다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