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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복원으로 4대강 복원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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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복원으로 4대강 복원 시작하자

[초록發光] '한강 자연성 회복' 외면한 박원순 시장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최근 몇 차례의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한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언제나 큰 관심사였다. 한강을 70년대 말 한강종합개발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지금의 구조, 즉 콘크리트 제방과 깊은 수심을 유지하며 관리할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로 자연성을 회복하는 조치를 취할 것인지 하는 두 입장이 대별되어 왔다.

전자의 입장은 오세훈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정책이 대표적인데 인공 호안 관리와 지속적인 준설이 필수적이다. 그만큼 유지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수질 관리 문제가 따라 붙는다. 후자의 입장에는 2013년 서울시의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계획"과 환경단체들의 한강 재자연화 주장 등이 있다.

한강의 수중보를 철거하여 물과 모래의 흐름을 촉진하면 지금의 밤섬과 같은 풍경을 회복하고 강수욕이 가능한 모래사장도 스스로 생겨날 것이라는 기대다. 환경단체는 상수도 취수원 이전이나 농어업 피해 우려 같은 쟁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대부분 어렵지 않게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기대와 요구를 모아 "한강복원 시민행동"이라는 자발적 시민 조직이 출범했고, 한강을 재자연화함으로써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시민들에 가까운 휴식처로 만들자는 지방선거 공약 제안도 내놓았다.

남북미 정세 변화의 영향이 압도적인 나머지 정책 경쟁이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 분위기이기도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강 복원은 아직 치열한 쟁점은 아닌 것 같다. 더구나 당선이 가장 유력하게 예상될 뿐 아니라 지난 수년간 서울시를 이끌어 온 박원순 후보가 지난 5월 중순경 <오마이뉴스>와 행한 인터뷰는 한강 재자연화에 대해 기대를 높여 온 환경단체와 시민들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박 후보는 "2011년에는 시장이 되면 한강 신곡 수중보를 철거해 한강 자연 생태를 복원하겠다고 했는데, 6년이 넘도록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밖에서는 어떤 주장이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이 실현될 때 가져올 결과물의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며, 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쪽의 논지가 불충분하고 특히 한강 수위가 1~2m가량 낮아질 경우 본류와 지천의 생태계에 줄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용역을 추가로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 정책 중에는 "수십 년 동안 결론을 못 내린 것들도 많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한강 재자연화 같은 큰 사업에 신중한 논의와 프로세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난 6년 동안 그러한 논의와 프로세스를 위해 서울시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 기억날만한 것은 거의 없다. 박 후보가 언급한 추가로 의뢰한 용역도 아직 정식으로 발주된 게 아니라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직무태만이거나 말바꾸기라고 비난 받아도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반면에 서울역 고가공원 조성이나 세운상가 리모델링 등 박 시장이 원했던 사업들은 심도 있는 검토를 위한 용역이나 충분한 논의 프로세스 없이 전광석화처럼 진행하지 않았던가?

더군다나, 박 시장이 추진한 망원지구 함상공원과 한강택시 재운행, 경인운하와의 주운 연결을 위한 여의도 통합선착장, 청사진까지 그려진 잠실지구 마리나베이 사업 등을 보면 한강 재자연화를 전제로 검토를 계속한다고 보기엔 오히려 기존의 인공적 한강 패러다임을 유지하는 쪽에 가까웠던 게 사실이 아닌가.

다시 기억을 되살려 보자. 박 시장은 2011년 당선될 때 한강 재자연화라는 큰 그림에 동의했고, 2013년에는 '큰 고니 날아오르고 아이들이 멱감는 한강'이라는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계획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가하천인 한강을 서울시 마음대로 재조성하는 데에는 권한의 한계도 있었거니와, 박근혜 정부의 관광자원화 계획과 절충하여 2015년에는 한강협력계획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그러면서 관광자원화 사업에 예산이 쏠리고 재자연화는 서울시의 당면 정책과 사업에서 시나브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논란이 될 만한 쟁점은 더욱 비켜가는 경향을 보이는 박원순 후보의 공약에서 한강 재자연화 관련 내용은 아예 찾아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실시한 4대강 보 부분 개방은 제한적인 물리적 변화임에도 이미 개방된 구간의 위 아래로 모래톱이 되살아나고 습지가 형성되며 새와 물고기의 종 수가 확연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신중론을 답습하며 보다 과감한 행보를 미루고 있다. 4대강이 검은 물만 벙벙하게 차오른 서울 구간의 한강처럼 유지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그러면서 특히 사람들의 상식과 이미지 속에서 그러한 상태가 '정상적인 강'으로 굳어진다면 4대강의 복원과 재자연화도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한편, 4대강의 보 개방이 효과를 보이고 있고 중앙정부와 서울시 정부가 조율된 역량을 발휘할 조건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지방선거 이후의 시기만큼 한강 재자연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적기도 없을 것이다. 이 좋은 기회를 한강에 깨끗한 물과 모래를 흘려보내는 대신에 신중한 논의와 재검토를 위한다는 연구 용역으로 마냥 흘려보내야 할 것인가? 박 후보뿐 아니라 정부 여당도 질책할 수밖에 없다. 한강보도 철거하지 못한다면 4대강 복원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것이란 말인가?

이명박이 현대건설 사장 시절에 직접 맡았던 한강종합개발사업, 그것이 이명박 스스로 밝힌 바 있듯이 4대강 사업의 모델이 되었고 실제로 그는 전국의 하천을 보로 막아 서울시 구간의 한강을 재현했다. 이제 한강 수중보를 철거하는 것으로 복원과 청산을 시작해야 한다. 추가로 필요한 세부적인 기술적 검토는 정책 의지를 강하게 천명하고 진행해도 충분하다. 마침 박원순 후보도 환경단체의 한강복원 정책 요구를 일정하게 받아들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강복원 시민행동은 오는 6월 1일에 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장 후보 초청 한강복원 공약 토론회"를 열고 각 서울시장 후보들의 입장을 들을 예정이라 한다. 박 후보를 포함한 모든 서울시장 후보들의 진지하고 적극적인, 진전된 태도를 기대한다.

▲한강복원시민행동. ⓒ조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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