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활성화 된 90년대 후반 '인터넷 시대' 이후 최대의 '부정 선거' 사건으로 번질 수 있어 한나라당도 전전긍긍하고 있는 분위기다.
재보선 당시 선관위 홈페이지는 직장인 출근 시간인 오전 6시 10분부터 오전 8시 32분까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결국 박원순 후보 지지 성향이 강한 젊은 직장인들의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황금시간'에 디도스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찰은 최구식 의원 9급 비서를 지낸 공 씨 등이 최 의원의 지시를 받아 범행을 저질렀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재보선 당일 아침 박원순 후보(현 서울시장)의 홈페이지를 공격한 것도 공 씨 등의 소행인지에 수사하고 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공 씨는 박 후보 홈페이지 공격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의 홈페이지는 오전 1시47분~1시59분에 1차 공격을, 5시50분~6시52분에 2차 공격을 받았었다.
자신의 연루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최구식 의원은 재보선 때 나경원 후보를 적극 도왔었다. 특히 최 의원은 <위키트리>에 "손학규 선배님 차라리 탈당하세요." "안철수 교수님, 세상이 만만해보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SNS 상에서 보수층을 집결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 "사실이면 의원직 사퇴하겠다"고 말한 최 의원이 국회 기자실을 나서며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뉴시스 |
최구식 "마른 하늘에 날벼락…사실이라면 의원직 사퇴"
여론이 심상치 않자 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그런 일에 연루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은 (기자) 여러분께서도 잘 아실 것"이라고 자신의 연루설을 전면 부인했다. 최 의원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황당한 기분"이라며 "제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보좌관이라고 하는데 의원실 업무를 보좌한 것이 아니라 1년 3개월동안 제 운전기사로 일했다. 보좌진과 주변을 상대로 확인해 봤지만 제 운전기사가 그런 일에 연루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다만 "저의 (전직) 운전기사 일로 물의가 빚어져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제가 살아온 인생과 공적인 위치 등을 감안해 보도 과정에서 명예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언론인 여러분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수행 비서가) 전과가 있는데 이를 알았었느냐"는 질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최 의원 말대로 운전 기사를 하던 일개 9급 수행비서가,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선관위 홈페이지를 마비시키는 불법을 저지를만큼 당에 '충성심'이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발칵 뒤집어진 분위기다. 김기현 대변인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한나라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최 의원 수행 비서 개인의 책임으로 돌렸다. 김 대변인은 "한 개인이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한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엄정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 나빠질 것 같다는 판단이 드냐"는 질문에 "그것은 우리가 판단할 것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당 내부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한 당직자는 "허탈하다. 예산안도 처리고 뭐고 민심이 악화돼 다 날아갈 것 같다"고 푸념했다.
경찰, 최재경 중수부장 사촌에 '세게' 나가는 이유?
최 의원이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과 사촌간이라는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이 갈등을 빚는 와중에 경찰이 현역 여당 의원이자, 현직 중수부장 친인척 연루 사건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말했지만, 여당 실세 의원을 정면으로 조준한 이 사건이 수사권 독립을 외치는 경찰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최구식은 누구? <조선일보> 출신 최 의원은 독설로 이름값을 얻은 사람이다. 17대 국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은 아는 것이 없고, 이해찬 총리는 인간성이 결여됐다...요즘 언어 습관으로 하자면 '무식하다', '꼴통이다'"라고 말해 이름을 알렸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의 정계 복귀 때인 2006년에는 "이회창 씨는 (이순신이 아니라) 원균이다"라고 말해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당황하게 만들었다. 최 의원은 경남 산청 출신으로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해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를 오래 지냈다. 조선일보 차장 대우를 지내다 2002년 최병렬 고문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의 언론 보좌역을 잠시 맡았고 박관용 국회 의장의 공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역시 조선일보 출신인 최병렬 고문은 최 의원의 '9촌 아저씨'가 된다. BBK 검사로 이름 높은 최재경 중수부장의 2살 연상 사촌형이다. 최 의원은 17대 국회에 입성한 재선 의원이다. 18대 총선에서 당시 실세였던 이방호 전 사무총장과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공천에서 탈락한 뒤 경남 진주갑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김무성 의원 등 친박무소속연대와 박사모의 지원을 받아 결국 당선을 거머쥐었고, 이후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이후 최 의원은 세종시 파동을 거치면서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 고수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친이계로 완전히 돌아섰다.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자신을 당선시켜준 박근혜 전 대표를 저버린 배신자"라는 말이 나왔다. 당시 박사모 정광용 대표는 논평을 내고 "박근혜 대표님의 이름을 팔아 당선된 자, 박사모의 지원을 이용하여 당선된 자, 박근혜 주변을 맴돌면서 친박 행세를 하던 자가 드디어 비열한 배신자로서의 모습을 드러냈다"며 "2012년 4월이 많이 남은 것 같이 보이지만 길어야 22개월...박사모는 변절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낙선 운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할 때 미디어법 처리를 주도한 인사 중 하나로 '조중동 종편' 탄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최 의원은 한나라당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최 의원을 일컬어 "스핀닥터"라고 불렀다. 스핀닥터는 정치 뉴스를 만들고 관리하는 기술자라는 의미다. 최 의원은 한미 FTA 날치기 처리에 앞서 한나라당 안에 '온건파'가 득세하기 시작하자 의원총회에서 "이제는 FTA를 처리해야 할 때"라고 강행처리를 주장하는 등, 대표적인 여당 내 강경파로 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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