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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미FTA 정국에 뜬금없는 '재보선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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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미FTA 정국에 뜬금없는 '재보선 사과'

'강행처리 후폭풍' 다음날 MB 정책 우회적으로 비판…왜?

한나라당 유력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이번 한미FTA 강행처리의 주역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박 전 대표의 정치 일정에 이번 한미FTA 강행처리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정치권의 촉각도 곤두서 있다.

박 전 대표는 비준안 처리 전에 "늦어질수록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한미FTA 비준안은 이번(회기)에 처리되는 게 좋다"고 말해왔고, 야당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ISD(투자자-국가 소송제)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의 '역제안'을 두고 "(미국 장관 서명이 들어간) 종이 한장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협상 여지를 없애버렸다.

박 전 대표의 태도를 목격한 일부 친박 의원들은 완전히 돌아섰다. 농촌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저렇게 나서는데, 반대표를 던지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쇄신파 22명이 당 지도부 강행처리 방침에 끌려간 데 대해서도 박근혜 전 대표의 태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말들도 나왔다. 당 지도부가 '강행처리해도 되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부분도 박 전 대표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던 박 전 대표가 한미FTA 비준안 처리 이후 보여준 행보는 다소 뜬금없었다.

▲ 박근혜 전 대표 ⓒ뉴시스

박근혜, MB 정책 우회적으로 비판 왜?


처리 직후에는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기 바빴다. 투표를 하고 나오면서 "제가 갈 데가 있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강행처리 다음 날인 23일 박 전 대표는 대전을 찾아 난데 없이 10.26 재보선 패배에 대해 "그동안 부족한 게 많았기 때문에 벌 받은 것"이라며 "엄청나게 반성하고 있다"고 '고해성사'를 했다.

정치권이 한미FTA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이미 당 지도부가 유감을 표했던 재보선 패배에 대한 심경을 밝힌 것이다.

대전 한남대에서 대전권 대학 총학생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박 전 대표는 "2040 세대가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는 한 학생의 지적에 "젊은이의 고통은 부모의 고통으로, 결국 국민 모두의 마음이 돌아선 것"이라며 "그렇게 된 데는 부족한게 엄청나게 많았다. (한나라당이) 소통하는 부분에서 너무 부족함이 많았다. 소통은 단순히 만나는 문제가 아니라 관심인데 무엇이 불만인지 열심히 들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학자금을 대출 받아도 졸업하자마자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학자금은 물가를 빼면 거의 제로금리로 하고, 장기 분할 상환토록 하며, 취직 이후 대출금을 갚도록 하는 등 배려를 해야 한다"고 대학생들을 위한 정책 구상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정치는 정책이다.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얘기하면서 예산에 반영돼 (국민의) 피부에 와닿을 때 국민에 전달되는 것"이라며 "그런 노력이 우리가 많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재보선 패배의 원인으로 "소통 부재"를 지적했지만 대야 협상의 실패 결과인 한미FTA 처리에 따른 후폭풍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엄두도 못 내고 있던 '학자금 대출 제로 금리'를 제안하는 등 이명박 정부 정책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한미FTA 후폭풍에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 이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즉, 한미FTA 강행 처리에 따른 민심과 10월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분리하고 있는 것이다.

'MB불도저' 보조석에 올라탄 박근혜…'정책 쇄신' 통할까?

문제는 박 전 대표가 이번 한미FTA 비준안 처리 과정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과거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 미디어법 논란, 감세 이슈 등과 관련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 왔던 게 사실이다. 유권자들도 박 전 대표의 행동을 이 대통령에 대한 '견제'로 풀이해 왔다. 그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향후 대권 가도에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나라당은 인적 쇄신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일단 당 내외에 새로운 얼굴을 들이고 정책 쇄신을 한 뒤, 공천 물갈이 등을 통한 본격적인 '인적 쇄신'까지 기획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구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정책 쇄신을 한 이후 정치 쇄신을 하겠다고 한 것은 여러번 공언한 얘기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한 시사평론가는 "박 전 대표는 한미FTA를 정치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책 쇄신을 통해 정치 이슈를 금새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도 '정치개혁'과 관련해 이날 "국민이 (정치 과잉에) 너무 고통스럽지 않는가"라며 "예산국회가 끝나면 내년 선거일정과 맞물려 정치개혁도 해야되지만 지금은 정치개혁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여가고, 추후 인적 쇄신에 나선다고 할 경우, 과연 유권자들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지는 현재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식 정국 운영의 '불도저' 보조석에 한번 올라 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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