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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모호한' ISD 제안…'발효 후 3개월'은 4월 총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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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모호한' ISD 제안…'발효 후 3개월'은 4월 총선 후?

"대국민 꼼수" 비판도…민주당 내분으로 빠지나?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FTA 최대 쟁점인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에 대해 "국회가 한-미 FTA를 비준 동의하면서 정부에 양국 정부가 ISD를 재협상하도록 권유하면, 발효 후 3개월 내에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5일 국회를 방문해 박희태 국회의장 및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면담 과정에서 이같이 제안한 뒤 "(국회가 양국 정부에 요구할 경우) 내가 책임지고 미국과 재협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대표는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미FTA에서 최소한 ISD 조항은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다만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이 있으므로 이 제안을 당내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 등 소장파와 민주당 김성곤 의원 등 보수파 등 양당 '절충파'의 제안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이 폐기했던 지난달 31일의 '가합의문'의 내용과 거의 같다. 그러나 손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한미FTA비준안 처리 전에 재협상 및 '폐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15일 국회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청와대

모호한 MB의 재협상 제안…野 주장하는 '폐기'도 포함할까?

이 대통령의 제안은 다소 모호하다. 우선 이 대통령이 언급한 "재협상"이 손 대표가 요구한 "폐기"까지 포괄하고 있느냐는 문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한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재협상이라는 의미 안에 '폐기'까지 포함돼 있는지는 내가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 대표가 폐기를 요구한 뒤 이 대통령이 재협상으로 받아쳤을 뿐이다. 이 때문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생긴다.

첫째,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처리한 뒤 재협상을 한미 양국에 공식 권유하면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지, 미국에 폐기를 요구하는 데 까지는 나가지 않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 이날 국회에서 열리고 있던 지식경제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홍석우 후보자는 "ISD는 한국에게 더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ISD 조항의 일부 '수정'을 미국에 요구하는 정도에서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폐기를 요구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 그리고 비민주 야권의 입장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둘째, "발효 후 3개월 이내에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한다"는 것도 시기적으로 애매하다. 만약 야당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해 11월 24일 한미FTA가 여야 합의로 처리될 경우 비준안은 양국 서신 교환이 이뤄진 뒤 60일 후에 발효된다. 즉 1월 말에서 2월 초 경이 발효 시점이 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 말대로 3개월 안에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봤을 때, 4월 말에서 5월 초가 재협상 요구 시한이 된다. 이 때는 이미 총선이 끝난 후인데다, 이 대통령 임기도 대통령 선거일을 감안하면 사실상 임기가 7개월이 채 남지 않게 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재협상을 뜻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셋째,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미국이 재협상에 과연 응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 대통령의 재협상 요구를 미국이 거부할 경우 민주당은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MB가 던진 화두 받아든 민주 '절충파'…'반란' 이어갈까?

ISD 재협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냐와 별도로, 당장 민주당 내 절충파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30~45명이라고 알려진 '절충파'들이 이 대통령의 '성의 표명'을 무기로 비준안 처리에 협조하자는 주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목소리가 거세질수록 입지가 줄어드는 것은 손학규 대표다. 손 대표는 그동안 "ISD 재협상 없이 비준안 통과는 없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ISD 폐기를 강하게 주장해왔던 정동영 최고위원도 "절충파들의 주장은 독이 든 만두를 먹고 다시 나중에 해독제를 찾아 먹겠다는 것으로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었다. 이런 입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재협상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결국 이 대통령의 재협상 언급으로 당장 민주당이 또 다른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대통령이 표현한 '성의'가 민주당 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절충파'에 심적으로 동조해왔던 김진표 원내대표가 "이 대통령의 제안은 '비준 즉시 재협상'이라는 민주당 협상파의 주장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미흡하다고 평가해 절충파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된다. 이용섭 대변인은 일단 "16일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뜻을 의원들에게 전달하겠다"면서 "현재 민주당의 분명한 입장은 한미 FTA에서 최소한 ISD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만에 하나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비준동의안을 물리력으로 저지하지 않기로 선회할 경우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말도 안되는 대국민 꼼수이고, 부도날 것이 뻔한 어음을 국민과 야당에 던져주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 대통령이 ISD가 독소조항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 아니겠느냐"고 공세를 강화했다.

MB "세계 모든 경쟁 속 한국만 뒤떨어질까 조바심 나"

이명박 대통령은 박희태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만난 후 모두 발언을 통해 "나는 FTA 문제를 미국에서 보면서, 공화당에서 반대도 있었지만 가결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민주당 정권에서 (한미FTA 합의를) 해서 한나라당까지 왔는데 FTA가 되면 내년 개방되고 후년에 새 정권 탄생하면 FTA 효력이 발생할 것이다. 저는 FTA 길을 닦는 심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의 모든 경쟁 속에 조바심 갖고, 행여 (우리나라가) 뒤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오늘은 정말 초당적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애국심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여야 지도부에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와 관련해 "일본은 한국이 상당히 앞서는 것으로, 추월한다고 과장되게 생각한다. 세계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그런 가운데 헤쳐 나가야 할 길을 헤쳐 나가려면 우리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 정치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국민과 저희 입장은 변함이 없고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깨져선 안 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언론에서 '야당을 압박하고, 일방처리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준안을 처리하기 전에 ISD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국회가 잘 안되는 부분이) 단지 한미 FTA 하나 있는데 저희들이 속 시원히 국민한테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대통령에게까지 죄송하다"고 조아렸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면담 자리에는 국회 출입기자가 아니라, 청와대 출입기자로 구성된 '풀기자단'이 들어왔다. 반면 국회는 국회에 등록된 언론사 중 <연합뉴스> 단 한 곳만 취재를 허용했다. 방송 카메라는 <국회방송>외에 한 대도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고, 사진도 국회 미디어지원관실에서 찍어 배포하기로 했다. 국회 로텐더홀은 아예 기자 출입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다. 철저한 '통제' 속에서 박 의장은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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