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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야당 향해 칼을 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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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야당 향해 칼을 빼다

"한미FTA, 늦어질수록 도움 안돼…ISD 일반적 제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극한 대립을 겪고 있는 한미 FTA 비준안 처리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시도에 힘을 실어 줬다. 박 전 대표는 3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는 이번에 처리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이) 어떻게든 회기 내, 11월 안에 처리를 하려고 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늦어질수록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박 전 대표 측은 "회기 내 처리하는 게 좋다는 의미"라고 부연 설명했다.

박 전 대표가 '대야 공세'에 가세한 것은 근 4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한미FTA 처리를 밀어붙였던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친박계의 확실한 지원을 보장받게 됐고, 미래희망연대 8석까지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반면 야당은 박 전 대표에게 집중 공격을 펼 것으로 보인다.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박 전 대표는 "ISD는 국제적 통상협정에서 일반적인 제도이고, 표준약관같이 거의 모든 협정에 다 들어있는 제도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이는 정부 측의 설명과도 같다. ISD는 '독소조항'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뉴시스
박 전 대표는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나라이고, 또 앞으로 계속해서 우리 한국은 세계 속의 통상모범국으로 선진국을 지향하는 나란데, 그렇게 ISD에 휘말릴 정도로 편파적이거나 또 독소적인 제도를 우리나라가 도입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ISD가 없다고 하더라도 만약 (우리나라가 국내법상) 그런 편파적이고 독소적인 제도를 갖고 있다고 한다면, WTO같은 국제기구라든지 이런데서 (우리나라에) 시정을 요구할 거고, 또 외국의 보복조치같은 걸로 인해서 (우리나라의 제도가) 시정이 되고 말 것"이라며 "ISD가 있거나 없거나 이것은 일반적인 제도로서 우리 통상협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야당의 물리적 저지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표결에 참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는 "지금 여야간에 어떻게든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니까 지켜보구요"라고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박근혜, 대야 공세에 적극 가담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여야 대치의 현안이 있을 때마다 한나라당의 대야공세에 가담하지 않았었다. 지난 2009년 1월 미디어법 논란이 있을 당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석해 "한나라당의 법안들이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을 준다"고 비판했고, 7월 미디어법 처리 당시에는 여당의 힘을 빼는 '미디어법 중재안'을 들고 나왔었다.

지난해에는 이른바 '세종시 백지화 파동'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야당과 의도치 않게 같은 목소리를 냈고,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때는 "국민과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감세 논쟁에서도 중재안을 내는 등 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비교적 균형을 잡아왔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이번엔 본격적인 '대야 공세'에 나선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표가 한미FTA 비준안 11월 처리를 못박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나라당이 이를 강행처리 할 경우 그 결과에 대해 함께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고, 야당과는 확실히 각을 세우겠다는 의미다. 이는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디어법 처리, 예산안 처리 등 중요한 표결 과정에 거의 불참해왔던 그가 이번 한미 FTA 표결 처리 참석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상득 의원 등 원로들도 국회에서 볼썽사나운 일들이 벌어질 경우 대부분 가세했고 때로 당직자들에 밀려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박 전 대표는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었다.

민주당 "날치기 처리 독려 발언"

이에 대해 민주당은 "날치기 처리 독려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게) 강행처리 방침을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의 발언을 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이어 "박 전 대표가 우선 ISD의 내용부터 파악하기를 기대한다"며 "ISD는 일반적이니 제도"라는 박 전 대표의 주장을 비난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박 전 대표가) 장고 끝에 악수를 뒀다"며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를 두고 한 말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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