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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핵폭풍', 여야 잠룡들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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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핵폭풍', 여야 잠룡들 휘청

[전망] '승리의 종결자' 안철수, 야권의 메시아인가?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으로 2012년 대선 판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정계개편을 포함한 정국 주도권은 야권으로 넘어갔다. 한나라당은 '신(新) 계파 전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상수'였던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야권의 강한 응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있다.

당 중심의 정치 외에 시민 사회 기반이 없는 한나라당은 뾰족한 수가 없다. 반면 야권 연대의 노하우를 꾸준히 쌓아왔던 민주당은 큰 틀에서 정계개편을 통해 '박근혜 대세론'으로 기울어왔던 대선판을 바꾸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를 등에 업은 야권은 좋든 싫든 '변화'의 길에 내몰렸다. 제 1야당인 민주당이 정당의 테두리를 벗어나 야권 '빅뱅'을 시도하면 한나라당은 수세적 입장에서 야권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바람' 이전에 정치판을 설명하는 단어는 '박근혜 대세론'이었다. 이 틀거리가 뒤틀리면서 박근혜 전 대표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당내 도전에 노출됐고, 여론의 관심에서 '안풍'에 밀렸다. '박근혜 대 안철수'가 아니라 '박근혜 현상' 대 '안철수 현상'으로 흐를 수 있다. 서울시장 재보선을 기점으로 프레임은 인물 구도에서 세력 구도로 넘어왔다.

▲ 안철수 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 ⓒ프레시안(최형락)

야권의 '메시아'된 안철수

이같은 변화, 그리고 정계 개편의 핵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그는 박 당선자에게 건넨 편지를 통해 야권 성향 유권자에게 "행동"하기를 호소했다. '야성'을 또렷하게 내비쳤고, '반 한나라당'임을 명확히 했다. 서울시장 선거 측면 지원을 통해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그가 내년 4월 총선에 개입할 것은 확실하다.

그가 박원순 후보 지지 편지를 통해 "저는 지금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변화의 출발점에 서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부분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기존 정당과 정치 세력을 넘어 제 3의 정치 세력을 만들고 그 중심이 될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 경우, 전제는 한나라당이 최소한 해체에 준하는 절차를 밟고, 방심한 야권이 분열을 일으킬 때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안 원장이 직접 판을 짜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나리오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안철수 파워'는 지속성이 있다. '제 3의 정치세력화' 가능성을 내비침과 동시에 야권을 지원하는 안 원장의 모호한 태도는 오히려 안 교수의 '몸값'을 올리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몸값이 올라가면 정치적 무게는 자연히 커진다.

본인이 직접 나서 '인물 구도' 안으로 편입되지 않는 한 '인물론 프레임'은 의미가 없다. 그는 현재 야권의 '메시아'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야권이 가야할 방향은 더욱 명징해졌다.

안철수의 존재감에 머쓱해진 野, 상처 입은 與

문제는 여야 대권주자들이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여야 잠룡들은 모두 상처를 입었다. 야권의 경우 부산 동구청장 선거 패배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타격이 될 전망이다. 문 이사장은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혁신과 통합'에 참여, 주도적인 역할을 보여줬지만 정작 자신의 지역 기반인 부산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국구 인물'은 됐으나 부산 지역 야권을 대표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손 대표 역시 별다른 성과는 없고 숙제만 잔뜩 받아왔다. 민주당 후보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에 여전히 시달릴 수밖에 없고, '품은 잔뜩 들였지만 남 좋은 일만 했다'는 불만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보선을 '승리한 선거'로 만드는 데 손 대표가 한 역할은 분명히 있다. 손 대표는 민주당의 담을 허물고 야권 연대를 더욱 가속화시켜야하며, 그 경쟁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승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계산서'는 제각각이지만 기본적으로 야권 주자들의 관계는 적어도 총선 때까지 '협력'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다. 안철수의 지원은 야권의 '협력'과 '통합'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심각한 상황이다.

'부동의 1위'였던 박근혜 전 대표는 이번 선거 최대 피해자다. '박근혜 바람'이 '안철수 바람'에 밀렸다. '수도권을 잃고 대선 승리 못한다'는 '정설'앞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 박 전 대표는 향후 이어질 야권의 공격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대세론이 확장성을 갖지 못하면 그간 구축해온 자산만 깎아먹을 수 있다. 뾰족한 수도 없다.

여권의 또 다른 잠룡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우 개인의 활동 공간은 넓어졌을지 모르지만, 한나라당이라는 '난파선'에 타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도, 10.26재보선에서 '조연'의 역할도 하지 못한 '존재감'은 김 지사의 고민거리다. 정몽준 전 대표는 딱히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지만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의 탈당론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대권 주자'를 자임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존재감을 전혀 증명하지 못했다.

▲ 박근혜 전 대표 ⓒ뉴시스

야권의 '경험'과 한나라당의 '구태'가 대결하면 결과는?

안철수의 부상과 야권의 약진은 박근혜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대권 판을 분석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간 '박근혜 대세론'으로 연명했던 한나라당은 정권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문제는 변화의 준비조차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안철수-박원순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당시 한나라당은 "좌파 단일화 정치 쇼"로 이를 폄하했다. 이후에도 한나라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안철수 대통령'의 시나리오로 이어지는 야권의 '정치 기획'일 뿐이라고 판단했고, "노무현 만들기의 수법이 보인다"(한나라당 이한구 의원)며 음모론으로 몰고갔다. 한나라당의 사고는 이 지점에서 멈춰 있다. '범보수 결집' 운동이 있었으나, 당 외곽 보수 세력의 역량은 한나라당의 아성조차 뛰어넘지 못함을 보여줬다. 그래서 안철수에 당했다.

안철수 바람을 탄 야권은 정파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승리를 쟁취한 경험을 갖게 됐지만, 한나라당은 '친박-반박', '우파-좌파' 프레임에서 사고가 멈췄다. 여권의 구태와 야권의 실험이 격돌하면 결과는 비교적 자명하다.

선거의 1차 전제는 뜻을 같이 하는 정치 세력의 통합이다. 통합이 있은 후 심판이 있고 비전이 있다. 대선을 1년 2개월 앞두고 벌인 '전초전'은 통합과 포용이라는 프레임 전쟁이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 '내곡동 게이트' 등은 '2차전'인 총선을 앞두고 '심판론'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이 토대에서 여야는 3차전, 즉 대권에서 비전을 내 놓아야 한다. 1차전 결과, 한나라당은 이미 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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