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지난 20일 "30대, 정치와 놀다" 두번째 방담을 가졌다. 4일 전당대회에서 뽑힌 홍준표 신임 한나라당 대표가 취재 나온 여기자에게 "너 맞을 수도 있다"고 말폭탄을 날리면서, '역시 한나라당 대표!'라는 평가가 나온 직후였고, 민주당 쪽에서는 때아닌 '도청사건'이 일어났는데 범인을 잡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던 때였다.
대선판에서는 4.27 재보선 최고의 승자였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희망대장정'은 2차,3차 하면서 '희망버스'는 타지 않겠다고 해서 일부 야당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었고,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참모였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베스트셀러 한권으로 손 대표를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여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이외에 뚜렷한 주자가 없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근혜를 대권주자로 밀 수 없는 사연을 가진 이들이 오는 8월말로 예상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편을 보지 못했던 독자들을 위해 첫번째 방담의 머릿말의 일부를 되풀이해 보도록 하자. 이 기획은 일반화된 세대론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대 구분은 '공통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30대들의 정치인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30대의 일상은 노동, 부동산, 교육, 의료 등 정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숱한 문제로 점철돼 있다. 40대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에 비해 더 젊고 혈기왕성하다는 점에서, 30대의 불만 표출은 더 빠르고 직설적이다. 30대 생활인들이 정치를 향해 던지는 '언어폭탄'이 소통 부재를 이야기하는 정치권에 작은 파열음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발생한 미네르바 사건, 쥐벽서 사건 등 크고 작은 '말할 자유에 대한 탄압' 사건을 감안해 수다에 참석한 패널들은 다 가명을 쓰기를 원했다. 이에 발맞춰 기자들도 이 수다 만큼은 이름을 가린다. 또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직함은 대화의 흐름상 생략한다.이번 방담에는 두명의 여성 패널이 새로 참가하게 됐다.
패널 소개 공효진 : 나이 서른 둘. '베프'를 '절친'으로 바로 잡을(국어를 사랑합시다!) 정도로 교육자로서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안타깝게도 비정규직이다). 송새벽 : 나이 서른 둘.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오래 연애한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만 전세금 등 자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이 사연을 듣고 이날 참석자 중 한명의 유부녀가 안타까워 하기도. 이태권 : 나이 서른 여섯. 직원이 20여 명인 중소기업 사장. 아이가 둘인데, 뭐가 더 욕심이 나는지 올해 11월 셋째를 출산한다고. 첫 애를 초등학교 보낼 때 엄청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공교육에 불신이 크다. 임재범 : 나이 서른 아홉. 열살(아들), 일곱살(딸), 생후 120일(딸), 자녀 셋을 둔 유부남.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듬. 하지원 : 나이 서른 하나. 프레시안 기자의 취재망에 걸려든 길거리 캐스팅의 주인공. 영화 연출가. 처음에는 엄청난 열정으로 시작했으나 영화판의 '저임금 노동착취' 시스템에 질렸다고.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1(서른 아홉. 아들 하나를 둔 유부녀), 프레시안 기자 2(서른 셋. 싱글남), 프레시안 기자 3(서른 하나, 싱글녀)가 참석했으나 '프레시안'으로 일괄 표기함. |
방담이 진행된 20일은 서울에 '물폭탄'이 떨어지기 전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KBS 도청 의혹 사건, 한진중공업 사태 등 정치 현안에 대한 방담이 주 내용인데, 그래서 약간 논의가 '덜' 나갔다. 감안해 주시길 바란다. 편집자
오세훈, 시장되고 나서 얼굴이 바뀌었다
▲ 28일 집중 호우 피해지역인 서울 동작구 사당로를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 ⓒ뉴시스 |
프레시안 :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이번 여름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데요.
하지원 : 두 가지 가능성이 다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투표율이 너무 낮으면 주민투표 자체가 무산될 수 있지만, 또 반대로 33.3% 투표율을 갓 넘겨 투표함을 열게 되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쪽이 적극적으로 투표했을 테니까 오세훈 시장이 이기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고민이에요.
프레시안 : 민주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주민투표 자체가 무효라는 것인데, 그건 오세훈 시장에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한 일종의 레토릭인 거고, 실제 전술을 고민하자니 머리가 아픈 거죠. 왜냐면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투표를 보이코트 했는데 투표율을 가까스로 넘겨 오세훈 시장이 이기면 이후 주도권을 잡게 되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투표운동을 벌이자니 그게 주민투표의 정당성을 인정해주는 꼴이 되니까요. 그런데 주민투표에 관심들은 좀 있으신가요, 투표를 어떻게 할지 결정은 하셨나요?
(잠시 침묵)
프레시안 : 대답들이 없으신 거 보니 별로 관심들이 없으신가 보네요. (웃음)
하지원 : 좀 지켜보고 있어요. 위조서명, 대리서명도 엄청 많다고 하니까. 그 정도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면, 투표마저 대리투표를 하지는 못하겠지만 엄청나게 동원하는 것은 가능할 거 같아서요.
이태권 : 반대하는 쪽에서 조직적으로 안 하면 투표율이 30%를 넘기는 힘들 거 같은데요.
임재범 : 그냥 여론조사를 하면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의견이 70-80% 정도 나오니까요.
프레시안 : 오세훈의 이미지가 '무상급식 전쟁'을 거치면서 많이 안 좋아진 것 같은데요.
하지원 : 그 전에도 안 좋았어요. 일단 서울시장 나올 때부터 안 좋았어요. (웃음)
프레시안 : 그전에는 그래도 한나라당 내에서 좀 개혁적인 이미지였잖아요?
하지원 : 저는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어서.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 얼굴이 바뀌더라구요. 오세훈은 그 전에 (변호사할 때) TV도 나오고 그러면 훈훈했잖아요. 시장 되고 나서 하는 거 보면서 완전 '비호감'이 된 것 같아요. 제가 미중년을 좋아하긴 하지만 제 스타일은 아닌 거 같아요.(웃음) 인상이 되게 비굴하게 변했어요. 대통령들도 인상이 당선자일 때가 제일 좋아요. 그러다가 집권 후반기가 되면 나빠지는데요. 오세훈 같은 경우 맨 처음 선거, 서울시장 처음 나왔을 때까지가 (좋은 인상은) 끝인 거 같아요.
프레시안 : 아무래도 영화를 하시는 분이시다 보니까 인상 이런 것을 잘 캐치하시는 것 같아요. 미술하는 분 입장에선 어떤지요?
공효진 : 처음부터 싫었어요. (웃음) 느끼하구요, 뭔가 뒤에서 많이 할 것 같은 그런 얼굴이라서요. 사람이 솔직하고 담백한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원 : 주민투표도 그렇지만 이번에 (서울시) 의회가 (의석수가 민주당이 다수가 돼서) 역전되면서 의회 출석 안하고 고집부리는 모습이 정말 '5세훈'이라는 별명이 딱 맞는 거 같아 보이더라구요.
임재범 : 오세훈은 '5세훈'이라는 별명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공효진 : 순수한, 순진하다는 의미로?
임재범 : 그런 것도 있구요, 정말 기억하기 좋잖아요. 인지도를 확 높여주니까요.
송새벽 : 아직 싱글이라서 (무상급식 문제가) 크게 와 닿지는 않은데, 생각해보면 무상급식 해야 되고, 반값 등록금 해야 되고. 왜냐하면 미래를 위해서요. 지금부터 준비해 놓으면 나중에 결국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줄어드는 거니까요.
제 동생이 서울 강남 쪽에서 선관위에 있는데, 엄청 싫어하더라구요. 여름에 휴가기간에 놀지도 못하다구요.
프레시안 : 그러네요. 공무원들을 적으로 만들었네요.
공효진 : 강남 쪽에 다니면서 보니까, 도곡, 역삼 이런 지하철역에서 무상급식 반대 서명운동을 한동안 굉장히 열심히 하더라구요. 이런 표들이 다 모여서 주민투표에 나오면 무시하지는 못할 숫자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주민투표를 만약 하게 되면 나는 무상급식 찬성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무상급식을 놓고 실제로 학교와 학부모들의 분위기는 정말 다른 것 같아다. 초등학교 1,2,3학년만 무상급식이 되고 있고 4,5,6학년은 유상급식이 기본인데(21개구에서는 4학년도 무상급식. 편집자주), 여기서 오는 애들의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거죠. 제가 아는 언니가 초등학교 교사인데, 현장에서 아이들의 차별에서 오는 아이들 스스로의 위화감이 너무 크대요. 이 언니 학교가 신림초등학교라서 더 좀 가정형편이 어려운 애들이 많은데, 실례로 할머니랑 둘이 사는 6학년 여자애가 급식비를 안 내는데 급식으로 주는 우유를 안 먹더래요. 그래서 불러서 '너 왜 우유 안 먹느냐, 우유 먹어도 된다'고 얘기했는데도 계속 안 먹더라는 거예요. 알고 보니까 애들 사이에서도 '재는 돈이 없어서 그냥 공짜로 밥 먹는 애' 이렇게 되고, 그게 부끄러워서 '우유라도 안 먹어야 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한테 '우유를 한명이 안 먹는다고 그 돈이 아껴지는 게 아니라 안 먹으면 버리게 된다'고 알려드렸대요. 그러고 나서 그 다음부터 우유를 잘 챙겨 먹더래요.
하지원 : 그런데 초반에 너무 무상급식 문제를 너무 '눈칫밥 문제'로 몰아갔던 것도 전략적으로 문제 있는 대응 같아요. 그렇게 얘기하면 모르게 주면 된다고 하면서 무상급식은 필요없다고 하거든요.
공효진 : 그런데 저는 그 얘기가 설득력이 없었거든요. 반대를 위한 반대로 여겨져서. 그 사람들은 무슨 얘기를 해도 반대할 거예요.
하지원 : 맞아요. 그런데 그 얘기가 잘 먹히니까. 제일 설득력 있는 얘기처럼 들리는 게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 왜 무상급식을 해야 하냐는 거였잖아요.
임재범 : 그렇게 얘기하면 지금 현재는 유상급식을 기본으로 하고 가난한 집 얘들은 무상급식으로 하는데 거꾸로 무상급식을 기본으로 하고 상위 10%로는 돈 내라고 하면 되겠네요. 학교발전기금으로 강제로 내게 하는 거죠.
프레시안 : 투표문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논란인데요, 서울시에서 내놓은 안이 '전면적 무상급식'이냐, '단계적 무상급식'이냐, 이렇게 문안을 하자는 건데요, 그러면 애매하잖아요. 당장 무상급식을 하면 좋겠지만 재정도 부족하다고 하니까 이러면서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사실상 반대를 찍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서울시 교육청과 민주당 쪽에서 발끈했더라구요. 이런 문구는 아니다. 이것도 서울시의 꼼수라면 꼼수인데, 이런 것들 때문에 더욱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하지원 : '단계적'이라는 게 참 잘 먹히는 것 같아요. 항상 '아직은 때가 아니다. 기다려달라'는 게 너무 잘 먹히는 거 같아요. 좋은 거 다 아는데, 우리 아직 그런 상황 아니다.
오세훈에 끌려다니는 민주당, 너무 무능해
프레시안 : 만약 그래서 오세훈이 투표에서 이기면 오세훈은 어떻게 될 거 같아요?
하지원 : 그거를 가지고 대선에서 자기 입지를 굳히려고 하겠죠.
프레시안 : 지면?
하지원 : 그러면 대선은 물 건너갔다고 볼 수 있겠죠.
프레시안 : 대선만 물 건너 간 건가요? 서울시장을 그대로 해도 되나요?
이태권 : 저는 민주당이 참 바보라고 생각하는데요,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게 아니라 이 주민투표로 오세훈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우게 하자. 이런 쪽으로 프레임을 만들어야 하는데.
임재범 :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꺼내는 걸 보고 처음엔 왜 패착을 할까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물론 이미지는 더 나빠졌죠. 그전에는 훈남, 개혁적 이미지였는데 무상급식 문제로 물고 늘어지면서 고집부리면서 이미지는 나빠졌는데 대신에 인지도는 높아졌어요. 또 전사 이미지도 갖게 됐구요. 2012년 대선에서 화두가 복지라고 하는데 선을 딱치는, 내가 제일 앞장서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는 오히려 거꾸로 어필하는 게 있을 거 같아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강남3구랑 중랑구에서만 오세훈이 앞섰는데, 주민투표를 통해서 지지자들을 더 묶은 거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진지를 구축한 거죠.
그러다보니 저는 오세훈 시장의 대표 공약이 뭔지도 잘 모르겠어요. 기억도 안나. 무상급식 반대는 아니었을텐데요.
프레시안 : 그것도 재미있네요. 진짜로 오세훈이 지방선거에서 내세웠던 공약은 기억이 안나고 무상급식만 기억나고.
공효진 : 민주당이 굉장히 바보 같은 게 오히려 한나라당과 오세훈은 자기 지지 세력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확실하게 조직하고 무상급식 반대 서명을 통해서 주민투표까지 현실화시켜 내는데 민주당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하는 정치인이 없는 거 같아요. 잘 모르는 거 같아요. 자기 지지 세력이 누구인지, 이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그러다보니 자꾸 왔다갔다 하게 되고.
하지원 : 한국에서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계열까지 포함하면 본인들의 지지기반이 확실하지 않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한나라당은 정말 확실하게 강남이나 이런 부유층 지지자들이 있고, 지역적으론 영남이 있는데요. 민주당은 호남이라는 지역적 기반을 빼면, 노동자, 서민이라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 절반 이상은 사안에 따라 왔다갔다 하잖아요.
프레시안 : 그건 그렇고 다들 서울시민이신가요? 투표권이 있으신 거죠?
임재범 : 저는 아닙니다.(웃음)
프레시안 : 주민투표가 실제로 하게 되면 투표를 하실 거가요?
이태권 : 보이코트 하는 게 맞다고 봐요. 그런데 만약에 전략적으로 오세훈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우자는 프레임이 형성되면 그때는 적극적으로 가서 투표를 해야죠. 그런 전술이 안 내려지고 있다는 거 자체가 민주당의 무능을 보여주는 거죠.
이 투표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죠. 정책을 사유화하는 거죠. 별 의미도 없잖아요. 서울시장이 의회에 출석해서 의회랑 협의해서 결정하면 될 문제인데, 이걸 가지고 주민투표를 한다는 것은 이데올로기 싸움 밖에 안 되는 거죠. 서명 방식도 정당하지 않음이 드러났고, 이런 투표는 무효화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적 투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 투표를 부결시키는 게 오세훈의 정치적 책임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들어지면, 그러니까 단순히 무상급식의 문제만이 아니라 서울시정의 중간평가에 대한 의미로까지 정치적으로 확대된다면 투표장에 가야겠죠.
공효진 : 저는 솔직히 말씀드려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앞으로 정치판에 크게 영향을 미칠 거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이걸로 오세훈의 입지가 확 굳어진다거나 그럴 거 같지도 않구요. 그래서 오세훈이 아니라 무상급식 자체에 대한 얘기가 좀 더 나오면 좋을 거 같아요.
프레시안 : 오히려 한나라당이 함정에 빠질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이기면 아, 이 기조로 몰고 나가면 되겠구나, 이렇게 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죠.
공효진 : 역풍 자체도 없을 수도 있죠. 내년 대선구도나 복지논쟁에서 크게 판가름할 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태권 : 그것도 일리가 있네요. 정치에 관심 있는 기자 같은 사람들이나 얘기하지, 일반인들은 오세훈이 이겨도 그냥 이겼나보다. (웃음)
요즘엔 SBS 8시 뉴스가 제일 나아
프레시안 : 무상급식에 대한 얘기는 이정도 하고 화제를 좀 돌려보죠. 민주당 도청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KBS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관심들이 좀 있으신지요? 우선 요즘 KBS를 즐겨보시는지요?
하지원 : 공중파를 잘 보지 않아요. 원래 TV를 열심히 봤는데, 정권 바뀌고 나서 잘 보지 않아요. 특히 뉴스는. MBC가 8시에 하는 주말 뉴스테스크는 예능이 된지 오래됐어요.
공효진 : 의외로 요즘에 가끔 SBS 8시 뉴스가 제일 좋은 거 같아요.
하지원 : KBS, MBC 뉴스로는 세상 돌아가는 걸 잘 알 수가 없어요. 도청에 대해선 기대했던 애들이 그러면 실망하겠지만, 그럴 줄 알았다. 도청이 문제는 문제지만 재네들이 원래 저렇게 뻔뻔하고 그랬던 것을 몰랐던 건 아니니까.
프레시안 : 이게 수신료 때문에 불거진 거잖아요. KBS에서는 숙원사업이라서 전사적인 차원으로 달라붙다보니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데요. 어쨌든 KBS가 도청까지 해서 수신료를 올리려고 했다, 이런 게 밝혀지면 수신료 거부운동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이태권 : 그런 얘기는 있는 거 같아요. EBS에 수신료의 0.7%를 준다던데 이런 것은 말이 안 된다. EBS에 주는 거면 수신료 올릴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공감대구요. 도청 문제는 워터게이트 사건이 도청 문제 때문에 대통령이 하야한 사건이잖아요. 이건 말이 안 되는 건데, '삼성 X파일 사건'에서 노회찬 전 의원이 (도청한) 속기록을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 피선거권을 제약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건 자신들이 의지적으로 도청을 했다면 굉장히 심각한 범죄로 봐야 될 거 같아요.
임재범 : 이런 걸 큰 범죄로 안 받아들이는 게 우리사회의 문제인 거 같아요.
이태권 : 저는 집에 TV가 없습니다. 예전에 KBS, MBC 살리자고 하는 것도 반대했는데. 무한도전에서 사회적인 제스쳐를 취하면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도 맘에 안 들었고. 무슨 얘기냐며 방송사들은 어차피 권력에 약할 수밖에 없거든요.
MBC 사장을 우리 쪽 사람으로 만들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사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온 주말에 사람들이 20-30%가 드라마 하나 보고, 예능 하나 보고 이런 나라가 어디 있어요? 수신료 사태가 그런 각성으로 이어졌으면 해요. 너무 TV 종속적인 사회, 매스미디어 종속적인 사회에서 탈피하는 사회로 갔으면 해요. 그래서 시민사회에서 TV 없애기 운동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TV 없애고 수신료 올리지 말자는 운동을 해야지, 우리 사람이 사장일 때는 수신료 올려도 되고, 저쪽 사람이 사장일 때는 올리면 안 되고 이런 건 좀 맞지 않는다고 봐요.
우리가 검찰 개혁을 얘기할 때 보면 검찰이 가진 힘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하잖아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방송이 가지는 의제 설정력 등 힘을 약화시켜야지, <PD 수첩>이 가끔씩 한방 때려주니까, 우리 편이 돼야 하고, 우리 사람들로 채워서 해야 한다는 게 굉장히 달콤한 유혹인데 결국은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공효진 : 정권이 언론을 막 장악하려고 막 애쓰는 거는 어쨌든 그만큼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잖아요. 그래서 시민들이 그렇다면 언론을 우리가 장악하는 걸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구요.
이태권 : 그건 십분 이해하죠. 하지만 그건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죠. 그건 민주당이 법과 제도를 통해서 방송의 사유화나 이런 걸 막는 일을 해야 하고, 시민사회는 TV나 방송의 영향력에서 멀어지자는 운동을 해야 될 거 같아요.
집회 참석자 잡아들일 때 돋보인 경찰 수사력, 왜 도청사건에선
프레시안 : 다시 한번 느끼는 건 도청 문제는 별로 관심이 없으신 거 같네요.(웃음)
이태권 : 일반인들 입장에선 도청은 범죄인데 뭐가 그렇게 복잡하냐. 수사해서 잡아들이면 되는 건데. (의혹을 받는 기자가) 휴대폰 잃어버렸다고 했다면서요? 와이파이 접속기록, 통화내역 추적하면 되잖아요.
하지원 : 한국 경찰이 반정부 인사를 잡아들일 때 쓰는 걸 보면 수사력이 그렇게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채증해서 신원 파악해서 잡아들이는 거 보면 우리가 CSI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게 못 잡을 것도 아닌데, 안 잡는 게 아닐까요.
임재범: 다 알잖아요, 기자 누구라며? 다만 수사를 안 했을 뿐이죠.
공효진 : 불감증 얘기도 했는데, 그 얘기를 들으면 도청을 했다더라. 그래서 문제라더라. 그런 얘기를 들으면 너무 비일비재한 일이였고 새삼스러울 게 없는 거였어요.
하지원 : 영국은 도청 때문에 언론사 하나가 문을 닫는구나, 그런데 한국은 왜 이러냐는 정도로만 얘기가 되는 거 같아요.
공효진 : 이회창이 아들의 병역 문제 때문에 연이어 대권 도전에서 실패했잖아요. 그전까지는 병역 비리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았었는데, 이걸 계기로 공직에 오르려는 사람은 병역 문제가 있으면 안 되게 됐잖아요. 도청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언젠가 한번에 터지지 않을까.
하지원 : 병역 문제는 한국 남자들한테 정말 민감한 문제인 거 같아요.
임재범 : 한국 남자들뿐만이 아니라 한국 남자를 아들로 둔 엄마들까지 완전 미치는 거죠.
이태권 : 이번에 검찰총장 임명된 거 보면 대선이라는 레이스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거지. 검찰총장 정도는 아무 문제도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안상수도 아무 문제없었던 거고.
임재범 : 도청 사건과 관련해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접점은 한선교 정도가 있고, 나머지는 KBS와 연루된 문제인데, 민주당이 KBS랑 붙는다? 저는 안 붙는다고 봐요. 선거 앞두고 KBS랑 붙으면 좋을 이유가 없죠.
MBC의 소셜테이너 출연 제한법, 조인트의 효과?
프레시안 : 이번엔 MBC 얘기를 해보죠. MBC가 소셜테이너 출연 제한법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어떻게 보세요?
하지원 : MBC와 KBS 보면 누가 바보냐 이런 경쟁을 해왔는데 결국 MBC가 이긴 것 같아요.(웃음)
▲ MBC의 소셜테이너 출연금지 방침의 첫번째 희생양이 된 김여진 씨. ⓒ뉴시스 |
프레시안 : 중앙일보 종편이 11월 말에 첫 방송을 하는데 방송 나오면 보실까요?
임재범 : 전 볼 것 같아요. 틀다보면 나오고, 볼 것 같은 거죠.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중앙 종편인지, 뭔지 모르지만 보겠죠. 돈을 많이 투자했고, 유명 PD들 데려오고 그랬잖아요.
하지원 : 중앙일보 말고 매일경제 종편은 아이돌 시트콤이 나온다고 했잖아요. 그게 화제가 되는 것 같고, 간간히 기사로 나오는 것 같아요. 공중파 아니어도 케이블에서 하는 '슈퍼스타K' 같은 것은 사람들이 많이 보기도 하잖아요. 종편이 그런 프로그램 만들면 굳이 인식하지 않고 볼 것 같아요.
이태권 : 종편이 있으니까 MBC, KBS 지키자, 이런 식으로 안 갔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우리나라의 경우 RTV가 실패했지만, 미국의 NPR 같은 대안 방송을 만드는 노력들을 했으면 좋겠어요.
임재범 : RTV가 왜 망했죠?
프레시안 : 정부 보조금이 끊기면서 망했죠.
임재범 : 그것도 있지만 저는 결국 재미가 없어서 망했다고 봐요. 거의 KTV, 국정방송 수준이어서.
이태권 : NPR 같은 경우는 미국 사회에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나오죠. 대담 프로인데 심플하고 굉장히 재미있어요. 예를 들면 이집트 사태가 났으면 이집트에서 수십년 산 사람이 나와서 상세하게 얘기해주니까. 그런데 RTV는 뻔한 얘기들, 굉장히 형식주의적으로 해서 재미가 없었죠. 그래도 잠재성은 있었던 게, 2004년 공중파가 전혀 신경을 안 쓸 때 장하준에 대해 조명을 했던 게 RTV였어요. 프레시안이 그런 방송을 만들면 좋은데. 만들어서 펀딩을 하세요(웃음)
프레시안 : 혹시 만들면 투자 하실 건가요?
이태권 : 저는 개미로 투자할게요.(웃음)
왜 이마트엔 CJ카레만 있고, 롯데마트엔 오뚜기 카레만 있을까
프레시안 : 앞서 한진중공업 사태 얘기가 잠깐 나왔는데요. 주요 언론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지만 한진 사태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분노하시는 거 같더라구요.
송새벽 : 한진 얘기 나와서 그런데,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거든요. 저희 회사가 영업권이 다른 회사로 넘어 갔어요. 영업 파트 50, 60명 정도가 한꺼번에 정리해고가 됐어요. 당시 인수합병 얘기가 나왔고 영업권이 매각된다는 소문이 한참 나올 때, 저희도 급하게 민주노총에 가입해 노조를 만들었는데, 결과를 보면 회사에서 보상해준다고 하니까 다 나갔어요. 그것을 겪고 보니 '우리나라 노동자들, 일을 하시는 분들이 참 힘이 없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결국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가더라고요. 다른 업계는 모르지만, 제가 속한 업계를 보면 한마디로 힘 있는 사람들이 다 해먹어요. (대형마트)매장에 물건을 하나 넣으려고 해도 매대도 있어야하고, 그런 제반 조건을 확보해야 하는데, 힘 있는 회사들은 그냥 매대를 사 버리죠. 거기에 들어가지 못하는 기업들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점점 좁아지는 거예요. 우리나라 생활용품 업계는 큰 업체들이 70%~80%는 먹고 들어간다고 보시면 되요. 인지도 없는 기업은 단단한 (진입장벽) 힘에 부딪히죠. 한진 사태나 쌍용차 사태를 보면서도 느끼는 것이고, 제 일터에서도 느끼는 건데, 기업 논리, 자본 논리에 의해 힘없는 중소기업이나, 노동자들은 다 도태되는 것 같아요. 안타깝죠.
하지원 : 매대는 사는 건가요?
송새벽 : 원칙적으로 돈을 내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점유율에 따라가거나, 혹은 기획을 해서 매대를 확보하는데, 힘 없는 기업들은 진입하기 힘들죠.
하지원 :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가면 이마트에 가면 거기는 CJ카레만 있어요. 그런데 롯데마트 가면 CJ 카레가 하나도 없고 전부 오뚜기 카레가 있더라고요.
공효진 : 그런 경우는 마트에서 물건을 많이 사놓아서 많이 진열을 해 놓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게 아니라 기업 측에서 그런 식으로 대량으로 매대를 사서 진열시키는군요. 일종의 가족 기업끼리는 그런 게 더 쉽고.
프레시안 : 마트에서 일하는 분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업체들의 경우에는 마트에서 날을 지정해준대요. 오늘 매대를 수정하겠다. 그러면 중소기업 업체 직원들이 무조건 파견을 간다는 거예요. 그런 경우 밤새 일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마트 지점별로 돌아다니면 매일 매일 밤을 새는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대형 마트의 횡포라고 하더군요.
송새벽 : 대형마트는 그렇게 다 횡포를 부리죠. 제조사를 부린다거나 하청업체를 부린다거나 그런다고 봐야 해요.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이 시장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유통사들이 시장을 이끌어가게 되는 거죠.
하지원 :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 운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가만 보면 유통을 통한 대기업의 장악력은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여당, 내년 선거에 표 받으려면 쇼라도 해라
프레시안 : 30대 경제방담처럼 됐군요(웃음) 이런 것들을 좀 개선하자는 게 대기업의 중소기업 후려치기도 비슷한 행태인데, 최근엔 한나라당도 이런 걸 비판하고 나섰거든요. 여당이 대기업을 때리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태권 : 여야 막론하고 잘하는 거죠. 최근에 MRO(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문제라든지, 이슈 파이팅을 하는데 정치권이 잘 하는 거라고 봐요.
프레시안 : 포퓰리즘이라는 식의 비판이 나오는데요.
이태권 : 민주주의의 기본이 포퓰리즘이죠. 경제 권력과 정치권력이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우리(시민들)가 그들 사이에서 이간질을 많이 시켜야죠.
프레시안 : 최근 대기업 MRO 등 불공정 관행과 관련해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었잖아요.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을 불렀는데 안 나왔죠. 정치권이랑 재계가 싸우다가 지금은 좀 흐지부지 됐는데, 정치권이 계속 의지를 갖고 나설까요?
하지원 : 권력이 자본으로 넘어갔는데, 그게 점점 더 눈에 잘 보이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 저 어릴 때 보면 기업 회장들이 멋있는 척 하고 한마디씩 하잖아요. 특히 정치나 정책과 관련된 발언을 하면, 기업 하는 사람들이 무슨 그런 발언을 하나, 이런 반응들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기업 회장이 다들 스스럼없이 그런 말들을 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거죠.
이태권 : 정치권이 쇼를 하더라도 좋아요. 지금 (허창수 회장의 포퓰리즘 발언 등에 대해) 여당이 기분 나빠하고, 청와대도 기분 나빠하고 그렇잖아요. 그런 (정치권력과 자본권력 사이에) 권력 투쟁이 있어야 하는 거죠. 한진 문제도 마찬가지인데, 전 정권 문제도 크죠. 한진은 전 정권에서 구조조정 방안 등이 진행돼 왔던 것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 핵심이었던) 정동영 같은 분은 이번에 학습을 많이 한 것 같은데...(웃음) 그런 식으로 시민들이 민주당에 자꾸 학습을 시켜야 하겠죠. 경제인들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이든 한나라당이든, 자기들에게 다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제는 무서울 게 없는 상황이겠죠. 그런 면에서 시민들이 정치인들을 학습시켜서라도 견제를 해야겠죠.
하지원 : 더 이상 국가가 기업을 공중분해 시킬 수 없잖아요.
프레시안 : 하려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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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 : 그 전에 정권이 끝날 것 같은데요.(웃음)
임재범 : 어느 조사에서 봤는데, 국민들의 재벌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다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어요. 국민들도 '재벌이 너무 하지 않나' 그러면 금방 동의한다는 말이죠. 저는 정치인들이 그런 것을 지금 잘 읽고 있는 것이라고 봐요. 선거가 내년이죠. 총선, 대선을 앞두고 재벌의 표보다 재벌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표가 더 많은데, 그걸 잃고 싶지 않죠. 그런데 (재벌을) 정면으로는 건드리지 못하니까, 그냥 툭툭 건드리면서, 사람들 등 긁어주는 정도로 하는 것, 그 정도로 봐요. 재벌도 볼멘 소리를 하지만, 또 특별히 크게 반항하지도 않잖아요. 재벌들도 그런 것을 아는 거죠. 그 정도 수준인 것 같아요.
신문의 논조를 봐도, 조선일보가 요즘 시리즈로 대기업을 때려요. 이 사람들도 굉장히 빨리 판을 읽은 것 같아요. 앞으로 2012년 대선 이후 대기업과 관련해 사회적 의식이나 관행, 이런 게 많이 재편될 것 같아요. 경제정책 관련해서도 정치권은 지금 '앞으로 복지에 주력하겠다'고 하잖아요. 결국 재벌도 그런 것을 서포트하고 용인하게 될 거 같아요.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죠. 의도나 이런 것을 떠나서, 쇼든 뭐든 사회 전체적으로는 나쁜 게 아닌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사람들이 재벌이라고 하면 안 좋아하지만 '대기업' 하면 '국위 선양한다'는 식의 긍정적인 생각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조선일보가 1, 2, 3면 털어서 재벌 때리기를 한다고 해도, 같은 날 경제면을 보면 '역시 삼성' 하는 식으로 우리나라 대기업 제품이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을 세세하게 보도하죠.
이태권 : 보수 언론을 보면 대기업의 불공정관행을 비판해도 재벌가 집안의 일은 문제 삼지 않거든요. CJ가 이번에 대한통운을 인수했는데, 그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물류 기업 1위가 글로비스라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그 전에는 한진이나 대한통운인줄 알았거든요. (현재 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분 18.11%를,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31.88%를 보유한 기업으로 현대차 그룹 물류의 절반 가량을 전담한다. 일종의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글로비스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인해 정몽구 회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편집자주) 일종의 불공정 관행으로 커온 회사인데, 언론들도 이런 법인체에 대한 독점 문제는 때리죠. 그러나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때 이건희 회장의 활약, 이런 것은 분리해서 보죠. 정치권도 그렇고요.
임재범 : 과거에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 정치권력에 당하다가, '내가 직접 정치를 하겠다'면서 대선에 출마를 했던 적이 있었잖아요. 실패하고 나중에 정치보복도 당하고 그랬는지만.
프레시안 : 정주영 회장이 당시 이명박 현대건설 회장에게 도와달라고 했다가 거절을 당하기도 했었죠.
임재범 : 그 때는 자본 권력이 정치 권력 밑에 있었던 것 같아요. 정주영 회장이 '억울해, 나도 정치 해볼거야'라고 했었는데, 요즘은 어떤 경제인이 전면에 나서서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 않잖아요.
정주영 회장이 지금 삼성보다 더 잘 나갈 때였죠. 지금은 IMF 거치면서 (자본 권력이) 확실히 위로 올라간 것 같아요. 기업들이 이제는 정치인들에게 돈을 줄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얼마든지 자기들 마음대로 (정책 등을) 주무를 수 있는데.
하지원 : 요즘 재벌들은 이건희 삼성 회장처럼 '이익공유제가 공산주의 용어냐'고 하거나 허창수 전경련 회장처럼 '반값 등록금은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식의 '작심발언'으로 정치권에 파장을 많이 끼치고 그런 것 같아요.
이태권 : 언론, 미디어 문제도 큰 것 같아요. 예전에는 드라마를 보면 재벌들이 못된 사람들이고, 재벌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이 나왔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재벌이 착한 사람이고, 재벌이 누구를 픽업해서 성공하는 그런 스토리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원 : 드라마를 보면 재벌의 경영권 방어가 정당하게 그려지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세습이잖아요. 할아버지가 회장이었는데, 나쁜 놈이 중간에 경영권을 뺏어갔고, 주인공이 그것을 찾는 데, 그게 착한 행위처럼 그려지죠.
프레시안 : 한진중공업 문제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혹시 희망버스 타보셨어요?
하지원 : 저는 못 가봤어요.
공효진 : 30일에 있다고 하네요.
프레시안 : 경찰이 버스회사들에 압력을 넣는다는 얘기도 있어요. 버스업체들도 먹고 살아야죠. 이런 반시장적인 압력이 어디 있어요.(웃음) 촛불공장에 이어서 버스회사가 시련을 겪나요?
하지원 : 보수언론 등에서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하던데 갔다 온 얘기를 들었는데, 앞에서는 경찰과 대치하지만 뒤에서는 널널하게 연인들은 손잡고도 다니고. 그 지역 편의점 물건 다 팔아주고 왔다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 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1만명에 가까운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콘서트를 여는 모습. ⓒ프레시안(허환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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