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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지지한다 밝히기 쪽팔린 정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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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 지지한다 밝히기 쪽팔린 정당이 됐다"

[30대, 정치와 놀다]<2>"박근혜, MB보단 0.1% 나아 보여요"

정두언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이 그랬다. 한나라당에 대해 20대는 "재수 없다", 30대는 "죽이고 싶다", 40대는 "관심도 없다"고. 한국 정치에서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주요 변수 중 하나가 '지역'이었다. '지역 변수'는 현재 정당들이 나눠진 잣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이런 지역 변수가 조금씩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체 유권자를 놓고 보면 균열이 생긴 정도라고 할 수 있지만, 특정 연령대로 가면 지각 변동 수준의 변화가 있다. 40대 이하의 젊은 층을 말한다. 2004년 총선에서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노인층은 투표하지 말고 쉬시라"는 '노인 발언'은 이런 '세대 변수'가 지역 못지 않은 주요 변수로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4.27 재보선에서 분당을의 투표 행태는 이를 아주 극명하게 보여준다. 당일 20-40대 직장인들이 몰렸던 출근시간대에는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앞서다가 오후에 50대 이상이 대거 투표장에 나오면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가 역전을 했지만 이 소식을 듣고 퇴근길에 직장인들이 몰려들면서 손학규 후보가 재역전했다는 후문이다.

여론조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젊은층 중에서도 30대의 민심이반이 두드러진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지난 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30대는 18.1%로 40대(22.8%), 20대(29.0%)에 비해 적었다. 야권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20대 52.8%, 30대 48.3%, 40대 47.9%로 오차 범위 내에서 비슷한 수준이었다. 최근 정세는 20-30대의 반(反)한나라당-반MB 정서가 40대로 전이되면서 실제 투표를 통해 이를 표출하는 수준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화된 세대론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대 구분은 '공통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30대들의 정치인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30대의 일상은 노동, 부동산, 교육, 의료 등 정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숱한 문제로 점철돼 있다. 40대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에 비해 더 젊고 혈기왕성하다는 점에서, 30대의 불만 표출은 더 빠르고 직설적이다. 새 연재 정치 수다 <30대, 정치와 놀다>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30대 생활인들이 정치를 향해 던지는 '언어폭탄'이 소통 부재를 이야기하는 정치권에 작은 파열음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발생한 미네르바 사건, 쥐벽서 사건 등 크고 작은 '말할 자유에 대한 탄압' 사건을 감안해 수다에 참석한 패널들은 다 가명을 쓰기를 원했다. 이에 발맞춰 기자들도 이 수다 만큼은 이름을 가린다. 또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직함은 대화의 흐름상 생략한다. 편집자

패널 소개
임재범 :
나이 서른 아홉. 열살(아들), 일곱살(딸), 생후 120일(딸), 자녀 셋을 둔 유부남.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듬.

박정현 : 나이 서른 셋. 직업상 결혼 여부를 딱히 밝히고 싶지는 않았다고 하나 결혼해서 세살 난 아들이 하나 있다고 넌즈시 얘기함. 제2의 장윤정을 꿈꾸는 세미 트로트 가수.

송새벽 : 나이 서른 둘.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오래 연애한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만 전세금 등 자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이 사연을 듣고 이날 참석자 중 한명의 유부녀가 안타까워 하기도.

이태권 : 나이 서른 여섯. 직원이 20여 명인 중소기업 사장. 아이가 둘인데, 뭐가 더 욕심이 나는지 올해 11월 셋째를 출산한다고. 첫 애를 초등학교 보낼 때 엄청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공교육에 불신이 크다.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1(서른 아홉. 아들 하나를 둔 유부녀), 프레시안 기자 2(서른 여덟. 유부남이나 자녀는 아직 없음), 프레시안 기자 3(서른 셋. 싱글남), 프레시안 기자 4(서른 하나, 싱글녀)가 참석했으나 '프레시안'으로 일괄 표기함.

시간이 지나자 대화는 기획의 취지에 맞게 정말 '방담'으로 흘렀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젊은층이 갖고 있는 반감의 실체,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평가, 촛불집회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연관된 개인적인 추억 등 다양한 '안주'를 올려놓고 수다를 떨었다. 이 방담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음식점에서 진행됐다.

(1편 바로보기 : 김태호는 "죄송합니다" 유시민은 "안녕", 누굴 찍겠나)

'노무현을 죽인' 한나라당이 쇄신한들…

▲ 한나라당은 4.27 재보선 참패를 책임지고 안상수 전 대표 등 지도부가 물러난 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오는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나라당 내에서는 '쇄신' 논의가 한창이다. ⓒ연합

프레시안 : 재보선 참패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 면서 젊은 대표론도 나왔고, 또 당내 젊은 정치인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잖아요. 그렇게 하면 좀 나아질까요?

박정현 : 그런데 주변에 보면 젊은 사람들도 한나라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임재범 : 제가 볼 때는 젊은 사람 중에 한나라당 좋아하는 사람들이 전보다 많아진 것 같아요.

박정현 : 자기반성 액션을 한나라당이 하잖아요. 그런 것도 좀 신선해 보이기는 하고, 민주당은 그런 액션을 해도 진정성이 좀 덜 보인다는 느낌도 들어요.

프레시안 : 열린우리당도 자아비판이 장난이 아니었죠.(웃음) 한나라당의 자아비판도 그런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어요.

박정현 :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열린우리당의 자아비판을 보면, 당시에 계파가 엄청나게 많았잖아요, 그 계파들의 입장에서 '우리를 왜 못 챙겨줬나' 하는 자아비판이었고, 한나라당은 한나라당 자체에 대한 비판들이 많잖아요. 그런 차이는 좀 있는 것 같아요. (열린우리당 때 이라크) 파병 안하면 되죠. 그런데 하잖아요. 그러고 나서 나중에 당내 비판들이 나오는데, 열린우리당은 자아비판은 자기를 챙기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비판들이었지 진정성은 좀 떨어졌던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왜 열린우리당 때 쇄신은 폄하되고 한나라당이 하는 쇄신은 높은 평가를 받을까요?

박정현 : 한나라당은 싸워도 분열처럼 보이지는 않아요. 열린우리당이 누가 잘났네 하는 그런 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임재범 씨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 한나라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잖아요. 왜 그런 것 같아요?

임재범 : 젊은 층에서 옛날보다 한나라당을 좋아한다는 사람이 많아진 건지, 아니면 옛날에는 말을 안 하다가 지금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어요. 처음 질문, 그러니까 한나라당에서 젊은 사람이 전면에 나서고 모양을 바꾸면 나아질까 하는 부분은, 솔직히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요즘 신문의 정치면을 바빠서 잘 안 보는데, 한나라당이 조금 시끄러운가봐요. 쇄신 얘기도 나오고 시끄러운데,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고, 정확히 말하면 관심이 없어요.

프레시안 : 한나라당 쇄신에 대해선 박정현 씨처럼 조금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임재범 씨처럼 아예 냉소적으로 보는 분들이 있네요.

임재범 : 뭐하는지 진짜 모르겠어요. 싸우는 거 같긴 한데, 느낌은 내년 총선 때 자기 살아나려고 하는 것,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자기를 살아나려고 이합집산하고 그렇게 하는 것 같은데, 왜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프레시안 : 지금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젊은 얼굴이 나온다면 한나라당이 젊어졌구나 생각할까요?

송새벽 :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아요. 한나라당에서 40대 정치인이 나와서 쇄신 분위기를 이끈다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인지할까요. 잘 모르겠어요. 지금 젊은 사람들의 분위기는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정치에 대해 깊숙이 모르고 있다가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나서, '플러스'가 된 것 같아요. 한나라당은 '부자당', 자기 잇속 챙기면서 하는 당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진 것 같고, 민주당에 대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말 불쌍한 케이스다, 이런 생각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젊은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많이 샀다고 생각해요. 저처럼 정치의 표면적인 것만 살짝살짝 아는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것을 보고 '어머, 자살했어? 이렇게 나라를 사랑하는 분이 자살했구나' 하는 식으로 감정이 가죠. 그러니까 민주당에 대해서는 동정 분위기가 계속 형성이 돼 왔고, 한나라당이 뭘 해도 이런 감정이 깨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신 게 다 한나라당 때문이다. 그 '핍박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한나라당에 있는 거예요.

남자친구와 핸드백, 그리고 지지정당…"쪽팔리면 안돼"

이태권 :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수적으로 늘어났다기보다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싫어하는 강도가 엄청 세진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이 혐오하는 감정까지 느끼면서 투표장에 막 가는 거예요.

저희 친척들이 다 경북 사람들이라서 좀 (민심을) 아는데요, 기존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이명박을 자기 당의 대통령으로 인정 안하는 분위기가 (2008년) 쇠고기 파동 이후에 있었어요. 우리 대통령은 박근혜지 이명박이 아니다. 이런 거죠. 제가 볼 때는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명박 지지 강도가 약해진 것은 이미지도 있지만 실력의 차이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적어도 얘들이 부패는 하지만 능력은 있다, 인재풀이 넓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그게 이번에 잘 드러난 것이고. 젊은 층이 그런 것을 못 참잖아요. 무능한 거. 그런 게 큰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이명박은 정말 CEO형 대통령인 게, 보스는 따로 있고, 이명박은 정말 CEO다. 이를테면 박근혜가 보스고, 이명박은 CEO다, 이런 생각이 한나라당 지지층에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이태권 : 이명박이 외교에서도 굉장히 실수를 많이 저질렀고, 인사 문제는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도 한심한 게 정말 많잖아요. 이번에 재정부 장관으로 발탁된 박재완 같은 사람은 뺑뺑이 돌고 있잖아요.(박재완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만 4번째 자리를 옮기고 있다) 인재풀도 협소하고. 최근 농협 해킹 사태도 그렇잖아요. 관리 능력을 부재라고나 할까, 옛날에는 상상할 수 없던 후진국형 사건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어르신들은 자랑스럽게 밝히잖아요. 그런데 어린 친구들은 그렇게 안 밝히죠. 쪽팔린 거예요. 여자들이 핸드백이나 남자친구를 고를 때 메고 다녀도, 데리고 다녀도 쪽팔리지 않도록 고른다는 거 아니예요. 그런 게 취향인데, 내가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하면 좀 찌질해 보이는. 그래서 좋은데 취직하고 돈 많이 버는 친구들이랑 한창 얘기하다보면 '아 얘는 한나라당이구나'라는 것들이 드러나는데 대놓고는 안 밝히는 거죠.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도 '무능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지금 이명박의 무능과 어떻게 다를까요?

이태권 : 맥락이 좀 다르죠. 이명박은 일을 잘 못하는 거죠. 한나라당은 공부 잘하는 의사, 판사, 검사들이 줄을 서서 나 좀 받아달라고 하는 '엘리트' 이미지가 있는 당이고, 민주당은 '좀 들어와 주십쇼' 하면서 인재를 구걸하고 다니는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를 아마추어 정부라고 비판하면 그러려니 하는데, 한나라당은 가방끈 긴 당인데 알고 봤더니 무능하더라는 어이 없는 것들이 드러난 셈이죠. 노무현은 리더십이 부족하고 가진 밑천이 없다고 아는데, 이명박 정부는 처음에 '어륀지(orange), 어륀지' 하다가 (한-EU FTA 협정문) 오역을 해버리고, 정말 어이가 없는 거죠.

프레시안 : 천안함 침몰, 농협 전산망 마비 등도 보수의 안보 무능을 보여준 사례라고 보여지는데.

이태권 : 그렇죠. 보수 하면 다른 것은 몰라도 그래도 국방, 안보 이런 것은 말끔하게 처리하고 잘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다 틀어진 것이죠.
▲ 대통령 특사로 유럽 3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박근혜 전 대표가 마중나온 이들에게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에게 이 대통령과 관계 설정은 고민거리 중 하나다. ⓒ연합

반MB, 무능 때문에…박근혜, MB보단 0.1%정도 낫다?

프레시안 : 그런 '무능' 이미지들이 박근혜에게도 투영되나요?

이태권 : 조금 차별화는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차별화되냐면, 이미지 상으로 쉽게 얘기해볼게요. 이명박은 뭔가 해보려고 막 허둥지둥 대고 깔짝깔짝 대는 것이 있잖아요 (웃음) 조금씩 뜯어 고치고 선진화 한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허세꾼, 블러핑(허풍 떠는)하는 이미지잖아요. 그런데 박근혜는 '사고는 안 치겠다' 하는 것이 있죠. 말을 잘 안하는데 말 한 것은 지킨다, 이런 이미지가 있어요.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 엘리트가 많아 보여요.

프레시안 : 정치부 기자들은 정반대로 평가하는데, 진짜로 그렇게 보이나요?

이태권 : 친박계열에 있는 사람들이 좀 쌈닭이나 이런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이한구, 유승민, 이혜훈, 이런 사람들을 보면 다 박사들 이러니까. 딱 그 사람들 뿐이긴 해요.(웃음)

임재범 : 이명박 정부에는 옛날에 싸움도 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이 포진해 있잖아요. 이재오나 뉴라이트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박근혜는 안 그렇다는 거죠. 군사정권 때부터 정통(보수인) 사람들이 포진해있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그런 느낌이 있어요. 박근혜 쟤들은 정통이다.

프레시안 : 기자들이 평가하기엔 박근혜보단 이명박 주변에 똑똑한 사람이 더 많다고 보는데, 이건 매우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이태권 : 박근혜 주변에 싸움닭 이런 이미지가 있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유승민 정도가 '싸움닭'으로 보이는데, 그 사람도 '모범생' 이미지는 있잖아요. 사람들이 그런 판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임재범 : 그런 박근혜가 복지를 들고 나왔으니(웃음)

박정현 : 제가 가진 박근혜의 이미지는 수구꼴통 (웃음)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죠. 박정희를 보는 것과 그렇게 다르지는 않아요. 국회에서 봤을 때는 '차갑다' 그런 느낌이 좀 있었고. 어떤 사람이 그러는데, 한나라당은 박근혜가 나오면 무조건 당선 된대요. 그래서 민주당이 뭘 해야 하느냐면, 민주당이 친이계가 어떻게 해서든 대항마를 내세우게 공작을 해서 박근혜가 안 나오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웃음) 사람들은 많이 좋은 이미지들을 생각을 하시는데, 저는 별로 좋은 이미지가 아니예요.

프레시안 : 이명박과 박근혜를 비교한다면 어때요?

박정현 : 비슷비슷하긴 한데 0.1% 정도는 박근혜가 더 나은 것 같긴 해요.(웃음)

이태권 : 저는 박근혜가 박정희 딸이라는데 대해 오히려 긍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어요. 제가 아까 손학규가 대통령이 될 때 관리형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아버지에 이어 딸이 대통령이 되는 것도 외국에서는 별로 신기한 일은 아닌 것 같고, 외교를 할 때도 훨씬 유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우리나라는 박근혜가 대를 이어 대통령이 된다. 이럴 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강도가 세지만요.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왕조로 퇴보한다 이렇게 보지는 않아요. 야당이 정책이나 비전 이런 게 시원치 않다면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박정현 : 기존의 색깔론이니 하는 것을 벗어나서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생각을 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나이 많은 분들, 50-60대는 박정희에서 직접 당한 게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서 싫어하는 건지도 몰라요. (웃음) 저는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나온 게 의미가 있다고 봐요. 이제까지 가요 프로그램에서 그런 게 없었어요. 연줄이나 알력 없이 본질로, 실력으로 승부하잖아요. 이런 프로그램이 나타난 게 사람들이 정말 합리적으로 실력을 보고 효율적인 답을 찾는 사고 방식이 젊은 사람들 사이에 많이 퍼진 것 같아요. 박근혜도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많아진 것 같아요.

프레시안 :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런 기대를 갖게 했잖아요. 과거 보수와 다른 좀 스마트한 이미지, 효율성을 중시하고 실용적인 이미지, 박형준이나 곽승준, 정두언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보니까 과거 수구꼴통하고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실망이 더 큰 거 아닐까요?

박정현 : 사람들은 이제 보수냐 진보냐 따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색깔을 논하는 걸 벗어나서 현실적으로 그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을 하는 거죠. 그러다보니 보수로 보일 수도 있고, 어떤 시점에서는 진보로 보일수도 있는 것 같아요.

임재범 : 동의, 동의!

프레시안 : 지금 이명박에 대한 정서가 '반MB'를 넘어서 '혐MB'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이명박 임기가 끝난 후에 탈탈 털어서 끝을 보고 싶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이태권 : (웃음) 제 주변에 트위터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얘기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뭐 사건 터지면 멘션을 날리는 게 '이 정부 끝나면 철저히 조사하자' 이런 얘기들이요.

송새벽 :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면 우스갯소리로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봤어요. 'MB OO될 수도 있다'고. (편집자주 : 가명으로 나가는 방담이지만 발언 수위가 높아 'OO' 처리함.)

난 먹고 살기 힘든데, 한나라당 애들은 왜 저리 때깔 좋아 보이지

프레시안 : 이거 제목으로 나가면 큰일 나겠죠? 이름과 직장을 명기해서. (좌중 웃음)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가 서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것인데요, 요즘 먹고 살기 어때요?

송새벽 : 개인적으로 좀 힘들어요. 먹고 사는 게 가장 힘들어요. 공공요금이 다 올랐잖아요. 혼자 자취하는 입장에서 그런 작은 돈들 오르는 게 무시할 수가 없어요. 생활용품 가격도 많이 올라서 생활이 힘들어지니까 불만이 많은 거죠. 아직은 제가 집을 산다, 이런 데 대해서 부담은 없지만, 언젠가는 결혼을 할 거니까, 그런 생각하면 답답하죠. 데이트 비용도 더 많이 나가게 되고.(웃음)

프레시안 : 지금 상황에서는 결혼한다면 어때요?

송새벽 : 결혼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생활이 힘들어지니까 한나라당은 '부자정당'이다, 그래서 싫다, 이런 정서가 30대들 사이에서 좀 있나요?

송새벽 : 그런 게 있죠. 우리는 힘든데 왜 쟤네들은 저렇게 '때깔'이 좋아 보일까.(웃음) 여유로워 보이고.

박정현 : 저도 요즘 어려워요. 요즘 축제가 많이 없어졌잖아요. 게다가 공연 기획 쪽은 다 한나라당 쪽 사람들이예요. 그래서 좀 안타깝고 그래요.

프레시안 : 이태권 씨는 사업을 하시는데, 경기가 좀 어떤가요?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셨나요? (웃음)

이태권 :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애들 키우는 게 걱정이죠. 이게 MB정부라서 특별히 힘들다기보다, 이 정부가 그래도 교육 문제에 있어서만은 큰 사고를 안 쳤잖아요. 제가 알기로는 전국학원연합회에서 386 출신 학원장들이 MB를 밀었다던데 크게 그들의 기대에 부응한 것 같지는 않아요. 이명박이 당선되면 사교육이 살판 난다는 예상을 했는데 생각해보면 크게 사고를 친 것 같지는 않아요. 대입 제도도 안 바꿨고.

교육 문제는 항상 고민이에요. 가장 고민인데 누구도 답을 못 내놓고 있어요. 지금 큰애가 초등학교 2학년인데, 점점 걱정이 되는 거예요. 제가 죽어도 싫은 게 우리 애들을 한국 대학에 보내는 건데, 대학을 안 보내면 안 보냈지. 예전에 제가 대학을 다닐 때 교수들이 열심히 안 해도 우리들끼리 같이 공부도 하는 아카데믹한 학풍도 있었는데, 그런 게 다 사라졌잖아요. 등록금은 4~5배 오르고, 애들이 대학 가는 나이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뭔가 대안은 안보이고, 그래서 걱정이 더 커져가는 거예요.

프레시안 : 그런 얘기가 있죠. 한국 대학 등록금이면 프랑스로 유학 간다. 등록금을 체류비로 써도 학비가 싸니까 맞먹는다는 거죠.

이태권 : 그리고 제 주변 사람들을 보면 전세값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요. 먹을거리 물가도 많이 올랐어요. 환율도 올랐고. 해외여행도 부담이 많아졌죠. 30대 때는 가치 중심 소비도 많잖아요. 예를 들어 외국에서 유명 가수가 오면 R석이 30만 원이라고 해도 큰 맘 먹고 가기도 하고, 해외여행도 관광지 중심이 아니라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하죠. 그런데 환율 오르니까 해외 뮤지션들 데려 오는 것도 힘들어졌죠. 문화생활 하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워졌죠. 2006년에 엔화가 1000엔 당 800원이었을 거예요. 제가 와인 같이 마시는 동호회에서 일본에 누굴 보내서 와인을 사오고 그랬는데, 막걸리 영향도 있지만, 이 정부 들어서 와인 인기도 좀 사라지는 것 같은데, 환율 영향이 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박정현 : 살기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에요. 뭘 줄일 수도 없고, 삶의 질을 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요. 주부 입장에서, 문화계 종사자 입장에서 봐도 어려워요. (이태권 씨는) 어떻게 셋을 키워요. 와이프한테 잘 해주세요. (웃음)

민주당이 집권하면 달라질까?

이태권 : 저는 집은 가지고 있는데 빚이 많아서 빚 갚는 게 힘들죠. 정치 얘기를 다시 해보자면, 예컨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우리 삶의 본질적인 위기가 극복될 거냐. 아니라고 봐요. 제가 볼 때는 오히려 대학 안가기 운동이라든지. (웃음) 대학 안 가면 대학도 바뀔 거예요. 얼마 전 책에서 이런 것을 봤는데, 사회가 변하려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어야 하는데 라이프스타일은 저절로 안 바뀐다. 사람들은 불편함을 택하지 않잖아요. 이를테면 우리나라처럼 자동차가 많은 나라가 없어요. 도쿄보다 서울에 렉서스가 많은 것 같아요.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다들 자동차를 사고 타고 다니죠. 저는 그래서 정치의 의미가 한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사회적 양극화의) 역작용으로 민주당에 더 많은 기대를 걸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온다고 해도 우리가 겪는 위기가 해소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프레시안 : 야권에선 통합하고 자기들이 힘을 모아 집권하면 뭔가 바꿀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렇게 안 보시는 건가요?

이태권 : 정권교체, 거기에 목매달고 거기에 올인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권 교체에 올인하면서 자기가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안 하게 되는 게 우려스럽죠. 자기의 시민으로서 의무를 '정권을 바꾸는 것'으로 치환해버리는 거예요. 이건 손쉬운 거죠.

프레시안 : MB를 비판하는 게 나의 정치적 진보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식으로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 이게 우려된다는 지적인데요. DJ가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정치 참여? 쉽다. 정치 참여의 가장 낮은 단계로 그냥 욕하면 된다'는 거죠.

임재범 : 저는 정치인을 지향하는 사람이나, 활동가, 운동가들,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정권 교체가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게(욕이)라도 안하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거죠.

이태권 : 욕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스포츠죠. (웃음)

프레시안 : 정치를 스포츠처럼 한다고 하니까 생각나는 게, 이번 분당을 투표를 보면 젊은 사람들이 아침에 우르르 나가서 투표를 하고, 오후에 고급 아파트 있는 지역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반격을 당했다'고 생각한 젊은 사람들이 다시 트위터 등을 통해 투표 참여 독려를 해서 퇴근길에 '재반격'에 나서는 것을 보고 어떤 사람이 '전쟁을 하는 것 같다'고 하던데, 정말 스포츠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거기에서 어떤 카타르시스도 느끼고.

임재범 : (스포츠에서도) 우리 팀이 지면 속상하잖아요.

이태권 : 요즘에 투표 안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게 굉장히 많잖아요. 투표 안하면 세금 물리자, 이런 얘기도 나오는데, 좋은 얘기예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우려스러운 게 투표 하는 사람이 민주시민이다. 이렇게 (협소하게) 돼 버리는 거예요. 지금은 정부 바꾼다고 다 이뤄지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방면에서 계속 참여하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정권을 바꾸자'는 것도 물론 중요하죠. 그런데 우리가 이제는 '정부는 관리만 해주고, 우리가 스스로 참여하자' 이런 체제로 슬슬 바꿔나갈 것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권이 바뀌어도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잖아요.

임재범 : 그래도 바꾸는 것은 중요하죠. 정치권력을 바꿔야 이를테면 부의 재분배를 그래도 일정 정도라도 할 수 있고, 제도적 법적 문제들을 바꾸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잖아요.

이태권 : 저는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것, 한나라당이 할 수 있는 것, 그게 크게 다르다고 보지 않아요. 이를테면 노무현 정부에서도 법인세 인하를 한번 했잖아요. 우리나라가 법인세율이 그렇게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정치개혁도 한나라당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정치자금법도 사실 한나라당이 개정한 거잖아요. 정치개혁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저는 '주민소환제' 같은 제도라고 생각해요. 근본적으로 정치인을 리콜 할 수 있는데 열린우리당도 손도 못 댔단 말이죠. 물론 세제, 이런 제도적 측면에서 일정 부분 개혁은 기대할 수 있죠.
▲ 지난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2주기 추모 문화제에 등장한 대형 걸게그림. ⓒ프레시안(선명수)

촛불과 노무현의 추억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5월은 촛불집회, 노무현 서거 등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이 있었죠. 개인적인 추억담이 있으면 얘기해주세요.

박정현 :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 듣고 술을 엄청 펐다고 하더라고요.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고. 너무 쇼킹한 일이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어이없다가, 나중에는 막 분노하는 거죠.

이태권 : 노무현의 죽음을 보면서 제가 갖고 있던 노무현에 대한 태도가 드러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참 슬프더라고요. 저는 노무현 별로 안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돌아가시니까, 아까운 사람이었는데, 왠지 슬퍼지더라고요. 노무현의 정치는 별로 안좋아했는데, 노무현이라는 인간은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했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죠.

송새벽 :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던 날 저는 학교 동아리 행사가 있어서 후배들하고 밤새도록 행사를 하고 집에 들어가서 오후에 일어났어요. 그런데 그 사건이 난 거죠. 깜짝 놀랐죠. 고향 집에서 부모님한테 전화가 와서 가슴에 검은 리본 달고 다니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일주일동안 달고 다녔어요.

이태권 : 저는 촛불 집회 때, 유모차 부대 가운데 들어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참 느낌이 묘하더라고요.

박정현 : 제 선배 중에 하나는 전혀 관련이 없는데 집회 안에 있다가 주동자로 걸려서 재판을 받았던 적이 있었어요.

임재범 : 저는 매일은 안 갔는데, 다른 건 모르겠는데 광화문 한복판을 걸어다니는 게 재밌더라고요. 이순신 동상 앞에 한복판에 모여 있다가 앉아서 캔맥주 하나 마시고, 그런 것은 재밌었어요.

프레시안 : 사실 시위 강경 진압은 참여정부 때도 있었죠. 농민이 사망하기도 했고.

임재범 : 그런데 이 정부에서는 확실히 사람을 좀 짜증나게 했던 것은 있었어요.

프레시안 : 집회 끝난 후에 채증하고 잡아들이고 하는 식의 보복(?)도 정말 심했죠.

이태권 : 그런데 촛불집회 때 사람들이 청와대까지 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웃음) 진짜 전경을 뚫어서 청와대 앞마당에 딱 들어가면 그 다음부터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았을까. (좌중 웃음)

임재범 : 정말 방담이 됐네, 다음 번에 주제 잡기 힘들 것 같은데(웃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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