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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는 "죄송합니다" 유시민은 "안녕", 누굴 찍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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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태호는 "죄송합니다" 유시민은 "안녕", 누굴 찍겠나

[30대, 정치와 놀다]<1>"손학규 대통령? MB도 됐는데, 뭘"

정두언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이 그랬다. 한나라당에 대해 20대는 "재수 없다", 30대는 "죽이고 싶다", 40대는 "관심도 없다"고. 한국 정치에서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주요 변수 중 하나가 '지역'이었다. '지역 변수'는 현재 정당들이 나눠진 잣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이런 지역 변수가 조금씩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체 유권자를 놓고 보면 균열이 생긴 정도라고 할 수 있지만, 특정 연령대로 가면 지각 변동 수준의 변화가 있다. 40대 이하의 젊은 층을 말한다. 2004년 총선에서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노인층은 투표하지 말고 쉬시라"는 '노인 발언'은 이런 '세대 변수'가 지역 못지 않은 주요 변수로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4.27 재보선에서 분당을의 투표 행태는 이를 아주 극명하게 보여준다. 당일 20-40대 직장인들이 몰렸던 출근시간대에는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앞서다가 오후에 50대 이상이 대거 투표장에 나오면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가 역전을 했지만 이 소식을 듣고 퇴근길에 직장인들이 몰려들면서 손학규 후보가 재역전했다는 후문이다.

여론조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젊은층 중에서도 30대의 민심이반이 두드러진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지난 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30대는 18.1%로 40대(22.8%), 20대(29.0%)에 비해 적었다. 야권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20대 52.8%, 30대 48.3%, 40대 47.9%로 오차 범위 내에서 비슷한 수준이었다. 최근 정세는 20-30대의 반(反)한나라당-반MB 정서가 40대로 전이되면서 실제 투표를 통해 이를 표출하는 수준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화된 세대론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대 구분은 '공통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30대들의 정치인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30대의 일상은 노동, 부동산, 교육, 의료 등 정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숱한 문제로 점철돼 있다. 40대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에 비해 더 젊고 혈기왕성하다는 점에서, 30대의 불만 표출은 더 빠르고 직설적이다. 새 연재 정치 수다 <30대, 정치와 놀다>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30대 생활인들이 정치를 향해 던지는 '언어폭탄'이 소통 부재를 이야기하는 정치권에 작은 파열음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발생한 미네르바 사건, 쥐벽서 사건 등 크고 작은 '말할 자유에 대한 탄압' 사건을 감안해 수다에 참석한 패널들은 다 가명을 쓰기를 원했다. 이에 발맞춰 기자들도 이 수다 만큼은 이름을 가린다. 또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직함은 대화의 흐름상 생략한다. 편집자

패널 소개
임재범 : 나이 서른 아홉. 열살(아들), 일곱살(딸), 생후 120일(딸), 자녀 셋을 둔 유부남.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듬.

박정현 : 나이 서른 셋. 직업상 결혼 여부를 딱히 밝히고 싶지는 않았다고 하나 결혼해서 세살 난 아들이 하나 있다고 넌즈시 얘기함. 제2의 장윤정을 꿈꾸는 세미 트로트 가수.

송새벽 : 나이 서른 둘.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오래 연애한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만 전세금 등 자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이 사연을 듣고 이날 참석자 중 한명의 유부녀가 안타까워 하기도.

이태권 : 나이 서른 여섯. 직원이 20여 명인 중소기업 사장. 아이가 둘인데, 뭐가 더 욕심이 나는지 올해 11월 셋째를 출산한다고. 첫 애를 초등학교 보낼 때 엄청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공교육에 불신이 크다.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1(서른 아홉. 아들 하나를 둔 유부녀), 프레시안 기자 2(서른 여덟. 유부남이나 자녀는 아직 없음), 프레시안 기자 3(서른 셋. 싱글남), 프레시안 기자 4(서른 하나, 싱글녀)가 참석했으나 '프레시안'으로 일괄 표기함.

때는 5월12일,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후 한나라당이 한창 시끄러웠던 시절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분당을 선거에서 이긴 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김해을 선거에서 진 뒤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프레시안 기자 3(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특정함)이 예약한 서울 마포구 모 중식당에서 처음 모였다. 당초 독립된 방을 예약하기로 했으나 평소 식당 주인과 친분이 깊은 한 무리의 손님들이 장소를 선점하고 있어 시끌시끌한 홀로 쫓겨났다. 역시 대한민국은 '연줄 사회'다. 자신의 실수를 한발이라도 무마하기 위해 기자 3은 "그래도 맛은 있죠"라는 멘트를 연방 날렸고, 일행은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수다를 시작했다.

"살만해? 살만하면 투표 안해도 되고…"
▲ 4.27 재보선 분당을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승리는 '넥타이 부대들의 반란'으로 분석된다. 출퇴근 시간 20-40대 직장인들의 투표가 손 대표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뉴시스

프레시안 : 여기 모이신 분들은 다 정치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으신 걸로 아는데 박정현 씨는 실제로 선거판에 뛰어든 적도 있으시다면서요?

박정현 : 민주당 모 의원실에 보좌진으로 있었죠.

임재범 : 저도 옛날에 선거운동을 해 봤어요. 국회의원 선거도 해보고, 대통령 선거도 해보고, 그런데 한명도 당선시킨 사람이 없어요. (웃음) 제가 선거 운동을 해서 당선된 사람이 없는 정도가 아니고, 지난 6.2지방선거 전까지 제가 찍은 사람이 당선된 적이 없어요. 선거에 빠진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제가 찍은 사람 중에 구청장이 당선됐죠.

박정현 : 2000년 4.13총선 때 정치권에 들어왔다. 7년 정도 있다가 다른 길로 갔는데, 지금 약간 후회해요. 당에 들어와보니까, 다 똑같은 분들이더라고요.(웃음) 철학이고 뭐고 필요없이 다 그렇게 (현실적이) 돼 가는 것이고, 그런 것을 보면서 (정치권에서) 나왔어요. 그나마 건진 것은 '사람을 보는 눈이 생겼다'는 것이에요. 그 점은 그나마 나아진 것 같네요.

프레시안 : 정치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가 뭔가요?

박정현 :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인도로 자원봉사를 6개월을 갔어요. 그 전에는 캠퍼스 영상가요도 나가고 춤추고 노는 것을 좋아했죠. 그렇게 있다가 인도에서 전기도 안들어오는 학교에서 농사짓고, 영문과였으니까 영어도 가르치고 별짓 다 하면서 살았는데, 그 때 제가 정말로 많이 울었어요. 인도는 계급 의식이 심하잖아요. 한번은 기차에서 물건을 훔친 사람을 다른 사람들이 막 때리는데, 물론 잘못은 했죠. 하지만 쇠파이프로 때리는데 옆에 있는 승객들이 아무도 안 말려요. 기관장인지 하는 분이 와서 막 웃어요. 그리고 막 즐겨요. 극단적인 예인데, 인간이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런 고민을 정말 많이 하게 됐어요. 비단 인도 뿐 아니라 현실적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도 이런 일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전학협(전국학생회협의회) 친구들과 철거촌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총학생회 활동도 했죠. 그 이후 2000년 4월 총선에 처음 선거를 뛰면서 이후 선거만 열 댓번을 치뤘죠. 총선, 지방선거, 당내 선거 등. 그래서 선거에 대한 회의감을 조금 느껴요. 민심이요, 어느 정도 조작이 가능했어요. 그 때까지는. 여론조사가 지금은 잘 안맞지만 옛날에는 맞았어요. 그에 따라 전략의 수위가 달라지고 그랬죠. 예술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아..진짜로 실명으로 나가면 안되겠다.

프레시안 : 가수면 이런 자리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박정현 : 너무 많이 얘기하면 오히려 안 좋을 거 같아요. (웃음)

송새벽 : 저는 전혀 정치와 상관이 없었죠. 학교 생활에서도 그랬고, 진짜 일반 시민인데, 회사에서 보면 분위기는 이런 게 있어요. 선거 때만 되면 스스럼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직장 상사들이 '살만해? 살만하면 투표 안해도 되는데, 살기 힘들면 얼른 투표해' 이런 얘기들을 해요. 일반적인 서민들이 살기에 불만족스러운 게 많지 않나. 이런 불만족들이 이번 재보선에서 많이 드러난 것 같아요.

임재범 : 회사 고참들이 그런 얘기를 해요?

송새벽 : 농반 진반으로 하는 분들이 있죠.

임재범 : 그렇게 말하는 분들은 40대인가요?

송새벽 : 30대 후반 정도 되죠. 그러니까 저희랑 터놓고 얘기하지 그 이상 분들은 (웃음)

프레시안 : 이번 선거에서 관권 선거 논란도 있었는데 공공기관에 근무하면서 그런 것을 목격한 건 없나요?

임재범 : 저희는 그런게 전혀 없었고, 회사 특성상 오히려 신문에 나오는 정치 얘기를 잘 안해요. 조심스러우니까. 그런데 각각의 성향은 다들 알고 있죠. 서로 다 아는데 서로 조심해주고 그렇죠. 극좌부터 극우까지 다 있습니다.

박정현 : 재밌겠다.

임재범 :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니까 점점 전체적으로 오른쪽으로 가는 것 같아요.

프레시안 : 그게 정권의 영향이라고 보여지나요?

임재범 : 정권의 영향도 있고 공공기관의 특성상 먹고 살만 하니까 그렇게 가겠죠.

"김해을 한나라당 관계자가 '유시민만 아니였으면 김태호가 졌다'더라"

프레시안 : 이번 선거 보면서 어떤 생각들이 드셨나요?

임재범 : 내기를 했다가 졌어요. 순천까지 포함해서 범야권이 4, 한나라 0 이렇게 봤는데 김해에서 떨어진 것이죠. 왜 김해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분석한 것을 보면 몰표가 나온 곳이 있더라고요. 장유신도시라고, 그렇게 부자동네는 아닌데, 주변은 다 농촌 마을인데, 거기만 도시거든요. 다들 아파트에 살고, 직장이 창원, 부산에 있으면서 출퇴근 하는 젊은층들도 많이 사는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이 김태호한테 몰표를 던졌더라고요. 그래서 뒤집어진 것 같은데, 개표 초반에는...누구죠? 후보 이름도 기억 안나네요.

프레시안 : 이봉수 후보죠.

임재범 : 그렇죠. 사람들이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나간 게 첫 번째 패인이었고, 그리고 나름 장유신도시가 그 동네에서는 중산층이라고 할까 그런 의식이 숨어 있어서, 그래도 한나라당이지, 하고 몰려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판에 언뜻 지나가다 들었는데 그 동네를 중심으로 김태호가 그래도 우리 도지사 출신인데, 불쌍하다. 이런 정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제 제가 창원에 출장을 갔는데, 옛날 한나라당의 당직자로 있다가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났어요. 다른 얘기를 하다가 김해 선거를 가지고 얘기를 했는데, 그 사람은 유시민만 아니었으면 김태호가 졌다, 그러더라고요. 유시민만 김해에서 돌아다니지 않았다면 김태호는 100% 졌다. 그래서 '아니 이봉수라는 사람 이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인데, 유시민이 안 나오면 어떻게 되느냐' 했더니 그 사람이 '시민들이 유시민을 정말 싫어한다. 그냥 이유 없이 싫어한다. 유시민이 다닐 때마다 표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라. 유시민이 없었으면 김태호도 떨어졌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더라구요.

프레시안 : 나름 충격적인 얘기네요.

임재범 : 중산층 사람들도 유시민이 인사하고 다니면 '그 사람이 싫다'고 하더라는 거예요. 저도 보니까 김해 선거에 기권표가 많더라고요. 기권표는 투표를 하러 와서 고민하다가 무효표를 만든 사람이예요.

유시민이 하는 말이 잘 들어보면 틀린 말이 없어요. 말 바꾸기를 잘 하지만 그 때 그때 그만의 논리가 있고, 정책적으로는 저와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어떤 상황에 대해 얘기할 대는 아주 똑똑 부러지는데 하는 짓이 그냥 미워요. 별로 마음에 안 들어요. 저는 이런 얘기를 해요. 작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 경기도민이었으면 유시민을 찍었을 거예요. 그런데 올해 제가 김해 살았더라면 이봉수를 안 찍었을지도 몰라.

박정현 : 저는 김해 선거 결과를 보고 하루 종일 우울해서 잠을 못잤어요. 정말 화가 났고.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유시민을 좋아해요. 그만한 인물이 없다고 봐요. 그런데 (선거판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페이스 메이커'가 돼야 하는데 너무 '스타 플레이어'처럼 행동하는 거예요. 자제를 좀 해야 하는데. 김해는 제가 너무 분했어요. 우리 노짱님이 서거하셨을 때 제가 일주일간 울었거든요. 거기는 성지예요. 절대 빼앗기면 안되는 곳, 정말 사수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됐다는 데 대해 저는 너무 속상했어요.

프레시안 : 6.2 지방선거에서 유시민이 야권의 경기도지사 단일후보로 나왔을 때도 기권표가 많았다. 그 때는 참여당 쪽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도와주지 않아서 졌다'는 얘기가 좀 있었다. 근데 이게 반복이 되니까, 유시민의 한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박정현 : 그런 부분도 있고. 그런 점에서 정말 플레이어가 되기보다 대의를 살리는 그런 방향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예요. 김태호는 다니면서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하는데 이봉수, 유시민은 그냥 서서 '안녕?' 하는 식이예요. 이건 틀린 거죠. 선거 할 때는 유권자 대면이 굉장히 중요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인상 보고 '별로네' 하고 찍는다는 말이예요. 유시민에 대해서도 플러스 되는지 마이너스 되는지, 이런 것도 분석을 했어야 했어요. 그런데 그런 것도 잘 안된 것 같고. 또 유시민의 그런 역량의 한계 이런 게 짬뽕이 되니까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 같은데 너무 너무 안타까워요.

▲ 김해을에서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는 '나홀로 선거' 운동을 벌이면서 "죄송하다"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은 연발하면서 철저히 고개를 숙였다. 반면 이봉수 참여당 후보는 이런 '낮은 자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뉴시스

유시민 즉석 인기투표, "좋아요" 2 : "싫어요" 2

프레시안 : 자연스럽게 유시민 얘기로 넘어갔네요.

이태권 : 저는 유시민은 안 좋아해요.

프레시안 : 이유가 뭘까요?

이태권 : 너무 권력지향적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사업을 할 때도 '내가 이것을 왜 하는가' 그런 생각을 하죠. 철학이 있어야죠. '왜'를 생각하고 거기에 맞게 '어떻게'를 생각해야 하는데, 유시민은 지금 권력투쟁만하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저는 '권력투쟁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예요. 그런데 너무 그렇게 가서 한국 정치에도 별로 기여를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진짜 실망했던 것은 노무현 정부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하면서 보여준 정책적인 행보들이예요. 유시민의 정책은 너무 신자유주의적이거나 현실에 부합하는 것들이었어요. 그러니까 '유시민이 왜 정치를 하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송새벽 : 저는 유시민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예요. 딱히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좋다고도 할 수 없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싶은데요. 최근 선거 전후에 보인 행동들은, 너무 스타가 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서 다른 주변에 대한 의식을 하지 않았던 것, 그게 그 사람들의 실수가 아니었나. 지금은 그냥 집에 있다고 하니까.

프레시안 :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고 안보이는 곳에서 활동은 하고 있어요. (웃음)

송새벽 : 신문을 보니까 신문에 '칩거' 이런 식으로 나오더라고요 (웃음) 뭔가 좀 실수를 한 것이지, 죽일 짓을 한 것은 아니지 않나요?

프레시안 : 어떤 실수를 했을까요?

송새벽 : 자기가 이기고 싶었으면 그런 식으로 (민주당에서) 나와서 이봉수 같은 무명인사를 데리고 하는 것보다 민주당 안에서 자기 스스로 희생하는 게 필요했을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따로 당을 만들어서 (민주당과 각을 세우는)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태권 : 저는 노무현이 너무 우상화라고 할까, 그렇게 되는 게 싫어요. 이번 김해을 선거에서도 (국민참여당이) 어떻게 보면 진 게 잘 됐다고 생각하는데요. 언제까지 노무현의 유훈 정치, 이런 식으로 한국 정치가 가야 하나. 이번에 김해에서 이겼으면 그런 게 계속 생겨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었을 뻔 했는데, 절반에서 아까운 정도로 지고 나서 다음에 정신 차려서 유훈 정치 같은 것 안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노무현의 정신을 잇겠습니다' 이런 게 선거 캐치프레이즈였잖아요. 저는 별로 건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안타까워 하시는 분에게는 죄송하지만 저는 잘 됐다고 봐요. 1년 짜리에 불과한 국회의원 자린데.

"'등번호 1번' 고집하던 손학규, 까칠해"

프레시안 : 이번 재보선에서 손학규는 이기고 유시민은 지면서, 야권의 대권주자 사이에 명암이 확 갈렸는데요, 손학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정현 : 손학규 하니까 생각나는데, (2006년 지방선거에서) 손학규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한나라당 유세를 나오는데 현장에 가 봤어요. 손 후보가 굉장히 까칠하더라고요. 체육대회니까 추리닝을 입어야 하는데, 등번호가 붙어 있는 건데, 자기는 '등번호 1번 꼭 달라'고 보좌진한테 막 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성격이 약간 까칠하시더라고요.(웃음) 그때 저는 '저 분이랑 같이 일하면 죽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임재범 : 저는 손학규가 분당에 출마한다고 선언했을 때 '아이고, 계산 끝났구나' 이렇게 생각했어요. 계산기 다 두드려봤다. 일반적인 정서는 분당에서 어쩐다 저쩐다 하는데 계산 끝나고 나왔다고 생각되더라구요. 그런데 손학규가 대통령이...이명박도 대통령이 되니까 될 수 있다고는 보는데. (좌중 웃음) 그런데 그래서 뭐할거냐. 이런 생각도 들고. 개인적으로 손학규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의미를 그렇게 둘 필요가 있을까. 박근혜도 그런 면에서 비슷하죠. 그리고 선거운동 중반에 제가 분당 사는 사람한테 얘기를 들었는데요.

이태권 : 전국 각지에 아는 분이 많군요. (웃음)

임재범 : 제가 아는 사람이 좀 많습니다.(웃음) 분당 사는 사람한테 들었는데, 친민주당 성향 사람이예요. 고향이 전라도 광주고. 선거 중반인데 이 사람은 무조건 손학규가 당선된다는 거예요. 이 사람이 은행 직원이고 연봉이 1억 쯤 되는 사람이에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했더니, 캐치프레이즈가 '분당에서도 대통령 한번 만들어보자' 그 말 한마디면 다 먹히는 거예요. 지나가는 아주머니, 할아버지들도. 그 사람은 '자존심'을 얘기하더라고요. 그래도 분당인데, 게임 좀 되는 사람, 당을 떠나 비교 우위에서 인물이 되는 사람, 대선 후보에 근접해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리가 먹혀든다는 거예요.

프레시안 : 그렇다면 정운찬이 나갔으면 어떻게 됐을 것 같아요?

임재범 : 생각은 안해봤어요. 정운찬을 대선후보로 거론은 하는데, 보통 사람들이 정운찬을 대통령 후보로 생각하나요. 보통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텐데.

프레시안 : 그런 분석도 있더라구요. 트위터 통계를 들면서 얘기하는데, 트위터를 보는 사람들은 손학규가 된다고 봤을 것 같다는 거예요. 출근시간에 투표율이 확 늘고, 점심시간에 늘고, 퇴근시간에 또 늘었다더라구요. 손학규가 3.5% 차이로 이겼으니까 6시 이후 투표율이 높아진 것, 이게 승패를 가르는데 굉장히 주요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강원도에서 불법전화방 사건이 일어났잖아요. 이게 수도권에서는 영향을 줬다는 얘기도 있고요.

임재범 : 저는 인터넷 여론은, 별로 안믿어요. 인터넷에 제 1당이 어딜 것 같아요. 민노당, 민주당이 1당, 한나라당은 4당으로 떨어지죠. 그래서 안 믿어요.

박정현 : 인터넷이라기보다는 SNS죠.

임재범 : 정운찬 얘기하다 말았는데, 정운찬이 나왔으면 손학규가 힘들어졌을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이태권 씨는 손학규를 어떻게 보세요?

이태권 : 모르죠 뭐. 그 사람의 국정 철학이 뭔지 잘 모르고...그냥 정치 스타일, 퍼스낼리티에 대해서는 많이 나오는데, 이 사람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 것은 있어요. 손학규 캐릭터 같은 게, 시대적으로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가. 우리나라에 너무 캐릭터 강한 대통령이 많았잖아요. (손학규 같은 스타일은) 외국 나가서 영어도 잘하고 무리 없이 외교 하고, 안에 들어와서 큰 사고 안치고 그런 식이지 않을까. '힘 있게 뭘 잘 하고 밀고 나가자', 이런 일을 잘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한나라당이 유일하지 않나 생각해요. 다른 세력은 집권을 해도 계속 치고 박고하고 세력간 팽팽해질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손학규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세련되게, 사고 별로 안 치는 '관리형 대통령'이 이제 우리나라에 필요한 게 아닐까요. 손학규는 그런 면에서 괜찮죠. 그런데 정책이나 이런 측면에서 제가 손학규 지지자가 될 것 같진 않아요.

프레시안 : 대통령이 되는 것은 나쁘지 않은데 지지하고 싶지는 않다?

이태권 : 손학규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별로 나쁜 것 같지는 않다고 봐요. 괜히 어설프게 자기가 국정을 한 방향으로 막 몰아가겠다, 이런 사람들보다는 큰 사고 안치는 '관리형 대통령'이 더 나을 것 같아요.

"박정희 향수? 대통령 잘 뽑아 경제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 이명박 대통령은 '7% 고성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빠른 속도로 산업화를 이룬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국가주도형 경제개발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뉴시스

프레시안 : 그러면 질문을 바꿔서, 손학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요?

이태권 : 아까 얘기 나왔지만 이명박 같은 사람도 (대통령) 되잖아요. (좌중 웃음) 물론 그런 콘텐츠나 이런 것은 없지만, 캠프에서 만들기 나름 아닐까요. 후보 구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이번 분당처럼요. 저는 손학규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10% 미만이다.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정치에 대한 제 입장도 그래요. 김대중처럼 카리스마 있고 아우라 있고, 자기 철학이 국정에 반영되고 하는 게 김대중이 마지막 같아요. 지금 시대가 힘 있는 정부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지향을 가진 집단에서 나온 정책은 좀 위험하다고 보고요.

인프라나 자원은 정부가 오픈을 하는 거죠. 매니지먼트만 하고 그 안에서 실질적인 운영은 민간, 시민들이 하는 것이죠. 미국의 뉴욕시가 그런 것 같아요. 매니지먼트를 얼마나 투명하게 하는지, 이런 게 중요해지고 여기에 시민들이 참여해서 뭔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예를 들면 장충체육관이 있어요. 서울시가 연간 얼마를 받아 민간 기업에 빌려주고 (기업은) 대관료도 받고, 매점도 운영하고 그러는데, 장충체육관 뿐 아니라 국가의 자원을 일정부분 공공성이 담보되면 그렇게 시민들과 함께 이용하는 것이죠. 요즘 '오픈 플랫폼'으로 구글이 지도를 가지고 여러가지 창의적인 것들을 만들잖아요. 국가가 자원을 공유하고 그걸 가지고 시민들이 새롭게 뭘 만들어가는 거죠.

프레시안 : 대통령 하나 잘 뽑아서 경제성장을 이루자, 이런 슬로건이 통하는 시대는 MB시대로 끝났다고 보는 건가요?

이태권 : 대통령 하나 잘 뽑아서 경제가 7% 성장하고 이건 아니잖아요. 대통령이 그걸 이끌어가기에 우리 사회는 너무 성장했고, 너무 다원화됐다. 박정희 리더십에 대한 향수가 아직 있다는데, 그러기에는 우리나라가 너무 커진 것 같아요.

송새벽 : 이번에 분당에서 민주당이 이긴 것에 대해, 저는 회사에서 친한 사람들하고 얘기하면서 '손학규가 당선됐다기보다는 한나라당이 떨어졌다'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저같은 직장인들, 결혼 막 한 사람들,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 분들이 분당에 많이 살고 있는 편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의 불만이 쌓여서 한나라당이 떨어졌다고들 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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