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촛불정신'엔 국민주권의 보편성이 내재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촛불정신'엔 국민주권의 보편성이 내재한다"

[기고] <중앙>의 '최장집 인터뷰'에 대한 반론

최근 〈중앙일보〉에 실린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의 인터뷰를 읽었다. 최 교수는 이 인터뷰에서 촛불집회로 인해 치러진 조기대선의 결과로 진보일색인 걸 근심하고, 대통령제의 폐단을 지적하며, 의회중심제를 예찬하고, 대통령의 개헌드라이브를 비판하며, 촛불정신을 헌법전문에 싣는 걸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관련 인터뷰 : 진보 거두 최장집 “문 대통령 제왕적 아니지만, 구조적으로 제왕 될 위험”)


진보진영의 지지자로서 나는 최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의 발언들에 대해 반박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우선 인터뷰 내용 중 조기대선의 결과 진보 일색의 환경이 조성됐고 이는 잠재적 위험이자 걱정의 대상이라는 대목을 직접 인용한다.

"그렇다.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촛불집회는 여기까지가 좋은 포인트였다. 문제는 그 이후다. 보수 정당과 보수 세력이 붕괴하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 출범했을 때 힘의 구조가 지나치게 불균형해졌다. 좋은 보수 세력과 협치해야 사려 깊게 정부를 운영할 수 있다. 진보 일색, 진보가 압도하는 환경은 잠재적 위험이자 걱정의 대상, 우려의 대상이다."

나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최 교수는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만든 이명박근혜 정부 9년을 낳은 지금의 자유한국당 등 일부 보수세력의 몰락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 것인가? 좋은 세력과의 협치는 옳은 지적이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협치할 좋은 보수세력이 정치적으로 유의미하게 존재하는지 되묻고 싶다.

나는 최 교수의 대통령제에 대한 반감과 의회중심제에 대한 선호도 이론적으로는 적합할지 모르나, 현재 한국 정치 상황에서는 현실적합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제어하는 분권형 개헌을 해야 한다. 대통령제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한다고 해도 여전히 대통령이 강하다. 가령 미국은 의회가 강하고, 정당도 제대로 정립돼 정치적 역할을 하며, 사법부도 강하다. 그런데도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트럼프 현상이 그 결과의 하나다. 한국은 입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사법부가 너무 취약하다. 정치학적 용어로 전제정(專制政·독재)화할 수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야만 겨우 대통령의 권력을 제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구조를 그냥 두고 4년 중임으로 바꾼다? 임기가 8년으로 연장되는 효과밖에 없다. 차라리 현행 5년 단임제가 더 낫다. ‘대통령이 아무리 강할지라도 그 임기는 끝나게 돼 있다’는 믿음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온 1등 공신이다. 저는 여러 면에서 의회 중심제를 선호한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가 발전한 곳은 모두가 의회 중심주의를 택하고 있다. 더 민주주의에 가까운 제도다."

이명박근혜가 저지른 온갖 만행과 패악질이 대통령제 때문일까? 아니다. 최장집 교수는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수렴될 수 밖에 없다는 전제를 너무 강하게 의식하는 것 같다. 지금의 입법부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없을 만큼 약하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자유한국당 등의 야당이 단결해 몽니를 부리면 변변한 입법조차 어려운 게 현실 아닌가?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 사법부는 '사법의 정치화'를 우려할만큼 힘이 세지 않나? 이명박근혜 시대에 보였던 대통령의 입법 및 사법에 대한 우위는 헌법과 법률을 무시해 권한을 남용했던 대통령과 그런 대통령에게 기꺼이 유착한 입법부 및 사법부 구성원들의 잘못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이 보이는 행태를 보면 유권자 입장에서 의회중심제가 과연 민의를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제도인지 의문이 든다. 선거법 등 다른 제도적 보완이 우선되고 국회의원들의 능력과 자질이 향상되어야 의회중심제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자칫 의회중심제가 오히려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드라이브를 건 건 개헌을 약속했던 야당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비판은 선후가 혼동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촛불정신'을 헌법전문에 넣으면 안 된다는 최 교수의 주장은 정말 동의하기 어렵다. 최 교수는 촛불시위에 보편성이 없다고 말하며 "보수고 진보고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원리가 들어가야지 쟁점이 되는 사건을 나열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촛불시위가 보편성이 없다고 말하지만 촛불시위는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구한 평화적 혁명으로 세계가 상찬하고 있다. 나는 촛불시위에는 국민주권, 평화적 권력교체 등의 보편성이 내재한다고 생각하지, 최 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쟁점이 되는 사건"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최 교수의 인터뷰 중 동의하는 내용은 비례대표제 위주의 선거제도 개편 정도 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