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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대학답게 하자

[민교협의 정치시평] 무술년의 바람

2018년 무술년의 해맞이를 전남 여수에서 맞이하였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였던 제도권 밖의 생활에 대한 향수를 통해 다소 격한 마음을 달래고자 함이었다. 여수에서 머물면서 그동안 밀렸던 글도 쓰고 미루어놓았던 책도 읽어보고자 하는 동기도 한몫 거들었다.

대학에서 해직되고 분한 마음은 여전하였다. 당연히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하는 게 소속된 조직체에도 결코 해가 되지 않음에도 일방적으로 직장에서 내몰렸기 때문이다. 작년 온갖 상념이 교차한 가운데 40대에 열정을 쏟았던 현장을 방문코자 하는 생각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작년 말 가벼운 차림으로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근처에 동아리를 틀었다. 벌써 1달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이젠 명색히 재야학자로서 다시 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다짐도 들었다.
문득 오랫동안 제도권 밖에 머물다가 제도권 대학에 진입하였던 모 교수가 건낸 말들이 진하게 여운을 남기며 떠올랐다. 경제적인 이유로 제도권에 편입하였는데 주변 환경에 포획되어 학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자책이 진하게 묻어있었다. 특히 사립대학이라 재단의 온당치 못한 행위에도 마음에 걸리지만 제대로 비판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로 인하여 제도 밖에 있을 때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필력도 당연히 무딜 수 밖에 없다는 한탄도 곁들여 이어졌다.

타의에 의해 강단에서 물러난 후 내가 느낀 감정도 그가 겪은 애환과 흡사하였다. 오히려 제도권 밖의 자유스러움이 학문적인 열정에 불을 지필 수 있을 것 같다는 위로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을 한 것이다. 학문적인 공감을 폭을 확대하고자 민교협집행부에서 준비 중인 지역별 거점 연구 중심 사랑방 아카데미에 힘을 보태야겠다는 결심을 여수에서 무술년 해맞이를 통해 하였다.

희망에 들떠있어야 할 새해에 마음 한결 편하지 못한 것은 직장에서 쫓겨나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을 해직자들의 아픔 때문이다. 함께하면 결코 외롭지 않아야 함에도 사학의 그 두터운 벽을 넘어서고자 하는 교수님들의 순수한 열정만을 생각하면 전혀 힘이 되어주지 못하여 여전히 가슴이 무거워진다.

내가 머물고자 하는 여수에도 사학의 그릇된 행태를 고발하여 고충을 당하고 있는 김진기 교수님이 외롭게 투쟁하고 있다. 김 교수님은 한영대학에서 부당해직됐다. 사학이 존재한 지역은 어디에도 사학의 부당함에 저항한 양심적 인사들의 아픔과 고통이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촛불집회로 이어져 받아들인 1년전 느낌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새로운 정부의 탄생에 기대치들이 그만큼 높았음에도 그 진척이 더디기 때문인 것도 한 이유이다. 요즘엔 내 주변의 개선되어야 할 일이라도 관심을 갖고 이에 집중을 하고 있다. 재임용으로 탈락되어 해직된 상태이기에 당연 복직이다.

그러나 복직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성 싶다. 재임용탈락으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2차례나 재임용부당성에 대한 내 주장을 수용하였지만 사학으로서 학교법인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행정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자신의 눈에 벗어난 비판적인 행위자를 완전 격리하고자 하는 속셈이다. 이는 모든 사학에서 공통으로 발생했고 지난 수 십년간 반복되고 있다. 사학의 이해만을 전적으로 반영된 사립학교법의 문제점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에 강원대에서 퇴임한 이병천 교수는 한 언론과의 대담에서 한국 사회는 부분적이고 형식적인 민주화의 과정을 이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행처럼 자본의 적절한 통제가 없이는 결국 약육강식의 야만적인 사회로 갇혀 지낼 수 밖에 없다고 심각하게 경고를 하였다. 전적으로 동감을 한다. 절제되지 않은 자본의 오만함이 한국 사회 전반을 파편화시키고 있다. 자본이 갖는 장점만을 강조하고 그 이면의 악마적인 요인을 간과할 때에 그 사회가 겪게 될 참혹함은 아주 심각해 진다.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감수해야 할 고통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이다.

민주화된 사회일수록 자본의 폐단을 사전에 방지코자 제도 등 법적인 장치를 통하여 통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사학의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그 폐해가 현실적으로 표출됨에도 이를 무시하고 방관되거나, 오히려 자본의 일방적인 이해만을 편드는 경향마저 있다.

자본의 통제로 벗어난 기업 이윤 원리가 예외 없이 교육 현장인 대학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어느 사회나 비판 세력의 용인으로 그 사회는 그나마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어왔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도처에서 비판 자체를 적대시하는 굴종의 사회로 급격히 회귀하고 있다. 그 엄혹한 유신 군사 독재하에서도 분연히 비판력을 유지하였던 대학 사회가 저항은 고사하고 침묵과 진한 패배감으로 인한 무기력으로 그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전히 부패 사학은 자신들의 기득을 한 푼이라도 더 챙기고자 폐교된 대학의 재산을 자신들의 또 다른 사학법인으로 옮기고 있다. 이를 노골적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 악법의 정비도 시급함에도 일부 입법자들은 이를 의도적으로 방기하고 있다. 사실 사학의 금력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한 로비에 이미 정치가들은 포획되어 있는 셈이다. 지역의 토호세력으로서 정, 언, 관, 재계의 도에 넘치는 탈법 행위는, 사학의 횡포를 익히 아는 사람들은 이미 예상은 하였다. 그럼에도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현 정부는 시급히 개혁해야 할 사학에 대해 불분명한 태도를 여전히 취하고 있다. 개혁적인 정부의 역할은 집권초기로서 1년 전후하여 그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그 개혁을 현장에서 실행하지 않을 때 바로 기득세력의 집단적 반발에 직면하게 된다.

김대중 정부 초기도 언론 개혁을 사회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미루다가 결국은 그 기회를 놓쳤다. 노무현 정부도 사립학교법 개정을 중도에 포기함으로써 불량 정치가들에게 정권을 그대로 헌납하는 상태를 자초하였다. 노무현 정부의 그 과정을 경험하였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높았던 것은 그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현장에서 강제로 쫓겨난 해직자들은 사학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수차례 명확히 목격했다. 사학 개혁 방기 등 교육 현장에서의 뒷걸음은 정의로운 한국 사회로부터 분명 멀어질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 있다.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그 귀책이 가장 큰 자들이 오히려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회는 결코 정상적이지 않는다. 그 비정상이 정상으로 수년 아니 수 십년간 이어온 사회 집단이 사학 등 교육계이다. 교육마피아 등이 일반명사로 통용화될 정도로 그 정도는 심한 편이다. 그 폐해도 일반인들의 상상을 넘을 정도로 파국적이다. 단순히 그 연계된 집단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사회전체를 도덕 불감증으로 오도해 가기 때문이다. 수십억 아니 수백억의 국가예산이 투입된 일개 사립대학의 불법적인 파행적인 행태들이 지속됨에도 이를 방관하고 있는 사회가 다름 아닌 한국 사회이다. 이를 개선코자 행동에 나선 교수 등 양심적인 사람들은 현장에서 부당하게 쫓겨나고 호구책조차 마련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그 내부 구성원들은 동료들의 부당한 해고에도 이를 무기력하게 침묵으로 지켜보아야 하는 비애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게 한국 사학의 현 주소이다. 통제하지 않은 자본이 사회에 주는 해악은 상상을 초월한다. 서울의 모 사립대학은 재벌 기업이 사학을 인수하여 대학조직체를 투입대비 산출이라는 기업생산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교수 등 그 구성원들을 그들이 운영하는 기업 경영방식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체로 인식을 하고 교수들에게 이를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다. 대학이 대학답지 않을 때 특정 사회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가치 훼손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완할 수 없게 된다.

새해 첫날에 고 신영복 선생님의 "친구 같지 않은 스승은 스승이 아니고 스승 같지 않은 친구는 친구가 아니다"라는 생전 마지막 말씀을 되새기며 금년 무술년엔 대학을 대학답게 정상화되는 원년이 되기를 마음 간절히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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