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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불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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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불과한가?

[민교협의 정치시평]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이 성공하려면

얼마 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방문을 계기로 신북방정책에 이어 신남방정책을 발표한 바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세안(ASEAN)과 한국의 관계를 러시아, 미국, 일본, 중국(가나다 순) 등 한반도 주변 4대국과 같은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경제 외교의 영토를 G2 인 미국과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대폭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 구도 속에서 어느 한 쪽으로도 경도될 수 없는 상황 속에서의 나름대로의 한수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 기업들을 끌어들였던 중국의 저임금 고숙련 노동력 시장은 이제 임금 수준이 높아지는 등의 이유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시장 진입이나 사업 확장성 등에 있어서 유무형의 장벽들이 생기고 있다. 하여, 많은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이 이어지며 동남아시아는 이미 대안 지역이 된 지 오래이다. 특히 사드 배치로 피해를 본 한국 경제에 있어서 아세안 지역은 중국에 대한 대안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발표와 함께 국내 언론들에서는 아세안은 인구 6억4000만 명에 평균 연령 29세, 국내총생산(GDP) 2조 600억 달러, 평균 성장률 5%로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지역임을 강조하고, 이미 해마다 300 억 달러, 즉 33조 원 이상의 무역 흑자를 내고 있는 등 한국의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물론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든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든 이러한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국제정치경제 분야에서도 우리는 오래 동안 관행처럼 쌓여 있던 적폐들을 청산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문 대통령은 첫 방문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신남방정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세안과의 협력 관계를 상품 교역 중심 관계에서 기술·문화예술·인적 교류로 확대하고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사람 공동체’, 안보 협력을 통해 아시아 평화에 이바지하는 ‘평화 공동체’, 호혜적 경제 협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상생번영 공동체’를 함께 만들겠다며 현 정부의 지론인 사람 중심 정치 경제 철학을 국제적으로도 강하게 천명한 것이다. 이것이 형식적인 구호가 아니라면, 우리는 혁명적 수준으로 대외 관계에서도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아세안 혹은 동남아 지역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 기업들 교민들이 대규모로 진출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게다가 아세안은 이미 중국에 이은 제2의 교역 상대국이 되었다. 게다가 아세안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개발협력 실천의 최대 공간이기도 하다. 해마다 수천억 원의 우리 국민들의 세금이 이 지역 국가들의 발전을 위해 쓰이고 있으며,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와 국제개발협력 전문가들이 이들 국가의 빈곤 퇴치와 민주주의 발전, (여성)인권 개선 등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이 무색할 정도로 동시에 이 지역에서 한국과 한국인들은 이 지역 국가 사회를 파괴하는 데에 앞장서 왔던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유학생 2만여 명까지 포함할 경우 아세안 출신이 약 30여만 명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 중 결혼 이주민들이 9만여 명이 한국 국민으로서 살고 있고, 약 18만 여 명의 아세안 지역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 경제의 가장 열악한 부분을 메꾼 지 오래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혐오의 감정을 갖고 하대하고, 차별하며, 폭력적으로 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자녀들 역시 심각한 따돌림과 각종 폭력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는 방치하거나 방조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에서의 문제는 어느 정도 여론을 통해 알려져 있지만, 아세안 현지에서의 한국인들에 의한 착취와 차별과 무시와 (성)폭력에 대해서는 잘 안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한국에서 뉴스로 나온 굵직한 사건들로만 한정해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등 곳곳에서 각종 한국 기업들과 결탁한 독재 정권들의 개발 과정에서의 주민 강제 소개, 환경파괴, 열악한 노동조건, 장시간 노동 강요, 노동조합 결성 탄압 등등 현지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행위가 종종 보고되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미 국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동남아 지역에서의 아동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의 빈도가 가장 많은 국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서 보듯 아세안 국가 현지 여성들에 대한 각종 성범죄 문제는 이미 위험한 수위를 넘은 지 오래이다. 현지 여성 노동자들에게 대한 성희롱 등의 문제는 물론, 현지 여성과의 결혼 및 자녀 출생 이후 한국으로 도망 오는 이들로 인해 ‘코피노’나 ‘신라이따이한’과 같은 용어가 생길 정도로 이미 가뜩이나 각종 사회문제로 시달리는 이들 국가에서 한국인들은 이들 사회를 좀먹는 존재가 된지 오래이다.

이러한 문제의 핵심에 바로 한국인들이 현지 부패 관료, 경찰, 조직폭력배들에게 막대한 뇌물을 바쳐가며 불법적으로 형성한 한국식 성매매 업소가 있다. 동남아시아 각 국가들에 많게는 100 여 군데에서 적게는 십 단위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한 숫자의 한국인 성매매 업소가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성매매업소는 현지법 상 불법인데도 버젓이 현지 한인 신문들에 광고를 내며 영업을 하고 있는 등 범죄를 태연히 자행하고 있는 사실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해외공관을 비롯해 모두가 이를 다 묵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곳을 성접대와 유흥의 장소로 예외 없이 모든 기관과 기업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들어 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외치는 사람 공동체나 평화 공동체, 상생번영 공동체는 절대로 형성될 수 없다. 당연히 이러한 구호는 과거 정권들과는 달리 단순한 겉치레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아직 그 결과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이미 국내 정책들 중 탈원전 및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정책 기조를 명확히 했던 선례들로 보아 분명 대외 정책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있을 것으로 믿고 싶다. 따라서 대외정책 영역에서도 향후 이러한 원칙 하에서의 진보적인 정책들이 추진될 것이라 믿고자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희망이 어긋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주는 예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얼마 전 신북방정책이 한참 화제가 되면서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논의들이 곳곳에서 있었다. 그런데 정부 관계자들과 학자들의 담론도 단순히 새로운 사업 영역의 확대를 제안한 것 외에는 새롭지 않은데다가, 그곳에 참가한 공기업 및 사기업들의 발표를 보니 진보적인 변화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아무리 기업의 생리가 그렇다 하더라도 새로운 시장 개쳑 외에는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물론 경제적으로 교류가 확대될수록 상호호혜적 이익이 많아져 동북아의 정치적 안정과 평화를 서로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신북방정책의 기조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문제의 본질들을 건드리지 않고 있음은 심히 유감이다. 최근 많이 알려진 동북아 수퍼 그리드의 경우, 몽골의 고비 사막의 엄청난 풍력과 태양력과는 달리, 러시아는 그러한 조건이 없어 신재생 에너지가 아닌 기존의 노후한 화석 에너지 혹은 수력 에너지로 참여할 수밖에 없고, 이러할 경우 러시아 극동의 경제 구조는 또 다른 에너지 수출 의존적 구조로 바뀌어 자국의 낙후 지역 개발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극동 지역의 환경 파괴 및 오염도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런데 그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북극해 항로 및 주변 에너지 개발 문제이다. 충격적이게도 북극해 개발에 대해서는 유럽으로의 항로 단축으로 인한 물류 유통 비용 절감 및 새로운 유통망 확보나 해당 지역에서의 석유 가스 채굴 관련 사업 및 수산업 개발을 위한 공장과 항만 등 각종 인프라 사업 확장에만 관심이 있을 뿐 북극 지역의 환경오염과 개발 대상 지역 주민 강제 이주 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심지어 이 지역의 개발은 현지에서의 환경 파괴를 넘어 지구 전체에 재앙을 야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얼음이 녹는 기간이 늘어난 것을 기뻐하는 모습에서 우려를 감추기 어렵다.

무엇보다 러시아 및 유라시아 국가 사회에서도 아세안 국가에서의 행태를 그대로 자행해 왔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 지역 국가들에서의 한인 성매매 업소는 한인 숫자에 비해 과도하게 많아 어떤 면에서는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얼마 전 문 대통령이 북방경제협력의 주된 역할을 하길 바란다던 우즈베키스탄에서도 한국인들은 소련이 붕괴되자마자 기업과 공생을 이루는 성산업망을 구축해 경제 위기로 야기된 우즈베키스탄 사회 혼란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인근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 공화국에서도 상황은 심각한데, 특히 몽골의 경우에는 한인 성산업 규모가 막대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상태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안타깝게도 그저 단지 기존의 미국과 일본에 치우쳐 있던 정치와 경제 관계를 중국을 넘어 러시아 등지의 지역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마치 기존의 틀을 깨는 진보적인 정책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인 한국 내에서의 오랜 반노동적, 반인권적, 반여성적 관행이 쉽게 바뀔 수는 없다. 그러나 어디서 먼저 시작되든 이제 한국인들의 오랜 적폐적 관행들을 도려내는 뼈아픈 작업들은 시작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작업 없이는 신북방정책이나 신남방정책 모두 창조경제 이상으로 허울뿐인 구호로 남겨지게 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외정치경제적 정책이나 해외지역연구는 정권의 교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들 국가들에 대한 우리의 행태는 적폐와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주장은 반만이 사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전 정권에 부역했던 일부 전문가들이라는 이들은 이러한 논리를 내세워 구태의연한 프로젝트들의 내용을 살짝 바꾸어 제출해서는 현 정부에서도 채택하게 만드는 일들을 하고 있다. 지금처럼 단지 우리에게 새로운 이익을 낼 수 있는 분야인지의 여부가 프로젝트 혹은 정책 채택의 기준이 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적폐 행위는 지속될 것이다.

지금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동서양,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새로운 길이 시베리아, 실크로드, 북극해 등으로 열려서 다양한 문화의 교류와 소통이 늘어나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새로운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인가? 설사 그런 목적도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로는 전혀 사람 중심이나 상생 번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구태에 불과하다. 이제 사업의 루트만 다변화하는 한국 기업 진출을 통한 이익 창출 중심의 정책 기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반노동적, 반이문화적, 반여성인권적 기존의 한국식 비즈니스 문화의 낡은 적폐들이 근본적으로 청산되지 않는다면 다시 적폐의 반격이 있을 것이고 우리 정치와 사회는 다시 크게 퇴행할 것이다. 수천 년 동안 몸에 배어 온 폐습은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혁명적 변화가 반동을 저지하는 데 더 용이하기도 한 법이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우리가 선도적으로 국제관계에 있어서 대안적이고 진보적인 모델을 창출하여 세계사회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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