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보수 단체와 해당 단체의 활동 자금을 지원할 기업 간 짝을 지어주는 '매칭 사업'을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은 당시 청와대로부터 적극적인 요청을 받아 이같은 사업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23일 위원회 산하 적폐청산TF로부터 '보수단체‧기업체 금전 지원 주선(매칭) 사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이같이 발표했다.
개혁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국정원은 소위 '좌파의 국정 방해와 종북 책동에 맞서 싸울 대항마로서 보수단체 역할 강화'를 위한 보수단체 육성 방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계획의 배경에는 청와대가 있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에서 '5개 공기업의 좌파단체 지원을 차단하고 자체 선정한 보수단체 27곳, 인터넷 매체 12개 쪽으로 기부와 광고를 돌려줄 것'을 요청한 것이었다.
이에 국정원은 △보수단체를 좌파 대항활동 실적‧조직규모와 사회적 인지도 등에 따라 분류‧관리, 즉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하고, △보수단체와 기업 간 매칭을 주선, 보수단체들이 공기업‧대기업들로부터 지속‧안정적으로 활동 자금을 지원받는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육성 방안을 짰다.
계획은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2009년 공기업을 통한 보수단체 지원으로 시작한 후 일부 지원 성과를 거두자, 2010년에는 매칭 대상을 삼성‧현대차‧LG 등 사기업으로 확대했다. 이어 2011년에는 지원 대상에 인터넷 매체를 추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업을 늘려나갔다.
지원 총액도 해마다 늘어갔다. 2009년 지원 총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2010년에는 18개 보수단체와 17개 기업 간 매칭 성사로 32억여 원, 2011년에는 43개 보수단체(7개 인터넷 매체 포함)와 전경련을 비롯한 18개 기업 간의 매칭을 통해 총 36억여 원이 들었다.
2012년에는 '41개 보수단체와 16개 인터넷 매체를 대상으로 50억여 원 규모의 매칭을 3월 이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연말에 심리전단팀의 댓글 활동이 알려지면서 정치 논란이 불거지자 급하게 사업을 접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위는 "국가 권력을 이용해 공기업과 사기업을 압박하여 특정단체를 지원하고 관제데모 등을 통해 정치적인 입장이 다른 상대방에 피해를 입힌 점이 국가정보원법상 정치관여와 직권남용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원세훈 전 원장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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