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만든 '블랙리스트'에 오른 배우 문성근 씨가 18일 검찰 출석에 앞서 "이명박 정권 수준이 일베와 같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도 소환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과거 국정원이 음란물에 문 씨와 배우 김여진 씨의 얼굴을 합성해 유포한 사실이 알려지자, 중앙지검 공안2부가 지난 14일 피해자 진술을 듣기 위해 문 씨를 부른 것이다.
검찰 출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국정원이 내부 결재를 거쳐서 음란물을 제조·유포·게시했다"며 "세계만방에 국격을 있는 대로 추락시킨 것에 대해서 경악스럽고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블랙리스트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했다는 게 확인됐다. 그렇다면 사건 전모를 밝혀내면서 동시에 이명박 전 대통령도 소환조사할 필요 있다는 점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씨는 이날 검찰에 피해 사례와 의혹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수사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문제가 불거진 뒤 문 씨는 주변 사람들에 대해 세무조사가 진행됐으며, 부친인 고(故) 문익환 목사의 뜻을 교육철학으로 삼아 설립한 대안학교 '늦봄문익환학교'가 국정원 사찰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자신과 함께 과거 '노사모' 활동을 한 배우 명계남 씨가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에 연루됐다는 낭설에 휩싸인 일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를 지시하고 실행한 사람 모두 불법 행위라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저항 없이 실행됐다는 측면에서 큰 충격"이라며 "국가가 지시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양해는 민주정부 이후에는 통하지 않는다. 법적인 처벌보다도 인간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기에 역사적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씨는 아울러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당부했다. 그는 "블랙리스트는 어떻게 보자면 국민 세금이 그다지 많이 탕진되지 않았는데 화이트리스트에 지원된 돈이 훨씬 클 것"이라면서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극우 단체, 일베 사이트 등에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꼭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문 씨를 시작으로 주요 피해자들을 불러 조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19일에는 방송인 김미화 씨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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