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을 계획한 데 이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공작에도 보수단체를 이용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은 지난 2009년 4월 '뉴라이트 전국연합', '대한민국 선진화개혁추진회의' 등 보수단체의 간부들과 접촉해 노 전 대통령과 당시 민주당을 비난하는 논평을 내게 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사이의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 씨를 소환했을 때다.
당시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논평을 내고 "노무현이라는 '불량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축재에는 밝았지만 민주화운동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는 부산지역 민주화운동가들의 증언이나, 국회의원 시절 깽판소행을 생각한다면 민주당은 대통령의 품성과 자질을 몰랐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 자를 대통령으로 만든 민주당은 국민을 상대로 정치적 사기를 친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한 바 있다.
대한민국 선진화개혁추진회의 역시 "이번 사건은 '참여정부'의 도덕성과 이율배반적 행위 등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며 "특히 노 전 대통령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게 직접 돈을 요구하기까지 했다는 부분에서는 전직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기억하는 것조차 역겨울 정도"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이같은 논평의 배후에 국정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당시 심리전단팀과 이들 단체가 관련 내용을 논의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보수단체에 금전적 지원을 하고 당시 야당에 불리한 광고 및 시위 등을 하게 한 것으로 보고 국정원에 자금 집행 관련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이밖에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팀이 보수단체 '자유주의진보연합'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을 위한 계획을 세운 정황도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 : "DJ노벨상 취소 청원 '용역' 받은 극우 단체의 실체")
검찰은 조만간 이같은 의혹들의 정점에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지난 7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원 전 원장을 공범으로 지목한 바 있다. 민 전 단장은 국정원의 불법적 민간인 여론조작팀인 사이버 외곽팀 활동과 관련해 국정원 예산 52억여 원을 부당하게 지급한 혐의 등을 받는다.
원 전 원장에 대한 기소가 마무리되면 검찰 수사는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당시 청와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은 국정원이 보수단체에 금전적 지원을 하면서 정치에 개입하도록 하는 결정을 자체적으로 내렸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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