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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보다 더 주목받는 '태광' 비자금 수사,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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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보다 더 주목받는 '태광' 비자금 수사, 이유는?

태광그룹 수사는 <조선일보>-검찰에 매력적인 '먹잇감'

검찰이 태광그룹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김준규 검찰총장이 18일 "태광 그룹 비자금 실체를 밝히겠다"고 강한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김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저는 늘 돈의 흐름을 수사하라고 강조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넘어, 조성된 비자금이 청와대나 정부 고위직, 정치권 등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지 주목된다. 검찰은 현재 태광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골프연습장 등에 등록된 인사 등을 종합해 태광그룹과 교류해온 정관계 인사 10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초에 이 회장을 소환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또 지난해 있었던 청와대 성접대 로비 의혹과 관련해 사실상 재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 그룹 자회사 티브로드가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가 있었는지 칼끝을 겨누겠다는 것이다.

태광그룹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크게 4가지다. 비자금 조성 의혹, 주식 편법 증여 의혹, 케이블 TV 사업 확장 관련 청와대 로비 의혹, 쌍용화재 인수 관련 금융위 로비 의혹이다.

제보자 박윤배 "비자금 1조 원 넘는 것으로 보여"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이 회장의 선친 이임용 전 회장의 상속 재산이 모친인 이선애 씨에 의해 차명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애 씨는 세화여고 등 유명 학교가 속해있는 일주학원 이사장을 지냈었고, 현 정부 실세로 꼽히는 이기택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누나다.

▲ 태광산업 ⓒ뉴시스

검찰은 현재 이 회장이 태광그룹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일부 주식을 빼돌려 이를 비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태광그룹 불법 비자금 의혹을 제보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태광 그룹의 비자금 규모와 관련해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비자금이 태광그룹의 방송 사업 확장, 금융 사업 확장 등에 쓰였는지 여부가 검찰 수사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또 이 회장은 자신의 고등학생 아들에게 태광그룹 자회사에 그룹 계열사 지분을 헐값으로 넘겼고, 초등학생 딸에게까지 비상장 자회사 두 곳의 주식을 49%씩 불법 증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방송 사업 확장 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

정관계 로비와 관련된 의혹은 태광그룹 사건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가 알짜 MSO(복합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태광그룹이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관련 시행령을 유리하게 고치도록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티브로드는 군인공제회 등을 동원해 큐릭스 지분을 사들였는데, 검찰이 입수한 2006년 군인공제회 이사회 회의록에는 "태광그룹이 2008년에 방송법 시행령 규제를 푼다고 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008년 12월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군인공제회 등은 큐릭스 지분을 티브로드에 팔았다. 결과적으로 티브로드는 21개 권역을 가진 케이블 1위 사업자가 됐다.

티브로드가 군인공제회로부터 큐릭스 지분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제 3자를 거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태광그룹이 사들인 군인공제회 몫 큐릭스 지분 가격은 1384억 원인데, 티브로드가 인수한 가격은 1097억 원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287억 원이 '증발'했는데, 이 역시 이 회장 일가의 비자금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태광그룹의 청와대, 방통위 로비가 성공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이호진 회장 외사촌인 매체여론 담당 행정관 이모 행정관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행정관은 청와대에 오기 전 티브로드에 근무했던 경력이 있어 사실상 '태광그룹 사람'이다. 게다가 이 행정관은 태광그룹 창업주 이임용 전 회장의 처남인 이기택 민주평통자문위원장의 아들이다.

쌍용화재 인수 당시 금융위에 로비 의혹

두 번째 정관계 로비 의혹은 태광 그룹이 금융계 큰 손으로 떠오른 계기가 됐던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인수 관련 의혹이다. 당시 태광그룹 자회사인 흥국생명은 2004년 대주주에게 125억 원을 불법 대출해줬다는 이유로 금융 당국으로부터 3년간 보엄 회사 인수 자격을 상실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광그룹은 자회사인 태광산업개발을 통해 2006년 쌍용화재 주식 54.4%를 사들였다. 흥국생명은 이후 자격 상실 기간이 지난 후인 2009년 태광산업으로부터 쌍용화재 주식을 사들였다. 결국 태광그룹은 흥국생명의 자격 상실 기간 동안 태광산업을 통해 쌍용화재 주식을 '안전하게' 보유해 줬던 셈이 됐다.

이는 명백한 편법으로 지난해 정치권에서는 "누군가 눈 감아주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쌍용화재 인수 건과 관련해 국회 정무위에서 "인수자가 (이미 흥국생명으로) 내정됐다는 설까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었다. 결국 태광그룹이 금융위 등에 로비를 해 쌍용화재를 인수했다는 것이다.

태광 그룹 수사는 <조선일보>-검찰에 매력적인 '먹잇감'?

그러나 1년동 안 끌어오던 태광 그룹 비자금 수사를 지금 시점에 검찰이 공개하고 나선 것은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재계 서열 40위 그룹 관련 수사가 재계 서열 13위 한화 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보다 더 주목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재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조선일보> 등 종편사업 진출자들이 재계 서열 40위에 불과한 태광그룹 사건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비자금 사건보다 더 비중을 두고 보도하고, 또 연일 특종을 터트리고 있는데 이는 종편 관련 케이블 업계 1위인 태광을 누름으로써 채널 선정 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에 있어서도 태광사건은 부담이 적은, 즉 '폼을 낼 수 있는' 사건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폼을 낼 수 있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게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이다. 검찰이 의욕적으로 착수한 듯 보였던 그 사건도 국정감사 끝나자마자 흐지부지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정관계 로비 의혹 시점이 2006~2008년까지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모두 포함되는 시기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검찰 입장에서는 주도권을 쥐고 가기가 쉽고, 정치적 부담감도 덜하다는 것이다.

수사가 결국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 이명박 사람인 이기택 수석부의장의 아들이 연루된 사건을 검찰이 과연 건드릴 수 있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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