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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삼성식 경영권 세습' 의혹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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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삼성식 경영권 세습' 의혹 파문

16세 아들이 주요 계열사 대주주 등극… 검찰 전격 압수수색

비상장회사를 이용해 재벌그룹의 경영권을 편법 상속한 삼성그룹의 행태는 '삼성 특검' 이후 근절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자산 순위 재계 40위인 태광그룹에서 삼성그룹과 판박이 같은 경영권 세습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상속·증여세 포탈 등을 했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자료를 확보하는 한편, 이 회장의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되는 부산 소재 고려상호저축은행과 서울 광화문의 흥국생명보험 사무실 등에 대해서도 동시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현재 검찰은 이호진 회장과 불과 16세인 아들 이현준 부자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회사 '한국도서보급'이 지난달 태광그룹의 2대 기업인 대한화섬 지분 16%를 인수해 1대 주주가 된 과정과, 이 회장이 1996년 작고한 창업주 이임룡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태광산업의 차명주식을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으로 전환한 혐의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수천억대의 비자금 이외에도 현재 가격으로 1500억원대에 이르는 태광산업 주식을 여전히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혐의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회장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11일 해외로 출국했으며, 아들 이현준은 현재 미국에서 유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이호진 회장이 비상장회사들의 지분을 아들에게 몰아주고, 이 비상장회사들이 모기업인 태광산업과 2대 기업인 대한화섬 등 다른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물려주려고 작업을 해왔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1주당 20만원짜리 주식, 1만8955원에 넘겼다"

이런 의혹 속에 태광산업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사모투자펀드(PEF) 서울인베스트(대표 박윤배)는 "티시스, 티알엠, 한국도서보급 등 태광그룹 3대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이 회장이 헐값에 아들에게 몰아줬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3곳 모두 이 회장이 51%, 현준군이 49%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그동안 이런 혐의에 대해 내사를 해오던 검찰은 서울인베스트가 이같은 태광그룹 오너 부자의 불법증여 의혹을 폭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시기를 앞당겨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인베스트에 따르면 티시스의 경우 이 회장이 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준군에게 49%의 지분을 넘겨줬다는 것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당시 회사 주식을 평가하면 주당 20만원이 넘지만 주당 1만 8955원의 헐값으로 9600주를 넘겼다. 또 티알엠 유상증자 과정에서도 현준군이 참여, 역시 지분 49%의 2대 주주가 됐다.

서울인베스트의 박윤배 대표는 "대한화섬의 1대 주주 지위와 16%의 지분은 제대로 평가하면 2000억~3000억원은 될 것"이라며 "지분을 헐값에 넘긴 것은 태광산업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장기업인 태광산업·대한화섬의 자산을 이호진씨 개인 회사인 비상장 회사로 빼돌렸다"면서 "불법·탈법 규모만 1조원 이상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 측은 " 법적 검토가 이미 끝난 사안"이라면서 "서울인베스트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지만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크게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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