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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지지자들의 다친 마음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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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지지자들의 다친 마음을 주목해야 한다

[기고] 박성진 임명이 즉각 철회되어야 하는 이유

러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전쟁을 막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임시배치를 미룰 수 없었다고. 그리고 사드 배치 과정에서 사람들이 다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반응이 분분하다. 실질적으로 배치된 사드 포대를 되물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설득력 부족을 지적하는 여론이 있다. 북한의 핵 질주와 미국의 압력 사이에 끼여 고민하는 정부의 곤혹스러움에 이해의 눈길을 보내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더욱 걱정하는 것은 다른 부분이다. 기왕의 사드 배치에 이어 창조과학, 뉴라이트, 거짓말 논란 등에 휩싸인 박성진 후보자의 장관 임명까지 강행하는 경우다. 그리 되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으뜸가는 지지층이 되어온 "진보개혁 대중"의 민심이반이 급속히 진행될 위험이 커진다. 사드를 능가하는 격렬한 반응이 터져나올 수 있다.

설득커뮤니케이션 이론은 특정 대상에 대한 태도를 결정짓는 것을 이성적, 정서적, 행동적 3가지 구성 요소로 설명한다. 이에 따르자면, 사람들은 자신과 이성적 판단이 다른 대상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무시한다. 그러나 정서적 유대감을 느낀 대상에게 기울인 마음, 즉 정서적 태도가 외면받거나 배신받았을 때는 분노의 행동을 보인다. 진심이 짓밟혔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처난 파토스(pathos)는 때로 평생을 가기도 한다.

실제로 사드 배치 문제에 애써 비판을 참고 있는 많은 이들이 싸늘한 눈초리로 박성진 문제를 지켜보고 있다. 심지어 SNS 등을 통해 박성진 임명 건이 지지철회의 마지노선임을 선언하고 있다. 이 조짐을 결코 가벼이 보아서 안된다.

사적으로 공적으로, 하나같이 지난 대선에서 피땀의 노력을 다해 문재인 당선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다. 진심으로 새 정부가 잘 되기를, 역사에 남는 업적 기록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다. 의회권력 구조 상 소수파인 현 정부에 있어, 이들 핵심 지지층의 지지 철회는 곧 정권의 위기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시대적 과제인 적폐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기본 동력이 소실되기 때문이다.

데자뷰처럼 떠오르는 이 익숙한 전개를 이미 우리는 (대추리 사태와 이라크 파병 등) 참여정부 시절에 엄청난 손실비용을 치르고 배웠다. 불 보듯 예견되는 실패를 되풀이 할만큼 녹녹한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핵 위기는 어떤 면에서 이제부터 시작이다. 조만간 ICBM 발사와 그에 대한 미국의 공격적 대응이 극단을 향해 치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미증유의 위기 국면으로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핵실험과 사드 문제는 태생적으로 외부 요인에서 비롯되었다. 변명할 여지라도 있다. 하지만 인사 문제는 온전히 내부적 책임이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역대 정권이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늘 내부로부터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17년 9월은 출범 이래 기록적인 긍정평가를 받아왔던 문재인 정부가 처한 최초의 고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 청와대 인사라인의 체면 손상과 위상 추락을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더 크게 더 넓게 봐야 한다.

꼬인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하나다. 얽힌 매듭부터 찾아내는 것이다. 박성진 지명철회가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우선 이 조치를 통해 상처받은 진보성향 지지자들의 마음을 선제적으로 풀어줘야 한다.

정치 위기 돌파의 가장 큰 동력은 국민들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성에서 나온다. 박근혜의 실패 지점이 여기에 있었고 문재인의 성공이 여기에서 출발하지 않았던가. 부디 마음을 열고 천지를 진동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기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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