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최저임금은 점진적으로 인상돼야 한다"며 "내년 최저임금 인상액 1060원과 인상률 16.4%는 사실상 역대 최대치로 너무도 광폭이고, 급속"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1만 원' 공약에만 맞추다 보니, 산업 현장은 철저히 무시됐다"며 "급증할 인건비 부담에 영세 사업장이나 섬유 등 일손이 많이 드는 기업들은 문을 닫거나, 공장을 해외로 옮기겠다고 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부분 호봉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 기업 특성상, 최저임금의 상승은 전체 근로자의 임금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려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내년도 급격한 인상으로 기업과 노동현장에서 겪을 혼란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통해 최저임금 수준을 보완하고, 미국 등 주요 선진국처럼 숙식비 등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제도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과 관련해서도 김 원내대표는 "취임 3일 만에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선물보따리 풀듯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며 "우선 공공부문 비정규직부터 풀어가자는 것이지만, 이 때문에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곳곳에서 노사갈등에 노노갈등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600만 비정규직의 5% 수준인 공공부문 비정규직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전체 비정규직을 흔들고 갈등을 부추긴 꼴이 되고 말았다"며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시장의 2중 구조라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노동시장 개편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고통분담'이란 말이 사라졌다. 100대 국정과제에도 노동개혁은 보이지 않는다"며 "선진국도 노동개혁을 하는데 우리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개혁이야말로 스스로 진보 정권이라 말하는 현 정부가 앞장서서 풀어야 할 당면 과제 아니냐"며 "고용 안전망을 촘촘히 갖추면서, 노동시장의 2중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와 보건의료 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는 서비스산업특별법, 규제프리존법에 대한 통과 의지도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는 공시촌이 아닌 민간에서 나온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공무원 17만4000명 채용을 약속한 이후 가뜩이나 높은 공시 열풍에 더욱 불이 붙어 공시생 30만 시대를 열었다. 청년들은 물론 고등학생들까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한 뒤 "공무원 채용은 일자리 창출의 대책도 아니고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시급한 일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민간 일자리 구하기"라며 "민간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국회가 당장 할 일이 있다. 전국 14개 시도별 전략산업과 혁신기술을 키우기 위해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하루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또한 서비스산업발전법도 도입해 서비스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프리존법이 통과되면 2020년까지 21만 개, 서비스산업발전법이 통과되면 2030년까지 69만 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보고가 있다"고 그는 부연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에 대해서도 그는 "복지 확충을 통한 소득격차 해소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한편으로 공정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사회적 자본과 경제적 자본을 든든하게 만들어가는 균형감 있는 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장 전략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인기영합식 정책으로 국민들을 솔깃하게 하면서 재정 소요는 과소추계하고 '핀셋 증세'를 말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것"이라는 것이다.
경제 분야뿐 아니었다. 탈핵 정책에 대해서는 "탈원전이라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궁극적인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는 "원자력위원회에서의 논의는 물론, 국회와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 독단적으로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중단시켰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고작 3개월 만에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는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한 초법적 조치"라고 비판하며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임기 5년의 문재인 정부가 대못질하듯 결정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론화에 충실하고, 최종 결정은 이후 정부에서 신중하게 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핵 해법과 관련해서도 그는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세웠지만 사실상 대화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고 돌아온 건 미사일 도발과 핵 실험뿐"이라며 "더 큰 문제는 한미동맹 균열 우려다. 트럼프 대통령은 1주일 동안 일본 아베 총리와 4차례나 통화하는 등 취임 후 지금까지 13차례나 통화하며 굳건한 미일동맹을 보여주고 있지만 문 대통령과는 최근 2차례를 포함해서 다 합쳐야 겨우 4차례 통화했을 뿐이고, 그마저 우리가 원할 때에는 통화조차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유한국당·바른정당과 마찬가지로, 전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12차례나 언급하고 김정은을 '신세대'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여당 대표의 안이하기 짝이 없는 안보 인식"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지금은 대화를 언급할 때가 아니다. 단호한 압박과 제재가 필요한 국면"이라며 "새 출발을 위해서 외교안보 라인을 군사·안보 전문가로 전면 교체하고,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긴급 안보대화를 즉각 개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보수화'로 볼 수는 없는, 통상적 수준에서의 정부 비판도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에 대해 그는 "문 대통령은 탕평·균형·통합 인사라고 자찬하기 전에 청와대 인사 추천과 검증에 완벽하게 실패한 책임자들부터 즉각 전면 교체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 "책임총리, 책임장관은 어디 가고 '만기친람 대통령'만 있나?"라며 그는 "국정 운영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서, 청와대는 국정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조정자, 정책에 대한 사후적 평가자 역할에 충실하라. 청와대 집무실을 옮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청와대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이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것과 관련, 방송법 개정을 원안대로 통과시킴으로써 정국을 풀어 가자는 제안을 건넸다. 그는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 국민의당과 민주당, 정의당 의원 162명이 함께 발의한 것인데, 민주당은 여당이 되고 나서 대통령 말 한 마디에 돌연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며 "방송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조속히 통과시켜서 공영방송이 명실공히 공정하고 중립적인 국민의 방송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당 의원들께도 한 말씀 드린다. 한국당이 정말로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을 우려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때 방송법 개정안부터 최우선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외에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 국회선진화법 개정 등을 과제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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