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지도부'가 현충원 참배, 첫 최고위원회 회의 개최 등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안철수 신임 대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간접 언급하며 연이틀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웠다. 원내 정당 지도부와 가진 연쇄 회동 가운데 공교롭게도 가장 먼저 일정이 확정된 상대가 바른정당이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안 대표는 28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첫 최고위 회의를 열고 "현재 사법부 독립성이 침해받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사법부 독립성을 지키고 개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첫 메시지를 냈다. 안 대표는 전날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 "13명 대법관이 만장일치로 거액의 검은 돈을 받았다고 한 대법원 판결까지 부정하며 큰소리 치는 모습에서 우리는 벌써 독선에 빠진 권력의 모습을 본다"고 했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은 항상 깨어 있는 야당이 되겠다"며 "국민을 편가르고 민생과 국익에 반하는 일이라면 날선 비판으로 강력히 저지하는 야당이 되겠다. 그것이 실천적 중도개혁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우리의 경쟁 상대는 (당)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 하나로 똘똘 뭉쳐 반드시 함께 승리하자"고 당내 단합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배재정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예방을 받고, 오후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다. 원내 정당 지도부와도 상견례를 갖는다. 특히 원내 정당들 가운데 제4당인 바른정당(20석) 지도부 회동 일정이 가장 먼저 확정 공지된 것은 눈길을 끌었다. 안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중 '중도', '극중주의'를 강조해온 데 이어, 대표 당선 후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내부가 아닌 외부'의 문제를 강조한 안 대표의 일성과는 반대로, 다른 최고위원들은 '내부'의 문제를 주로 언급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안 대표가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에 당선된 것은 정말 축하할 일이나, 51.1% 지지율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며 "안 대표가 정동영·천정배·이언주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을 모두 보듬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연직 최고위원인 박주현 여성위원장은 "이번 전당대회는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던 박지원 전 대표가 대선 패배 책임으로 사임해 (치러진) 전당대회"라며 '대선 패배'를 다시 언급했다. 박 최고위원은 "국민의당은 국민들로부터 심판받았다. 대선에서 패배했고, 당 지지율은 매우 낮다. 지역 기반인 호남에서조차 더 이상 기대를 갖지 않고 있다"며 "이제 전당대회가 끝났으니 당력을 분권형 개헌과 '민심 그대로 선거구제' 관철에 쏟아부어야 한다"고 했다. '민심 그대로 선거구제'는 당권 후보였던 천정배 의원의 캐치프레이즈였다. 박 위원장은 천정배계로 분류된다.
바른정당과의 연대론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나왔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평화방송(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역시 당원들은 '그래도 안철수에게 우리 당의 운명을 맡겨서 다시 한 번 새로운 국민의당으로 태어나자'는 희망의 선택을 했다"고 안 대표에게 힘을 실으면서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나 연합은 정체성 문제 때문에 하지 않되 단 공조가 필요할 때에는 할 수 있다고 정리됐다"고 선제적으로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표는 "저는 이번에 전당대회 중립을 지키면서 사실 세 가지 문제를 강조했다"며 자신이 안 대표에게 △남북관계에서 햇볕정책 계승, △호남을 지키면서 외연 확대를 할 것과 함께 이 문제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 바른정당과 통합, 연합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분들은 비록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협력한 공로는 있지만 우리와 대북정책 정체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야당으로서 공조는 할 수 있지만 연합·연대는 할 수 없다"며 그는 "애매했던 안 대표의 이 3가지 문제가 다른 후보들과 TV토론을 거치며 확실히 정리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론과 관련해 "저는 안 대표에게 차라리 안 대표의 고향·성장지이고 우리 국민의당의 불모지인 부산시장 선거에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도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부산시장 선거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선거 연대의 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측을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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